주간동아 1209

2019.10.11

책 읽기 만보

파이어족이 온다 外

  • 입력2019-10-1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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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기 만보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파이어족이 온다 
    스콧 리킨스 지음/ 박은지 옮김/ 지식노마드/ 294쪽/ 1만5500원 

    스콧과 테일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딸 하나를 키우며 사는 중산층 맞벌이 부부다. 이들의 연소득은 세후 14만2000달러(약 1억7000만 원). 꽤 많은 수입에도 돈에 늘 쫓기는 기분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많이 쓰기 때문이다! 이런 생활에서 탈피하고자 100만 달러짜리 아이디어를 찾던 스콧은 어느 날 출근길 라디오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다. 지출을 줄이고 저축에 집중, 일정 수준의 자산을 얼른 쌓은 뒤 일찍 은퇴하는 미국 신인류, 조기은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FIRE)족의 사연을 들은 것이다. 12만 달러에 달하는 연간 지출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수입을 모두 저축한다면 ‘경제적 자유’에 이르는 시간이 34년에서 11년으로 단축된다는 계산에 이르자, 스콧 부부는 이를 실천하기로 결심하고 생활비가 비싼 샌디에이고를 떠난다. 책은 통장이 ‘텅장’이 되도록 방만하게 살던 부부가 ‘짠돌이 요정’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 여정에서 만난, 각자 수입과 여건, 꿈이 다른 다양한 파이어족의 경험도 소개한다. 

    조기은퇴는 비단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영국, 호주, 인도 등으로 확산됐다. 국내에서도 일부 파이어족이 등장하는 추세다. 주거 비용과 자녀양육비 부담이 크고 저성장으로 일정한 투자 수익을 담보할 수 없는 국내 현실상 조기은퇴가 가능할지에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하지만 ‘혹시 시간을 돈과 맞바꾸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저자의 질문이 무겁게 다가온다. 신용카드 할부금을 걱정하면서 출근하고, 직장 스트레스에 ‘시발 비용’을 들이며, 남들도 쓰니까 나도 쓰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열쇠가 파이어족에게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쁜 습관은 없다
    정재홍 지음/ 판미동/ 284쪽/ 1만4800원 

    나쁜 습관을 고치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조직 습관 개선 컨설턴트인 저자는 나쁜 습관을 개선하려면 생각과 감정 같은 내면의 대화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머리형(생각), 가슴형(감정), 장형(행동)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한 뒤 각기 다른 접근법을 제시했다. 특히 심리학과 뇌과학, 습관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바탕으로 습관을 넘어서는 5가지 방법을 상세히 설명한 것이 특징이다. 불편을 피하지 않고 이용하기, 습관의 뇌 훈련법, 감정 저장고 비우기, 생각 언어 바꾸기, 숨겨진 소망 발견하기가 그것이다.



    종의 기원 톺아보기
    찰스 다윈 지음/ 신현철 옮김/ 소명출판/ 706쪽/ 2만9000원

    19세기 출간된 책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것을 꼽을 때 결코 빠지지 않는 책. 그러나 너무 두껍고 읽기 힘들어 대다수가 읽다 포기하는 책. 1859년 출간된 다윈의 ‘종의 기원’ 초판본을 2200여 개 주석을 병기해 읽기 쉽게 완역했다. 만연체 문장에 낯선 인물과 지명이 무수히 등장하는 것을 하나하나 끊어주고 풀어주면서 우리말로 맛깔스럽게 번역한 정성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보통 생존경쟁이나 생존투쟁으로 번역하는 the struggle for existence를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옮긴 식이다. 8월 장대익 서울대 교수가 번역한 ‘종의 기원’ 초판본과 나란히 비교해보면 이 책이 술술 더 잘 읽힌다. 현대 생물학의 창세기에 해당하는 다윈의 이 고전을 꼭 한번 완독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순천향대 생명시스템학과 교수의 이 번역서를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겠다.

    세상을 읽는 새로운 언어, 빅데이터
    조성준 지음/ 21세기북스/ 276쪽/ 1만6000원 

    빅데이터 분석이 지금처럼 상용화됐다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 총재의 연설문에 많이 쓰인 단어들을 전부 분석하면 경제상황이 곧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있다. 2007년에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세계 경제위기 1년 전에 데이터는 이미 원인을 짚고 있었다. 이 같은 사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데이터가 가진 힘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하지만 빅데이터의 정확한 실체와 위상을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이자 정부 산하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풍부한 사례와 비유를 통해 빅데이터의 정의 및 효용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안철수 지음/ 21세기북스/ 288쪽/ 1만6800원 

    그가 왔다. 몸이 돌아오는 대신 7년 만에 새 책을 냈다. 정치인 안철수가 아닌, 자연인 안철수의 땀 냄새가 밴 제목이다. 목차는 그가 달리기를 하며 무엇을 배웠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첫째는 ‘인내’, 둘째는 ‘완주’다. 안철수는 ‘달리기’를 얘기하고 있지만 눈 밝은 독자는 행간에 묻어 있는 그의 차기 대선 완주 의지를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지금은 달리기를 통해 근육을 단련하고 있지만, ‘해결사’ 습성이 몸에 밴 그가 좌우 진영 논리에 빠져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으로 갈라진 병든 한국 사회를 치유하고자 곧 달려올 것만 같다. 병든 환자를 고치는 의사이자, 바이러스에 먹힌 컴퓨터를 고쳐낸 안랩 최고경영자 출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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