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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마를 길들여야 천리를 내닫는 명마 얻는다

  • 조훈 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

야생마를 길들여야 천리를 내닫는 명마 얻는다

※독자의 다양한 의견을 싣는 코너입니다.


9월 19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연설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시스]

9월 19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연설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시스]

정치는 갈등을 해결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누가 어떤 문제로 갈등하느냐에 따라 정치의 성격은 달라진다. 왕정이나 귀족정치는 소수가 자기들만의 관심사로 첨예하게 갈등한다. 반면 대중이 주역이 된 민주정치는 정치적 갈등이 다수의 관심사로 전개된다.

오늘의 우리는 어떠한가. 매일처럼 언론은 청와대발(發), 여의도발 뉴스를 전한다. 정치인들은 자못 비장한 어투로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며 상대 정치세력의 책임을 묻고 언쟁을 벌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나라와 국민의 살림살이는 의례적 명분을 넘어선 실질적 의제로서 취급되지 않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한국 정치의 매우 예외적 존재다. 그는 나라와 국민의 살림살이를 정치의 핵심 이슈로 제기한 논쟁적 정치인이다. 성남시장 시절 이재명은 보편복지를 주장하면서 무상급식과 무상교복, 청년배당, 시립의료원 설립 같은 정책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언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맞받아치며 복지담론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주도했다. 경기도지사에 취임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관급 공사 원가 공개를 밀어붙이며 공정한 경제질서를 추상적 대의가 아닌, 현실적 정책 과제로 취급했다. 또한 살기 좋은 장기임대주택 20만 호 건설을 추진하며 서민 주거 문제에 대한 구조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기본소득 도입 공론화에 앞장서며 복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지형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행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상당히 많은 사람이 이 지사의 꼼꼼한 행정 능력 및 추진력을 인정한다는 점과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그의 소통능력이다. 

흔히 이 지사를 독선적 정치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얼마 전 계곡 옆 불법영업시설 철거 문제를 처리할 때 봤듯이, 그는 현장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이해관계자들과 직접 대면하며 해결책을 찾고자 애써왔다. 자주 만나고 대화한다고 소통이라 할 수 없다. 정치인의 소통은 문제의 파악과 해결, 이해관계의 조정과 타협이라는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물론 이 지사도 부족한 면이 없지는 않다. 그의 다소 거친 언행은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이처럼 비타협적 외양 때문에 실제로는 타협 가능한 합리적 사고방식의 소유자임에도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세력들과 척을 지는 일이 적잖았다. 최근 직면한 정치적 위기도 그의 이런 특징, 즉 너무 강한 캐릭터와 무관치 않다. 



교편을 잡고 있다 보니 청년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낭만적 활력으로 들떠 있던 우리 세대와 달리 요즘 청년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짙은 피로감과 체념 섞인 분노다. 평범한 그들은 불공정한 사회에 분노하지만 외로운 경쟁에 지쳐 주눅 들어 있다. 누군가는 우리 사회를 바꿔야 한다.

옛말에 천리마는 유순한 말에게서는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거친 야생마를 길들여야 천리를 내닫는 명마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비합리성과 지나친 불평등에 끊임없이 도전해왔던 이 지사의 지난 이력은 우리 모두에게 공유되고 활용돼야 할 사회적 자산이다. 최근 이 지사가 직면한 위기는 그를 거친 야생마에서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미래로 견인하는 명마로 단련하는 계기일지도 모른다. 이견이 없지 않은 법리 때문에 이재명이라는 사회적 자산이 허무하게 유실된다면 이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사법부가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저울처럼 우리 사회의 균형을 잡아주리라 기대하며 솔로몬의 지혜를 기다려본다.


조훈 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

조훈 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





주간동아 2019.10.11 1209호 (p27~27)

조훈 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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