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 선임연구원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시진핑, 아베, 푸틴을 모두 상대할 수 있나”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19-06-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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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5월 말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두 나라 정상은 인도태평양전략을 토대로 중국과 북한을 억제하며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반도가 포함된 아시아를 상대로 어떤 전략을 펼칠 것인가. 주한 미국대사관의 주선으로 트럼프 정부의 대(對)아시아 전략을 연구해온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의 에이브러햄 덴마크 선임연구원(사진)을 만났다.

    “트럼프는 한국을 우려의 눈으로 본다”

    F-35B 탑재가 가능하도록 개조될 예정인 가가함. [뉴시스]

    F-35B 탑재가 가능하도록 개조될 예정인 가가함. [뉴시스]

    인도태평양전략은 중국의 팽창에 맞서 일본-미국-호주-인도를 잇는 안보 다이아몬드를 만들자고 한 아베 총리, 같은 가치관을 가진 나라들은 뭉쳐야 한다며 가치관 외교를 내놓은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이 만든 것이다. 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공동 외교전략으로 삼았나. 

    “이 전략을 일본이 만들고 미국이 받아들였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이 전략은 지극히 미국적이다. 이 전략 앞에는 ‘자유롭게 열린’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국제법에 따라 무해(無害)통항권이 보장된 바다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야 한다고 여러 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주장해왔다. 트럼프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을 뿐이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를 중시하려고 만든 재균형 전략을 이어받아 이 전략을 채택했다.” 

    오바마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려고 재균형 전략을 펼칠 때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호놀룰루에서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민주당이 주장한 전략을 공화당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 특이하다. 

    “미국은 아시아 문제를 안보 차원에서만 보지 않는다. 무역과 경제를 포함시켜 다중적으로 접근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 가지 면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다르다. 첫째는 아태(아시아·태평양)지역의 다자(多者) 간 자유무역협정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탈퇴한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문제를 쌍무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둘째는 한국을 우려의 눈으로 본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무역 경쟁국으로 볼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미국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셋째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을 ‘패싱’하겠다는 뜻인가. 

    “미국 국익 차원에서 북한과 북핵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다.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인 대북 비난을 자제하며 대화의 끈을 유지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푸틴, 시진핑, 아베를 모두 상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웃음) 매우 어려운 환경임에도 문 대통령은 잘 헤쳐 나가고 있다고 본다.” 

    4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한 문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2분밖에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말 일본 방문 후 한국도 방문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하고 오사카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6월 말에 만나자고 했다. 이는 두 대통령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뜻이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선호를 내가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것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 사이 두 번이나 아시아를 방문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는 6월 문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국방부 장관을 한국에 보내는데, 이는 여전히 한국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경쟁하지 말고 같은 팀으로 협력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과 중국, 이란 문제에 대처하고자 7함대는 물론이고 3함대 세력까지 투입해놓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동시에 3개 전선을 유지하는 것은 무리 아닌가. 

    “군사 문제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 질문에는 정확한 답을 내놓을 수 없다. 그러나 해군은 기동력이 좋기에 다양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고 본다. 동맹국 보호도 미국은 해군력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주목되는 것이 존 미어셰이머 시카고대 교수의 역외(域外)균형전략이다. 이란 문제는 이스라엘, 중국과 북한 문제는 일본(한국도 가능)이 담당하게 한 후 미국은 이스라엘과 일본(한국)을 지원해 세 나라를 제어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역외균형전략은 미국이 그 지역에서는 아웃사이더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지역 문제는 지역 강국에 맡겨버리고, 지역 패권을 잡은 그 강국을 미국이 상대하자는 것이다. 지금 아시아에는 매우 많은 미국인과 미군이 살고 있는데, 이는 미국이 아웃사이더가 아니라는 뜻이다. 미국은 태평양 역내(域內) 국가이니, 미국을 아웃사이더로 전제한 역외균형전략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공통점 있다”

    유엔해양법협약은 ‘인공도서는 영해를 가질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남중국해에 만든 인공도서에 군사시설을 갖추고 영해라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군함을 동원해 그 영해를 통과하는 ‘항행의 자유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유엔해양법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이 협약 비준국이 아닌 미국이 중국에게 이 협약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항행의 자유작전과 인도태평양전략은 다른 것이다. 인공도서가 영해를 가질 수 없다는 것과 함정의 무해통항권 인정은 유엔해양법협약 체결 이전부터 있어온 보편적인 룰이다. 미국은 이 룰을 지켜나가고자 항행의 자유작전을 하는 것이다. 미국은 유엔해양법협약을 비준하지 않았지만 준수하고 있는데, 비준한 중국은 지키지 않으니 문제는 중국에 있는 것 아닌가.” 

    남중국해에 인공도서를 만든 나라는 중국만이 아니다. 먼저 베트남이 했고 필리핀 등 여러 나라가 따랐다. 한국은 이어도를, 일본은 태평양에 있는 오키노토리시마를 인공도서화했다. 

    “그러한 나라들이 영해를 선포하고 무해통항권 거부를 주장했는가. 오직 중국만 그렇게 했다. 유엔해양법협약보다 더 오래된 국제법을 무시한 것이다. 미국은 항행의 자유작전을 남중국해에서만 하지 않는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다. 사실 모든 나라는 바다를 메우는 간척을 한다. 그런데 중국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베트남명 쯔엉사 군도)에서 하는 간척은 규모가 크고 빨리 진행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군사시설도 만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긴장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의도’다.” 

    중국은 12해리 영해 원칙을 어기고 발해만 전부를 영해로 선포했다. 북한도 상당한 바다를 군사수역으로 만들었다. 그런데도 미국은 서해에서는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 이북으로는 함정을 보내지 않고 있다. 왜 서해에서는 항행의 자유작전을 하지 않는가. 


    “그것은 나도 모르겠다.(폭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전략을 채택한 일본은 해상자위대 함정을 항행의 자유작전에 투입하지 않고 있다. 평화를 위해 미군과 함께하는 것이라면 적극적인 파병을 마다하지 않는 일본인데 말이다. 

    “그것이 같은 전략을 채택했어도 미국과 일본의 다른 점이다. 나라마다 사정과 국익이 다르니, 국가 전략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파트너국의 전략 가운데 공통점이 있으면 찾아내 협력을 강화해가자는 것이 미국의 방침이다. 한국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인도를 상대로 신남방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그것과 인도태평양전략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아낸다면 한미 간에도 협력이 일어날 수 있다.” 

    신남방정책은 3P(People, Prosperity, Peace)를 내세우며 무역과 교류를 강조하는 정책이더라.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예 언급이 없고, 북핵 문제에는 영향력이 없는 아세안과 관계를 강화하자는 것이라서 인도태평양전략과 겹치는 부분이 없어 보인다. 

    “신남방정책이 경제와 무역, 그리고 거버넌스와 인프라 개발을 중심으로 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도 동남아국가에 대한 교역과 투자를 강조하고 있으니 두 정책은 같이 갈 수 있는 영역이 많다고 본다.”

    중국의 구조 조정 성공할 것인가

    파라셀 군도의 트리톤섬(중국명 중젠다오) 12해리 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 미 해군 스테텀함. [뉴시스]

    파라셀 군도의 트리톤섬(중국명 중젠다오) 12해리 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 미 해군 스테텀함. [뉴시스]

    동남아국가를 지원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은 역시 이들 국가에 인프라를 지원해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충돌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경제지원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해보자는 경제전략으로 보인다. 반면 인도태평양전략은 경제는 물론이고 외교·안보도 포함하는 포괄적인 전략이다. 미국은 일대일로가 경제 이외의 목적도 갖고 있는지를 보고 있다. 일대일로가 미국 국익을 침해하는 정책이라면 미국은 대책을 세워 대응할 텐데, 그 과정에서 미·중 간 알력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관심이 가는 것이 2015년 중국이 발표한 ‘중국제조(製造) 2025’다. 최근까지 중국은 노동집약적 산업을 토대로 성장해왔다. 그런데 인건비가 높아짐에 따라 이 산업들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어 고급 기술을 토대로 한 산업으로 바꾸는 구조 조정을 하려 한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 대만, 그리고 미국의 고급 기술을 흡수해 2025년에는 고도의 기술국가가 되겠다고 한다. 

    “중국제조 2025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 대표 기업을 만들고, 대표 기업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대표가 될 수 있는 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세계무역기구(WTO) 위반이다. 이에 중국은 중국제조 2025라는 말을 더는 사용하지 않지만, 대표 기업에 대한 지원은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를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급성장한 대표 기업으로 보고 제재 중이다. 이에 중국이 반발하자, 중국의 불공정무역을 거론하며 또 다른 제재를 거론하고 있다. 미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세력 전이(轉移)가 일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 같다. 

    “왜 화웨이에 대해 질문하지 않나 궁금했는데 역시 하는군.(웃음) 중국은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 일본, 대만 등으로부터 합법 혹은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기술을 가져가 자신들의 기술을 발전시키는 정책을 구사해왔다. 지금까지는 낮은 수준의 기술을 가져가는 것이었기에 좌시했지만 높은 수준의 기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은 자신들의 지식재산권을 지키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 중국 지도자들도 외국 기술과 중국 정부의 지원에 의존한 대표기업은 ‘초식공룡’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안다. 이러한 기업이 늘어난다면 중국 경제는 경쟁력을 잃고 창의력 있는 기업가가 나오지 못해 그 손해는 중국이 볼 것이다. 그런데 중국 지도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 

    한국은 미국 동맹국인데도 인도태평양전략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을 잠재적인 경쟁자로 본다는 점에서는 미국과 같이 갈 수 있을 것 같다. 


    “동맹국이라고 무조건 같이 행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동맹국인 영국과 캐나다도 베트남전에 참전하지 않은 역사가 있으니 한국이 인도태평양전략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동맹 균열로 볼 이유는 없다. 동맹국이라도 주권과 국익에 따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해군은 이 지역의 최대 훈련인 RIMPAC(환태평양합동군사훈련)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가. 공동 가치와 이익, 그리고 서로의 신뢰가 있다면 일시적인 의견 불일치가 있어도 동맹은 유지될 수 있다.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전략은 함께 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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