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미세먼지에 대한 진실은?

봄철 대기 정체와 중국 영향 커

대기질 좋아졌지만 미세먼지 특정 시기에 몰리며 체감상 악화 석탄발전소 가동 중지, 노후 경유차 교체 등 저감정책 펼쳐

  •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입력2019-05-2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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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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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이 지나고 기온이 오르면서 한반도에는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몰려들었다. 2월 20일부터 3월 6일까지 하루만 빼고 미세먼지 수치가 ‘나쁨’ 이상을 기록했고, 지난해 예닐곱 번 시행된 정부의 ‘비상저감조치’도 두 달 만에 14번이나 시행됐다. 

    이에 따라 국민은 정부에 본격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했고, 그 원인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의 신경전도 펼쳐지고 있다. 과연 미세먼지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1980년대 서울, 부산, 인천 같은 대도시에는 미세먼지라는 말만 없었을 뿐이지 대기가 뿌옇고 흐린 날이 많았다. 급속한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지 않던 시기라 대기오염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대기질 개선정책이 추진되면서 조금씩 공기가 맑아졌고, 2006년 대기환경보전법 도입으로 대기질이 지속적으로 개선됐다. 사실 2017년은 미세먼지가 큰 이슈로 부각됐지만 사실상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낮게 나타났다(그래프1 참조).

    과거보다 미세먼지 사라졌다?

    하지만 국민은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체감하고 있다. 2018년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는 2017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실제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2012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표 참조). 

    눈여겨볼 점은 미세먼지 측정소를 기준으로 한 통계를 보면 2017년에 비해 2018년이 오히려 미세먼지 수치가 낮았다는 것. 그런데도 주의보 발령 횟수가 늘어난 것은 미세먼지가 특정 날짜나 시간대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뜻이다. 국가 통계는 보통 월 단위로 집계되기 때문에 초미세먼지가 특정일에 집중되는 경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즉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과거보다 낮아졌지만, 특정일에는 심각한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먼저 봄과 겨울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대기 정체가 가장 큰 원인이다. 봄에는 시베리아기단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겨우내 불던 북풍이 잦아든다. 그 대신 바다보다 빨리 따뜻해진 중국 대륙 쪽 기단이 발달해 따뜻한 서풍이 불어온다. 또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아침저녁으로 지면 쪽의 온도가 더 낮은 ‘역전층’이 형성된다. 역전층이 형성되면 대류가 일어나지 않고 대기가 정체된다. 여기에 서풍이 싣고 온 따뜻한 공기가 더해지면 역전 효과는 더욱 심해진다(그림 참조).

    미세먼지의 가장 중요한 요인, ‘공기 흐름’

    이렇게 대기가 정체되면 외부에서 유입된 미세먼지가 차곡차곡 쌓이기만 하고 잘 흩어지지 않는다. 습도까지 올라가면 대기 중 수증기에 미세먼지가 엉겨 붙어 미세먼지 농도는 더 높아진다. 여기에 더해 온난화로 한반도 평균기온이 올라가고 겨울철 시베리아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대기가 정체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과거보다 연평균 미세먼지 양은 줄어들었음에도 대기질이 더 나빠졌다고 체감하는 이유도 이처럼 대기 정체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후 특성이 미세먼지의 악화에 한몫하는 셈이다. 

    하지만 바람이 분다고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바람 때문에 미세먼지가 심해지기도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이 1월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3년 미세먼지 측정 이후 최악의 미세먼지가 찾아온 올해 1월 11일부터 15일까지 외국으로부터 날아온 미세먼지는 75%에 달했다. 이는 국내 미세먼지 오염에 중국의 영향이 작지 않음을 암시한다(그래프2 참조).

    미세먼지는 바다 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철에는 낮은 수치를 유지하는 반면, 대륙 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봄과 겨울에는 심해진다. 미세먼지 농도는 여름에는 국내 요인이, 봄에는 해외 요인이 결정한다. 겨울철에는 난방 때문에 국내 발생 미세먼지가 많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가 국내 대기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그래프3 참조).

    석탄발전소 노후설비 대폭교체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 폐기 예정이던 삼천포화력발전소 1. 2호기를 2019년 12월 앞당겨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경남 고성 소재 삼천포화력발전소. [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 폐기 예정이던 삼천포화력발전소 1. 2호기를 2019년 12월 앞당겨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경남 고성 소재 삼천포화력발전소. [뉴시스]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최근 석탄(화력)발전소를 지목하는 의견이 많다. 2018년 12월 기준으로 국내 석탄발전은 총 발전설비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61개 석탄발전소 가운데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가 6개나 된다. 

    2011년 전국적으로 블랙아웃이 일어나자 정부는 단기간에 발전 용량을 확대하고자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웠고, 2016년 이후 11개의 석탄발전소가 건설됐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석탄발전 증설이 마무리돼 전력예비율이 충분해지자 2017년 이후 신규 석탄발전소 인허가는 금지됐다. 또 석탄발전소의 낡은 환경 설비를 신규 설비로 대폭 교체해 석탄발전소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현재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미세먼지특별법)에 따라 ‘비상저감조치’ ‘미세먼지 집중관리’ ‘산업 가동률 제한’을 포함한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비산먼지가 다량 발생하는 철거·굴토 등의 공사 기간이 단축·조정되고 열병합발전소와 자원회수시설의 가동률도 하향조정될 예정이다. 또한 노후 차량의 매연저감장치 부착과 조기폐차제도를 시행하고, 도시의 노후 보일러 교체 등도 실시한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의 가동이 미세먼지가 심한 봄철(3~6월)에는 중지되고 있다. 올봄에는 보령 1·2호기와 삼천포 5·6호기가 가동되지 않았다. 또한 정기 예방 정비를 봄철에 실시해 60개 화력발전소 중 48개가 최소 10일부터 최대 45일까지 가동 정지된다. 또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석탄발전소의 출력을 80%로 제한할 것을 제도화했다. 이와 함께 봄철에는 가격은 비싸지만 오염물질 배출량은 적은 저유황탄을 사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봄에는 4700t의 미세먼지가 감축됐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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