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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中 서북부 오지가 국경무역과 관광 요지로

일대일로가 불러온 상전벽해…中 언론은 찬사 일색이나 국제사회 평가는 엄혹

  • 하종대 동아일보 기자 orionha@donga.com

中 서북부 오지가 국경무역과 관광 요지로

중국 서북부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성도 우루무치시에 있는 경제개발구. 고대 비단길이자 일대일로의 핵심 통로인 이곳은 현재 일대일로 특수를 맞아 타워크레인이 안 보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건설이 한창이다. [하종대 기자]

중국 서북부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성도 우루무치시에 있는 경제개발구. 고대 비단길이자 일대일로의 핵심 통로인 이곳은 현재 일대일로 특수를 맞아 타워크레인이 안 보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건설이 한창이다. [하종대 기자]

4월 17일 오후 7시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 훠얼궈쓰(霍爾果斯)시의 국제변경합작센터. 카자흐스탄과 맞닿아 있는 국제무역 지대로 면적이 5.28km2에 이른다.


중국 서북부 국경무역 폭발적 증가

해가 뉘엿뉘엿하자 여기저기 건물에서 보따리 상인들이 쏟아져 나온다. 건물 옆 광장엔 이들이 산 물건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혼자 들고 갈 수 있을 분량이 아니다. 가로세로 50cm 안팎 크기로 포장된 짐이 수십 개씩이다. 

카자흐스탄 상인들이 이곳에서 주로 사는 물건은 중국산 가전제품과 의류, 생활용품이다. 반면 중국 상인들은 양탄자와 혁대, 모자 같은 모피 제품을 주로 산다. 

한국 제품은 여기서도 인기다. 양국 간 국경무역 장소지만 한국 제품만 파는 건물이 따로 있을 정도다. 주로 화장품과 밥솥, 믹서 등 주방용품이 잘 팔린다. 라면, 과자도 인기다. 이날 한국명품관에서는 중국인 직원들이 쿠쿠밥솥 작동 요령을 익히느라 열심이었다. 직원들은 필자에게 꼬치꼬치 물어본 뒤에야 “이제 완전히 이해했다”며 즐거워했다. 

1962년 중국과 소련의 중소(中蘇)분쟁으로 완전히 폐쇄됐던 훠얼궈쓰 무역 관문은 1981년 재개된 뒤 1992년엔 양국뿐 아니라 제3국의 물건도 사고팔 수 있는 국제무역 지대로 확대됐다. 한국관이 설치되고 이란산 양탄자가 인기를 끌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이곳에 입주한 가게는 5000개 안팎. 토지는 중국 정부가 3.43km2, 카자흐스탄 정부가 1.85km2를 제공했지만 상점 주인의 90%는 중국인이다. 물건을 사러 오는 상인은 하루 1만 명이 넘는다. 

인구 9만 명 규모의 훠얼궈쓰시 내 중심가는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5년 전만 해도 ㎡당 2000위안(약 34만4000원) 정도 하던 것이 지금은 5000위안(약 86만 원)으로 올랐다.


“유목민이 한족보다 잘산다”, 한족 불만

중국의 6대 아름다운 초원 가운데 하나인 나라티 초원. 일대일로의 혜택으로 부유해진 덕에 이제 목동도 오토바이를 타고 양과 소, 말 떼를 몬다. [하종대 기자]

중국의 6대 아름다운 초원 가운데 하나인 나라티 초원. 일대일로의 혜택으로 부유해진 덕에 이제 목동도 오토바이를 타고 양과 소, 말 떼를 몬다. [하종대 기자]

2013년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한 이후 관광객은 물론, 국경무역이 크게 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와 카자흐스탄은 일대일로 5개 노선 가운데 과거부터 유명한 육상 실크로드가 통과하는 지역이다. 

중국-카자흐스탄 국제변경합작센터에서 일하는 리강(李剛) 경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 정책을 내놓은 이후 최근 5년 새 훠얼궈쓰 국제변경합작센터를 찾는 상인과 관광객이 2배로 늘었다”며 “땅은 넓고 인구는 적은 변방의 오지가 이제는 돈과 사람이 몰리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4월 20일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이리 하사커(伊犁 哈薩克) 자치주 신위안(新源)현의 나라티(那拉提) 초원. 해발고도 1800m인 이곳에는 카자흐스탄 유목민 1만5000여 명이 거주한다. 중국의 6대 아름다운 초원으로 꼽히는 곳으로 면적은 서울의 3배인 1800km2다. 

일대일로 정책 이후 동부 대도시에서 오는 한족(漢族)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나라티 초원에서 말과 양, 소를 기르며 살던 카자흐스탄 소수민족의 수입이 크게 늘었다. 관광 성수기인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는 하루 수십만 명이 찾는다. 

카자흐스탄 민족인 하오커무(好可木·35) 씨는 과거엔 목축을 했지만 지금은 관광지에서 환경보호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10년 전 월 2000위안이던 수입이 지금은 5000위안 정도로 늘었다”며 “일대일로 정책이 뭔지는 잘 몰라도 소득이 늘어 기분 좋다”고 말했다. 

관광지역 셔틀버스 기사로 일하는 한쥔(韓軍·53) 씨는 “양은 한 마리가 2000위안, 말은 1만 위안인데 유목민은 보통 가구당 100마리 이상 갖고 있다”며 “내 월급이 3400위안인데 목축민이 한족보다 부자”라고 말했다. 그는 “한족은 말을 사도 초원에 방목할 수 없다”면서 “소수민족 우대정책에 따른 차별”이라고 불평했다. 

일대일로 비단길 가운데 중앙아시아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우루무치(烏魯木齊)는 지금 ‘공사 중’이다. 시내 어디를 가도 타워크레인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새로 건설되고 있는 신시가지는 과거 시내 거리와 완전 딴판이다. 바둑판처럼 뻗은 널찍한 도로에 40~50층 높이의 마천루가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
 
중국 서북부의 도시 간 간선도로 역시 선진국 도로를 뺨친다. 이닝(伊寧)에서 나라티로 향하는 6차선 도로는 전체 폭이 50m가 넘는다. 중앙분리대에 2m, 도로 양쪽에 각각 2m 너비의 공간을 두고 가로수를 심었다. 도로 양쪽 가로수 밖으로 다시 5m 너비의 보로(輔路)를 만든 뒤 양옆으로 10m 너비의 공간에 가로수를 심었다. 

물론 아직 넓히지 않은 옛 도로나 포장되지 않은 흙길도 있다. 또 칸막이 없이 구멍만 뚫린 화장실도 있다. 하지만 새로 건설되는 건물이나 도로는 초현대식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인 학자는 “2000년대 초반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시절 정부가 주창했던 서부대개발이 구호에 그쳤다면 시 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는 낙후된 중국 서부지역을 개발하고 소수민족의 소득을 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 개혁·개방 제치고 온통 일대일로 선전

중국과 카자흐스탄 접경지역에 위치한 훠얼궈쓰 국제자유무역구에서 중국 제품을 무더기로 구매한 카자흐스탄 상인들이 물품 포장을 마치고 짐 실을 차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과 카자흐스탄 접경지역에 위치한 훠얼궈쓰 국제자유무역구에서 중국 제품을 무더기로 구매한 카자흐스탄 상인들이 물품 포장을 마치고 짐 실을 차를 기다리고 있다.

요즘 중국 신문이나 방송의 화두는 일대일로다. ‘신화통신’은 일대일로 관련 기사만 따로 묶어 보도한다. 중국중앙방송(CCTV)이나 중국인민라디오방송(CNR)은 뉴스를 전할 때마다 일대일로 뉴스를 앞자리에 몇 개씩이나 할애한다. 이전에 선전하던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사회 건설’이나 ‘사회주의 현대화’ 구호는 사라진 듯하다. 

일대일로는 단순히 중국과 인접 국가를 잇는 과거의 실크로드 재현에서 벗어나 ‘개방, 발전의 새로운 신천지를 열었다’는 찬사까지 나온다. 일대일로가 시 주석의 권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동력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언론은 4월 25~27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2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보도하면서 일대일로 관련 프로젝트가 3000개에 이르며, 중국이 연선(沿線) 국가에 투자한 금액은 900억 달러(약 104조3000억 원), 연선 국가와 맺은 프로젝트 계약액은 6100억 달러(약 707조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2017년에 이어 두 번째인 올해 정상포럼엔 37개국의 정상급 인사가 참가했다고 자랑했다. 


시진핑 주석 선전 책자들은 늘 서점의 맨 앞 ‘중점 출판물’ 자리를 차지한다. 가장 눈에 띄는 맨 위 칸엔 시 주석 책자를, 그다음 칸에 마오쩌둥 출판물을 배치한 것이 눈길을 끈다. 과거엔 절대 찾아볼 수 없던 장면이다. [하종대 기자]

시진핑 주석 선전 책자들은 늘 서점의 맨 앞 ‘중점 출판물’ 자리를 차지한다. 가장 눈에 띄는 맨 위 칸엔 시 주석 책자를, 그다음 칸에 마오쩌둥 출판물을 배치한 것이 눈길을 끈다. 과거엔 절대 찾아볼 수 없던 장면이다. [하종대 기자]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를 중국과 세계를 하나의 공동운명체로 묶는 프로젝트라고 선전한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평가는 아직 엄혹하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89%를 중국 기업이 독식하고 있어 다른 나라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생산과잉을 연선 국가에 떠넘기고 나아가 연선 국가를 종속국으로 만들기 위한 패권정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때문에 과도한 부채로 허덕이고 있다. 일대일로가 국제사회에서 환영받으려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신장자치구, 소수민족은 감시 대상
교차로마다 파출소, 200~300m마다 경찰 초소
웨이우얼 소수민족이 많이 사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는 한족이 대다수인 동부 도시들과 달리 교차로마다 파출소가 자리하고 길거리에는 200~300m 간격으로 경찰 초소가 설치돼 있다. 또 도로에는 시위 폭력사태 등 유사시 언제든 신고할 수 있도록 약 100m 지점마다 위치 번호를 써놓았다(작은 사진).

웨이우얼 소수민족이 많이 사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는 한족이 대다수인 동부 도시들과 달리 교차로마다 파출소가 자리하고 길거리에는 200~300m 간격으로 경찰 초소가 설치돼 있다. 또 도로에는 시위 폭력사태 등 유사시 언제든 신고할 수 있도록 약 100m 지점마다 위치 번호를 써놓았다(작은 사진).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내 소수민족이 많이 사는 도시는 모든 거리마다 100m 안팎 간격으로 바오징뎬(報警點·경찰 신고지점)이 설치돼 있다. 바오징뎬에는 위치를 알려주는 일련번호가 적혀 있다. 유사시 경찰에 신고할 때 위치를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바오징뎬 번호만 얘기하면 곧바로 경찰이 신고 위치로 출동한다. 보통 1~2분이면 출동하고 3분을 넘기지 않아 소방차보다 빠르다고 현지 주민들은 전한다. 

주요 건물이나 대로의 중요 지점에는 몇백m 간격으로 경찰관이 직접 보초를 서는 징우뎬(警務點·경찰 초소)이 있다. 또 대로의 교차로마다 우리나라의 파출소보다 약간 큰 징우잔(警務站)이 있다. 고속도로나 주요 간선도로의 입·출구에는 톨게이트와 함께 검문소도 설치돼 있다. 검문소에서는 총과 방패를 든 경찰관이 검문한다. 

외국인의 경우 여권을 보고 통과시켜주는 곳도 있지만 마치 국제공항처럼 차량에서 내려 검문 장소로 이동한 뒤 신분을 확인하고 몸과 짐 검색을 받을 것을 요구하는 곳도 많다. 뭐 하는지, 왜 왔는지 묻고 얼굴사진까지 찍는다. 

주요 상점이나 음식점에도 검색대가 마련돼 있다. ‘안전원’ 완장과 경비 복장을 한 사람이 짐과 몸을 검사한다. 한족 주민이 대부분인 중국 동남부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거리는 소수민족의 독립운동을 의식한 듯 각종 선전구호가 가득했다. 다헤이추어(打黑除惡)는 한족이 사는 지역에서 조직폭력과 마약 같은 범죄를 근절하자는 뜻이지만, 소수민족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는 독립 시위나 집회를 사전에 예방하고 발생하면 빨리 진압하자는 의미다. ‘중화민족은 한 가족’이니 일치단결해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자는 문구도 곳곳에 내걸려 있다. 그만큼 일치단결이 안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테러 방지 및 대피 훈련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다시거우(大西溝) 푸셔우(福壽)산 관광구에서는 대낮에 갑자기 관광객들을 한 건물 안으로 몰아넣었다. 알고 보니 테러 대피 훈련이었다. 

이 지역의 고속도로나 시내 도로에 과속 방지를 위한 속도 감지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제한속도 이하로 가는데도 매번 플래시가 터져 기사에게 물어보니 “차량번호와 승차한 사람을 확인하기 위해 찍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한 학자는 “이처럼 초소가 많아지고 감시가 심해진 것은 둥투(東突)조직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둥투는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의 약칭으로 신장웨이우얼자치구에서 무장독립운동을 하는 단체다. 1997년 결성됐으며, 중국 정부는 2002년 테러조직으로 규정했다. 

푸셔우산 관광구에서 만난 한 서양인 관광객은 “마치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에 온 느낌”이라며 “팔레스타인이 사는 가자지구나 웨스트뱅크도 경찰 초소와 검문소가 이처럼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9.05.03 1187호 (p42~45)

하종대 동아일보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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