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74

2019.01.25

사회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로 미세먼지 잡는다

서울시, 2022년까지 22만 대 보급…열효율도 높아 일석이조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9-01-25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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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면 하루가 멀다하고 미세먼지로 뒤덮인다. 멀리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가 미세먼지에 가려 희미하게 비친다. [뉴시스]

    겨울이면 하루가 멀다하고 미세먼지로 뒤덮인다. 멀리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가 미세먼지에 가려 희미하게 비친다. [뉴시스]

    겨울만 되면 파란 하늘 보기가 어렵다. 특히 본격적으로 서풍이 부는 11월부터 날이 풀리는 4월까지 미세먼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전국을 뒤덮는다. 중금속이 포함된 미세먼지는 단순히 ‘먼지’로 치부하기엔 인체에 너무 해롭다. 

    미세먼지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해외에서 오는 외부 원인도 있지만 국내에서 발생하는 내부 원인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겨울철 난방 연료로 사용되는 연탄, 땔감, 노후 보일러 등에서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공기 중에 떠다니며 질환을 유발한다.

    내부 원인 중 겨울철 ‘난방’ 큰 비중

    특히 겨울철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가정용 보일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x) 등 대기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의 원인은 난방발전 39%, 자동차 배기가스 25%, 비산먼지 22%, 건설기계 12%, 생물성연소 2%였다(그래프1 참조). 비중이 가장 높은 난방발전에서 상업용 보일러와 가정용 보일러가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질소산화물 배출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차 배기가스 46%, 난방발전 36%, 건설기계 18% 순이었는데 난방발전에서 상업용 보일러와 가정용 보일러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90%에 이른다. 

    특히 보일러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오래될수록 오염물질 배출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노후화로 안전상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는데, 사용연한에 대한 의무 기준이 없고 대기오염물질 배출 허용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난방설비 변경만으로 대기오염을 상당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환경부 인증을 받은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다.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는 열효율이 92% 이상이고, 질소산화물도 20ppm 이하로 배출된다(그래프2 참조). 



    10년 이상 된 일반보일러는 질소산화물 배출 농도가 173ppm 이상이며 열효율도 80% 수준이다. 이에 비해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는 일반보일러와 비교해 열효율이 12%p 높고, 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 생성의 주요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 농도도 10% 수준이다. 열효율이 높아 난방비 역시 연간 13만 원가량(연간 난방비 100만 원 사용 가구 기준)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일반보일러를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로 교체하는 가정에 보조금 16만 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 지난해 10월까지 총 9000대를 보급했다. 또 고농도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겨울철에 대비하고자 지난해 말까지 찬환경 콘덴싱보일러 2만 대를 집중 보급했고,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해 2022년까지 총 25만 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해 10월 3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가운데 10년 이상 된 노후 일반보일러를 보유한 604개 단지, 총 18만여 가구를 우선 보급 대상으로 정했다.

    “교체 이후 변화 실감”

    지난해 12월 25일 관악구 동명아동복지센터 보일러 교체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 서울시]

    지난해 12월 25일 관악구 동명아동복지센터 보일러 교체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 서울시]

    보일러 교체에 따른 반사이익은 또 있다. 10년 이상 된 일반보일러 25만 대를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로 교체할 경우 도시가스 사용량을 연간 1988만㎥ 줄일 수 있다. 이는 서울시 3만3424가구가 1년 동안 사용 가능한 양이다. 또 서울시 전체 가정용 보일러에서 연간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의 10%(500t/년), 30년생 소나무 724만 그루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4만7790t/년)과 맞먹는 대기오염물질 저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2015년 말 기준 전체 가정용 보일러 약 395만 대 가운데 10년 이상 된 노후 일반보일러가 약 36%인 129만 대인 것으로 파악했다. 15년 이상 경과된 노후 일반보일러는 전체의 14%인 49만 대였다. 10년 이상 된 일반보일러를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로 전량 교체할 경우 질소산화물 2587t, 15년 이상은 983t을 줄일 수 있다. 이는 각각 서울 전체 가정용 보일러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의 51.2%와 19.4%에 해당하는 양이다. 

    서울시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교체 사업에 동참한 시민들은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 관악구 봉천동 동명아동복지센터는 10년 이상 된 보일러를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로 교체했다. 잦은 고장으로 수리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겨울철에 적정 실내온도에 도달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아이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센터 관계자가 보일러 수리를 위해 알아보니 새로 사는 비용과 맞먹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 사업 내용을 알게 돼 신청했고, 대상자로 선정됐다. 

    센터 측은 친환경 콘덴싱보일러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연희 동명아동복지센터 사무국장은 “교체 전날에도 보일러가 멈춰 한파에 아이들이 고생했다. 교체 후 소음이 들리지 않고,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다. 가동하면 금세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상당히 만족스럽다. 기존 보일러에 비해 유지비가 덜 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일러 교체 사업에 국내 제조사들도 동참했다. 지난해 10월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대성쎌틱에너시스, 롯데알미늄기공사업본부, 린나이코리아, 알토엔대우 등 6개 보일러 제조사와 금융사가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확대 보급’ 업무협약을 맺은 것. 지난해 말까지 신청 가구를 대상으로 보일러 설치비를 10% 할인해주고, BC카드/신한카드 결제 시 12개월 무이자할부 혜택도 제공했다. 

    여기에 서울시는 에코마일리지를 최대 5만 마일리지까지 받을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에코마일리지는 전기(필수), 도시가스, 수도, 지역난방 등 두 종류 이상의 에너지 사용량을 6개월 단위로 직전 2년간 같은 기간의 평균 사용량과 비교해 에너지를 절감한 정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2019년 2월 말까지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를 설치한 서울 시민이 에코마일리지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다음 달 에너지 사용량을 지난 2년간 같은 기간 대비 5% 이상 줄였을 경우 모바일 문화상품권 3만 원을 제공한다. 

    이보다 더 끌리는 점은 교체에 따른 난방비 절감 효과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연간 100만 원의 난방비가 발생하는 가정에서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로 교체할 경우 연간 약 13만 원이 절약된다. 특히 구매비 할인, 에코마일리지 적립 등 모든 혜택 적용 시 설치 후 6년이면 90만 원가량의 구매 비용도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표 참조). 

    해당 사업과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보조금 지원 방식으로는 많은 수의 노후 보일러를 교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보일러 제조사, 금융사와 공동 노력으로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보급 규모를 대폭 확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일러 교체 사업 이외에 서울시는 법적 보완을 위해 관계부처에 건의도 계획하고 있다. 노후 일반보일러가 초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음에도 대기오염물질 배출 허용 기준은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적정 사용 연한과 상관없이 수리 불가능한 고장이 발생하거나 작동이 멈췄을 때만 보일러를 교체하려 한다.

    서울시, 미세먼지 줄이려 전방위적 노력

    이에 서울시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대기오염 배출원으로 가정용 보일러 지정 및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 신설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시행규칙에 연소기의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 추가 △‘건축법’에 따른 ‘건축물의 설치 기준’에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설치를 지역 여건에 맞게 조례로 제정 등을 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2021년부터 가정용 친환경 콘덴싱보일러의 설치 의무화 제도를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시 역시 의무화 일정을 앞당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는 난방비, 온실가스 배출량, 초미세먼지 배출량 저감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교체를 원하는 시민은 구매하고자 하는 보일러 제조사와 모델을 선택한 후 해당 지역 보일러 대리점에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이후 대리점 기사가 접수 순서에 따라 가정을 방문해 보일러를 설치해준다”고 말했다. 구매 가능한 모델 종류는 서울시 홈페이지나 각 보일러 제조사, BC카드/신한카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는 다산콜센터, 기후환경본부 녹색에너지과, 대기정책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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