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7

2015.12.16

공안 vs 특수, 골치야 골치

총장 1년 차 ‘김수남號’ 인사 향방 두고 설왕설래…서울중앙지검장 등 빅4 막판 경쟁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5-12-15 13: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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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안 vs 특수, 골치야 골치

    제41대 검찰총장에 취임한 김수남 총장이 12월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취임사를 하는 모습. 뉴시스

    12월 2일 김수남(56·이하 사법연수원 16기) 검찰총장 취임 이후 곧바로 단행될 것으로 보였던 고등검사장(고검장)급 인사가 늦춰지면서 그 배경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통상 총장 취임 후 고검장급 검찰 인사는 12월 말 단행되는 게 관례였지만 이번에는 내년 4월 총선과 노동개혁 입법 갈등으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인사가 늦춰지면서 법조계와 검찰 내부에선 온갖 얘기가 설왕설래하고 있다. 특히 검찰 내 최고 요직인 ‘빅4’(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공안부장) 인선을 두고 청와대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이 서로 다른 이를 밀고 있다는 설도 흘러나온다.  

    서울중앙지검장 18기 경쟁 치열

    이번 고검장급 인사의 핵심은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누가 꿰차느냐다. 과거 빅4의 핵심이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기능을 특수부를 4개씩이나 거느리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장이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013년 4월 폐지되고 반부패부가 신설됐지만 권한이나 검사 및 수사관 수, 수사권 등 여러 면에서 예전 같은 지위나 권한을 가졌다고 보기 힘들다. 실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대기업 비리나 지난 정권 비리를 전담 수사해왔다. 더욱이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는 검찰총장 자리로 가는 보증수표가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법조계에서 가장 많이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사는 김주현(54·18기) 법무부 차관이다. 김 차관은 서울대 법대 출신에 법무부, 대검찰청 등 보직관리가 잘 돼 있는 데다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국무총리를 도와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도 현 정부의 신임을 두텁게 했다. 또한 우병우(48)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과도 꽤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2월 3일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 발표와 관련해 법무부가 여론의 질책을 받자,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김 차관의 처신이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검찰 내부에선 김 차관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사법연수원 18기 가운데 김 차관을 대체할 만한 후보로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 관련 특별수사팀 수사팀장을 맡았던 문무일(54) 대전지검장과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오세인(50) 서울남부지검장이 거론된다. 총장이 대구 출신이라 지역 안배 차원에서 광주 출신인 문 지검장을 발탁할 가능성도 있지만, 공안 인사를 선호하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다면 오 지검장이 발탁될 개연성도 높다. 그러나 오 지검장의 경우 정무 감각은 탁월하나 의중을 알 수 없는 스타일로 평가돼 청와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이 있다.
    사법연수원 18기 중 특수통 검사로 유명한 강찬우(53) 수원지검장도 물망에 올라 있다. 현 총장이 수원지검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쳤기 때문에 더욱 얘기가 무성하다. 하지만 청와대가 그를 낙점하기엔 부담스러운 점이 있다. 수도권 지역 검찰 인사는 “강 지검장은 특수 수사에서 교범과 같은 인물이지만 전임 총장(김진태 전 검찰총장)의 사람으로 분류돼 선택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검장에 만에 하나 사법연수원 19기가 발탁될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내놓는다. 이와 관련 법조계 주변에선 19기 김진모(49) 인천지검장의 이름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계 한 인사는 “김 지검장은 우병우 민정수석과 대학 과 동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다.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는 아직 벅차다는 평이 있지만 그 자리에 꼭 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특히 총장 1년 차 인사는 총장이 직접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법무부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큰데, 법무부의 경우 황교안 총리의 의중이 많이 반영될 공산이 적잖다”고 귀띔했다.  
    빅4 가운데 안태근(49·20기) 법무부 검찰국장과 정점식 대검찰청(50·20기) 공안부장은 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 부장은 지난해 법무부 통합진보당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TF(태스크포스)팀장으로 통진당 해산을 이끌면서 여권과 청와대에 좋은 인식을 심어줬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리는 것까지 고려하면 정 부장은 안정적인 선거관리를 하려는 정권의 뜻에 따라 자리를 보전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또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자리에는 박정식(54·20기) 울산지검장과 김기동(51·21기)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장 겸 대전고검 차장 등이 거론된다.
    공안 vs 특수, 골치야 골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후보 ‘0순위’로 거론되는 김주현 법무부 차관, 공안통인 오세인 서울남부지검장과 특수통인 강찬우 수원지검장도 물망에 올라 있다(왼쪽부터).


    16~18기 무더기 엑소더스?

    고검장 인사를 앞두고 검찰 내 사법연수원 기수별 하마평도 무성하다. 일단 김수남 검찰총장과 같은 기수인 임정혁(59) 법무연수원장을 비롯한 16기 2명의 퇴임은 기정사실화됐다. 17기 가운데 조성욱(53) 대전고검 검사장의 퇴임도 확실시되고 있지만, 검찰총장 후보 물망에까지 올랐던 김경수(55·17기) 대구고검 검사장은 1년 연장설이 도는 등 퇴임 여부가 불투명하다. 문제는 검사장급만 12명이 포진한 18기다. 이번 인사에서 김주현 차관을 제외하고 11명의 동기가 고검장 자리 2~3석을 두고 불꽃 튀는 승진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선 이번 인사 이후 18기 중에서도 여러 사람이 물러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번 검찰 인사에서 검찰 내 주요 보직을 놓고 특수 라인과 공안 라인의 경쟁도 관심사다. 검찰 내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검사는 특수나 공안 중 적성을 발휘하는 분야에 지속적으로 근무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특수부 검사들은 사건 처리에서 정치적,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 거의 없다. 반면 공안부 검사들은 집회나 시위, 대공 분야 등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사건을 상당수 접하기 때문에 정치 감각이 필요하다.
    청와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의 의중이 반영되는 검찰 인사에선 특수 라인과 공안 라인이 얼마나 자리를 차지해왔는지가 항상 관심사였다. 검찰 출신 법조계의 또 다른 인사는 “이번 인사에는 청와대와 국무총리의 입김이 절대적일 것이다. 양쪽이 같은 사람들을 밀지는 확실치 않지만 공안 라인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확실하다. 총선을 앞둔 시기라 더욱 그렇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이후 특수 라인은 다루기 힘들다는 인식이 정권 내부에 팽배하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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