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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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탈을 쓴 불법다단계?

VIK 신규투자금 2000억 원으로 돌려 막기 혐의…‘고수익 보장’ 내걸고 투자자 유혹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5-12-07 1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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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처투자 탈을 쓴 불법다단계?

    벤처투자를 표방하며 7000억 원 자금을 불법다단계 형태로 모금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의 사옥이 위치한 서울 강남구 한 빌딩. 홍중식 기자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 큰돈을 버는 데 그만큼 큰 위험이 따른다는 이 말은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 주식, 금융 상품, 비상장기업 등 각종 투자 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이다. 그 이면에는 ‘투자금 전부를 잃을 수 있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 그러나 투자금을 모으는 처지에선 이러한 사실을 가급적 은폐하려 한다. 이들은 ‘고수익 보장’ ‘안전한 투자’ ‘원금 보장’ 등 투자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 말로 유혹한다.

    벤처투자와 유사수신, 아슬아슬 줄타기

    이 같은 행위는 모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49조(부당권유의 금지) 2항에 따라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여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로 간주, 불법에 해당한다. 또한 출자금 전액 또는 출자금을 초과하는 수익 지급을 약속하고 투자금을 받는 행위로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법) 제2조 1항에 따라 불법에 해당되기도 한다.
    법적으로 명확한 규제가 있음에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끌어모으는 불법업체가 늘고 있다. 최근 한 벤처투자회사 경영진도 이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1월 26일 서울 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1부(박찬호 부장검사)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이모(49) 씨와 경영지원 부사장 범모(45) 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VIK는 2011년 설립된 회사로 유망 투자기업을 발굴해 미래성장 가능성을 예측하고 투자 이후 해당 기업이 상장하면 투자금을 회수하는 일반적인 벤처투자회사를 표방하고 있다. 해당 업체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본사를 두고 영업사원에게 투자금 수집 실적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식으로 총 3000여 명의 단계식 영업조직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현재까지 영남, 강릉, 호남 등에 지사를 설립할 정도로 사세를 확장했고 8만여 명으로부터 투자금 7000억 원가량을 모았다. 이 돈은 얍(YAP), 말리커피, 벨포트, 신라젠, eWBM, 포켓모바일 등 60여 개 벤처기업에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6월 불법투자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과 전직 회사 관계자 등 117명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하고 해당 업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왔다. 주요 혐의는 △벤처투자회사로 알려졌지만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업체인 점 △투자 위험이 큰 비상장주식과 벤처회사에 투자하면서 원금 보장과 확정 수익 등을 약속한 점 △신규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 가운데 2000억 원을 기존 투자자들에게 ‘돌려 막기’식으로 지급한 점 등이다.
    투자금 7000억 원 가운데 1500억 원가량은 투자자들에게 원금 보장을 약속하며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는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검찰조사 결과 이들은 투자금의 10%는 영업직원에게 수당으로 지급하고 10%는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해 나머지 투자금 80%만으로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VIK 측은 12월 1일 주요 일간지에 지면광고를 내고 ‘법적 검증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VIK 관계자는 여러 혐의 가운데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업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인가를 못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법적 한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가를 받으려면 사모펀드나 공모펀드 형태가 돼야 하는데 사모펀드는 보통 1인당 1억 원 이상 투자해야 하므로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는 구성할 수 없다. VIK는 최소 투자금 300만 원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어 공모펀드에 들어가지만 자산총액의 10% 이상을 증권에 투자할 수 없고, 비상장주식에도 투자할 수 없는 등 펀드 운용에 제한이 따른다.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사정으로 인가를 받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처투자 탈을 쓴 불법다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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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여부, 재판 결과 나와야 알 것”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금을 끌어모은 유사수신 혐의에 대해서는 “사업 초반 단 한 차례 확정 수익을 보장한다고 설명한 적이 있지만 이후 지금까지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총투자 120여 건 가운데 18건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예를 들면 주가연계증권(ELS)과 비슷하게 과거 수익률을 측정할 수 있다. 투자자들에게 이에 따른 향후 기대수익률을 설명하며 ‘확정 수익 추구형’이라고 명시했다. 또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투자금 손실의 위험이 있다는 점도 알렸다”며 유사수신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새로운 투자자들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돌려 막기 행위에 대해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회사가 인가를 받지 못해 현재 지위가 ‘익명의 조합’ 형태로 분류돼 있다. 기업 명의의 통합계좌 하나만 운용하고 있는데 선투자자와 후투자자의 금액이 모두 해당 계좌 한 곳으로 합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금이 들어오고 수익금이 나가는 부분에서 돌려 막기처럼 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보면 불법업체인지 아닌지 알 수 있지 않겠느냐”며 “현재 투자 고객과 피투자업체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 같은 저성장 시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서민에게 ‘고수익’은 확실한 미끼가 되고 있다. 6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사수신 혐의 업체는 지속적으로 늘어 2011년 48개에서 2014년 115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표1 참조). 이들 혐의 업체의 지난해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서울 68개, 경기 16개, 대전 6개, 인천 5개, 부산 5개 등 순이다(표2 참조). 그 가운데 대부분은 수도권(77.3%)에 위치했는데 서울 중에서도 강남 17개, 서초 9개, 수서 8개 등 금융 중심가로 알려진 지역에 상당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유사수신 혐의 업체가 영위한 업종을 살펴보면 △부동산 경매사업, 임야 공동구매, 펜션·고급빌라 개발, 명품매장, 해외카지노, 상가 등 부동산 관련 사업 가장 △비상장주식, 중국 거대기업 펀드, 종합금융컨설팅, 핀테크 등 비상장주식과 증권투자 매매사업 가장 △크루즈여행, 스크린골프, 의료기기 등 제조·조립·판매사업 가장
    △영농조합 및 협동조합, 전통 계조직 등 투자사업 가장 △양계, 생수, 블루베리 등 요식업 및 특수작물 재배사업 가장 등 대부분 투자자가 실체를 쉽게 파악하기 힘든 것들이다.
    일례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소재한 식자재 유통회사 A영농조합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지역 농협, 농협하나로클럽과 연계된 것처럼 버젓이 꾸며놓고 투자자를 모집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학교와 군부대, 마트 등 500여 곳과 거래하고 있으며 향후 프랜차이즈 사업화도 구상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해당 영농조합은 고수익을 보장하며 투자자를 모집하는 유사수신 혐의 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 측은 “해당 영농조합의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사업 계획도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경찰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A영농조합 측의 얘기를 들어보기 위해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나 착신이 금지된 번호라는 음성메시지만 흘러나왔다.

    ‘확정 수익’ 제시하며 자금 모으면 일단 의심

    벤처투자 탈을 쓴 불법다단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는 투자자와 피투자기업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 검증 과정에서 소명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출처 · 홈페이지 캡처

    이 밖에 금융감독원에서 적발한 유사수신 제보 사례는 하나같이 확정 수익을 제시하며 자금을 끌어모았다. 투자회사를 표방하는 B스타펀드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일반펀드와 달리 중국 거대 공기업에 투자한다고 투자자들을 속였다. 이 업체는 해당 펀드에 투자하면 투자 원금에 따라 수익금을 매일 3~3.5%씩 총 150~600%가 될 때까지 지급한다고 홍보했지만 이는 모두 약정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또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투자회사 C트레이더는 외환선물거래인 FX마진거래(외환차익거래)를 통해 1년 반 동안 투자 원금에 따라 월평균 3~8%의 고수익을 보장하고 만기 후에도 원금을 보장해준다며 허황된 약정을 제시했다. 특히 외환선물거래는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고 일반투자자가 수익률을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 업체가 제시한 수익률만 믿고 돈을 건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문가들은 유사수신행위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일훈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정책개발본부 기획홍보팀장은 “벤처투자의 경우 유망업종 주식이나 유망기업을 대상으로 투자가 이뤄지는데 이 ‘유망’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객관적이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언론에 언급되고 가시적 성과가 보이는 기업들은 상당한 투자금이 들거나 진입장벽이 높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벤처투자자들은 투자를 크게 하지 않아도 지분을 많이 가져갈 수 있는 상장 이전 단계 기업에 눈을 돌린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 회사들은 게임업체, 정통 제조업, 바이오기업 등 정보 수집 등을 통한 전문 투자 분야를 확보해 투자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이러한 부분을 기본적으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VIK가 유사수신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것과 관련해 장 팀장은 “벤처투자회사는 대부분 기관이나 일반 법인 등 50인 이하가 참여하는 사모펀드 시장이어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경우는 없다. 펀드에 참여한다는 건 전문적인 투자회사에 투자금을 맡긴다는 뜻으로 해당 업체가 합법적인지 여부는 투자자들이 관련 기관에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여부를 투자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회사 명칭을 사용하는 업체가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 ‘서민금융 1332’ 인터넷 홈페이지(s1332.fss.or.kr)에서 조회해보면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민생침해 5대 금융악 시민감시단’을 활용해 유사수신행위를 감시하고, 퇴직경찰관을 채용해 유사수신업체에 대한 정보 수집 활동을 하는 등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많은 유사수신업체가 적법한 금융회사 혹은 외국계 투자회사인 것처럼 사칭하고 고수익을 미끼로 여러 분야의 사업을 가장해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들은 취업난으로 고민하는 미취업자 또는 가정주부, 은퇴자 등 목돈 운용에 고심하는 개인에게 지인 소개나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통로로 접근한다. 전문가와 금융당국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개인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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