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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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의혹에 비틀대는 삼성

11월 8일부터 시작되는 프리미어12 난망…국가대표팀 전력에도 비상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lkh@naver.com

    입력2015-10-26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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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박 의혹에 비틀대는 삼성

    사상 최초로 페넌트레이스 5연패를 달성한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주전 투수들의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류중일 삼성 감독.

    부상도 아닌데 팀의 핵심 선수 2~3명이 빠진 채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김인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10월 20일 오후 7시 30분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대구구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미 현장에는 수십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있었다. 김 사장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하겠다”고 말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1위를 차지해 일찌감치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삼성 선수단은 호텔 인터불고 대구에서 합숙하며 10월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릴 한국시리즈 1차전을 대비해왔다. 20일에는 야간 자체 연습경기가 예정돼 있었다. 통상 1위 팀의 연습경기는 10명 안팎의 취재진이 참관하지만 이날은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선수들은 애써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에게 인사했다. 평소 삼성 선수들은 야구장에서 신사적이고 예의 바르며 미디어와도 매우 친화적이다. 야구 전문 취재진 사이에서 평이 가장 좋은 구단 가운데 하나다. 20일에도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평소와 비슷했지만, 어색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삼성 경영진은 그 시간 깊은 고뇌를 거듭했다. 모그룹과 수차례 의견을 주고받았다. 오후 5시쯤 취재진과 만나 애써 다른 화제로 돌려가며 대화하던 류중일 감독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류 감독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리고 김태완 투수코치를 불러 이날 연습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던 투수 명단을 교체했다. 오후 6시쯤 삼성은 7시 30분 구단의 결정을 발표하겠다고 알렸고, 지역방송사가 급히 중계진을 파견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구단은 선수단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수사당국 요청에 적극 협조하겠다.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은 현재 ‘억울하다’고 말하지만 면담을 통해 엔트리 제외를 최종 결정했다. 만약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사규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무겁게 말했다. 삼성 구단은 아직 수사 단계인 점을 고려해 선수 이름을 직접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검경 수사에 결국 엔트리 제외



    파문의 시작은 10월 15일이었다. ‘삼성 간판급 선수 3명이 지난해 겨울 마카오에서 거액의 원정 도박을 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 착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검찰과 별개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또 다른 루트로 첩보를 입수해, 삼성 선수 2명이 마카오 카지노에서 조직폭력배로부터 돈을 빌려 도박을 했다는 혐의로 내사를 시작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삼성은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한 선수들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황상 투수 3명은 11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개최하는 프리미어12 국가대항전 국가대표에 선발된 선수들이다. 경찰은 이미 선수들의 계좌 압수수색과 통신조회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를 시작했다.

    사태는 심각했다. 이미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영장까지 발급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10월 20일까지 삼성 구단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는 10월 25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아무 일 없다는 듯 해당 선수들을 엔트리에 포함하면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구단과 모그룹 이미지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 그러나 핵심 전력을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것 자체가 아직 수사도 받지 않은 선수들에게 지나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주는 행위일 수 있다. 계속해서 결정을 늦추던 삼성은 악화된 여론과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 의지에 결국 엔트리 제외를 결정했다.

    삼성은 이미 선수들의 도박 스캔들 전력이 있어 괴로움이 더 크다. 2008년 불법 인터넷 도박 스캔들에 삼성 선수 16명이 연루됐다. 도박 액수가 크지 않았고 국내에서 이뤄져 외환관리법 위반 등이 적용되지 않았다.

    삼성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1등 기업을 자랑하는 삼성그룹과 달리 만년 2등이었다. 2002년 첫 우승, 2004~2005년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지만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외부에서 선수들을 싹쓸이해와 돈으로 우승했다는 비판도 따라붙었다.

    삼성은 2005년 이후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을 중단하고 철저한 내부 육성 시스템을 도입했다. 류중일 감독은 팀을 맡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 우승 후에는 팀의 핵심 전력인 오승환(한신)의 해외리그 진출을 허락하는 대범한 결정을 했고, 2014년 또다시 우승하는 저력도 보여줬다. 계속해서 스타 선수를 발굴하며 전통 명문 구단을 완성했다.

    모그룹의 초일류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해낸 삼성은 올해 대구구장 시대를 마감하고 내년 초현대적인 새 야구장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절대왕조’로까지 표현되는 삼성의 시대는 올해도 이어졌다. 그러나 선수 몇 명의 해외 원정 도박으로 구단은 물론, 모그룹에게까지 여진이 미치게 됐다.

    도박 의혹에 비틀대는 삼성

    지난해 11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2014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손가락 4개를 펼쳐 보이며 환호하고 있다. 손가락 4개는 4연속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뜻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

    류중일 감독은 누구도 하지 못한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이룬 명장이다. 충언은 물론 직언을 마다하지 않고 코치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며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스타가 즐비한 삼성을 하나로 이끈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은 코치들에게 과감히 맡길 줄 아는 배포가 그의 가장 큰 강점이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팀에 가장 중요한 투수 2~3명을 잃었다. 그동안 그 어떤 명장도 이 같은 상황과 마주한 적이 없다. 2~3명의 핵심 전력이 빠진 것도 최악이지만 이에 따른 팀 전체 분위기, 그리고 외부의 따가운 시선까지 감독이 다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류 감독은 “앞으로 결론(수사)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선수 본인들이 가장 힘들 것이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며 “위기일수록 더 강해야 강팀이다. 투수코치와 대안을 논의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겠다”고 말했다.

    삼성 선수 2~3명의 한국시리즈 엔트리 제외는 11월 8일부터 시작되는 프리미어12에 참가하는 국가대표팀에도 비상 상황이다. 소속 팀에서 제외한 선수를 국가를 대표하는 대표팀에서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아직 삼성이 선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아 매우 조심스럽다. 그러나 대비는 해야 한다. 대신할 선수를 찾아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프리미어12 대표팀은 양현종, 윤석민(이상 KIA), 오승환(한신)이 부상으로 빠져 투수 전력이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름이 거론되는 투수 3명은 핵심 선발투수와 불펜, 마무리 요원이다. 리그 정상급 구위를 갖추고 있어 대체 전력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도박 스캔들은 한국 프로야구의 최대 잔치 한국시리즈는 물론, 야구 국가대표팀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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