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36

2018.05.02

이슈 | 눈 뜨면 돈 베어 간다

음원 스트리밍, 13% 수익분배율 조정으로 1.5~3배까지 오른다

우리가 5000원 더 내야 가수가 곡당 0.07원 더 번다고?

  • 입력2018-04-30 17: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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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을 다운로드해 듣는 사람보다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사람이 더 많다. [ shutterstock]

    음악을 다운로드해 듣는 사람보다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사람이 더 많다. [ shutterstock]

    “음악으로만 먹고사는 게 제 꿈이에요.” 

    마치 신인가수나 지망생의 패기 넘치는 말 같지만 사실은 KBS 예능프로그램 ‘건반 위의 하이에나’에서 래퍼 로꼬가 한 말이다. 로꼬는 음원을 냈다 하면 차트에 진입하는 유명 가수다. 하지만 한국 음원시장의 상황을 보면 유명 가수의 이런 발언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히트곡을 내도 창작자나 가수에게 돌아가는 돈은 전체 수익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 

    한국 대중음악시장 발전을 위해 가수나 작곡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그러나 한동안 방치되다 최근에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음원 수익 재분배에 나섰다. 문체부는 3월 29일부터 저작권 신탁관리 단체들이 제출한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에 대해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음원 수익의 40%를 가져간 유통업체의 몫을 30%까지 낮추고 나머지를 창작자에게 돌려주는 것. 하지만 음원 유통업체는 음원 수익 분배율을 조정하면 음원 서비스 가격을 대폭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래 한 곡이 대중의 취향을 저격해 한 주 내내 1위를 한다면 가수는 얼마를 벌게 될까. 한 주간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들은 노래라 해도 가수가 버는 돈은 300만 원이 채 안 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첫 주 각종 음원사이트 1위에 올랐던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는 645만 회나 재생됐다. 하지만 헤이즈에게 돌아간 수익은 270만 원으로 추정된다.

    음원 이용료를 올려야 분배율 조정

    음원 가격 자체가 낮은 탓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수익분배율이다. 한 이용자가 음원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휴대전화나 PC를 통해 실시간으로 듣는 경우(스트리밍) 곡당 7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이 중 40%인 2.8원을 멜론, 지니 등 음원 유통업체가 가져간다. 나머지 60%를 두고 음반제작사, 작사·작곡·편곡자, 가수·연주자가 나눠 갖는다. 스트리밍 곡당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음반제작사다. 전체 수익의 44%인 3.08원을 가져간다. 작사·작곡·편곡자는 10%(0.7원), 가수·연주자는 6%(0.42원) 받는다. 음원이 1만 번 재생돼야 가수의 경우 커피 한 잔 가격인 4200원을 받는 것. 음원을 다운로드하면 수익분배율은 유통업체 30%, 저작권자 70%이다. 



    이에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한국음악실연자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등 4개 저작권 신탁관리 단체는 문체부에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각각 제출했다. 이 중 한국음반산업협회가 제출한 개정안의 경우 음악 스트리밍에서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비중을 음원 다운로드와 같은 70%로 올리고 일부 ‘묶음상품’ 할인율을 낮추는 방안이 담겼다. 이렇게 해도 가수가 가져가는 수입의 비중은 7%(0.49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보통신(IT) 업계는 개정안대로라면 소비자가격이 급격히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음원 서비스 업체들이 가입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는 자료를 통해 ‘징수금액에 대한 합리적 조율이 있지 않으면 급격한 권리비용 증가로 소비자가격의 대대적인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다. 창작자의 권익 증진을 위한 개정이 음원시장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창작자 권익과 소비자 후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업계 추산 인상폭은 높았다. 현재 9000원 수준인 30곡 묶음 다운로드 상품의 경우 최대 1만6000원, 1만 원 수준인 무제한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상품은 3만4000원으로 3배 이상 오를 수 있다는 것. 음원업계는 “업계가 가져가는 40%는 스트리밍 서버 관리 등 이용자에게 음원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인상폭이 큰 이유를 설명했다. 

    국내에 진출한 애플뮤직, 유튜브 레드 등 해외 스트리밍 업체의 한 달 무제한 이용료는 1만 원대 초반. 현재 6000~8000원인 국내 업체의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료보다 비싸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업체들은 이용료를 해외 업체보다 더 비싸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들은 해외 업체가 국내 규정을 적용받지 않으므로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음원 한 곡의 스트리밍 가격을 올려 음원업체의 수익을 보전한다 해도 1만 원 이상으로 높이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계산해보면 스트리밍 요금은 월 2500원 정도만 올리면 된다.

    스트리밍에 월 1만 원 넘게 받겠다고?

    휴대전화로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 접속한 모습.

    휴대전화로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 접속한 모습.

    현재 스트리밍 서비스 최저가는 업계 1위인 멜론의 7900원이다. 하지만 이 요금을 매달 자동이체하면 5900원까지 떨어진다. 스트리밍 곡당 발생하는 수익은 7원. 역산해보면 월 843곡을 듣는 대가로 소비자가 5900원을 내는 것(표 참조). 843곡을 다 듣는 것도 쉽지 않다. 재생시간만 해도 총 56.1시간이다. 하루 평균 1.87시간씩 음악을 들어야 본전을 뽑을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6 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일일 평균 음악감상 시간은 63분으로 한 시간이 조금 넘는다. 지금도 소비자들은 실제 듣는 양보다 많은 곡을 사는 셈이다. 

    현재 스트리밍 곡당 음원업체가 가져가는 수익은 2.8원. 음원업체가 한 푼도 손해 보지 않도록 수익을 보전하려면 곡당 수익은 9.5원으로 올라야 한다. 과거와 똑같이 월 843곡 재생권한을 산다면 이용료는 8009원이다. 가격 재공지 등 소소하게 발생할 비용을 생각해 곡당 수익을 10원으로 해도 월 이용료는 8430원으로 1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물론 가격 인상으로 스트리밍, 다운로드 등 디지털 음원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이 1만 원 미만이라면 이용량을 크게 줄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6년 온라인 음원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서비스 월평균 이용금액을 전국 단위로 집계한 결과 응답자의 54.7%가 5000~1만 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음원 서비스 이용에 월 1만 원 이상 지출하는 사람은 응답자의 12.4%에 불과했다. 즉 음원 서비스 가격이 5000~1만 원 구간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이용료가 올라도 수요는 크게 줄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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