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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땅 짚고 헤엄치기? 은행의 이자놀이

대출금리 떨어져도 이자는 쑥쑥 갈수록 진화하는 은행의 꼼수

사상 초유 1%대 기준금리에도 은행들 가산금리 인상으로 손실 메워

대출금리 떨어져도 이자는 쑥쑥 갈수록 진화하는 은행의 꼼수

대출금리 떨어져도 이자는 쑥쑥 갈수록 진화하는 은행의 꼼수
결혼 2년 차인 직장인 A(31)씨는 전세 탈출을 위해 틈틈이 부동산 시세를 살핀다. 모아둔 돈이 많지 않아 주택담보대출도 꾸준히 살펴보지만 어째 현실은 신문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돌아가는 것 같다. 사상 초유의 1%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렸다고 대서특필된 지 벌써 반년이 지났건만 피부로 느끼는 대출금리에는 큰 변화가 없다.

기준금리가 내렸으니 지금이 대출 적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기준금리가 내릴수록 신규 대출자에게는 향후 대출이자 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진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신규 대출자에게 떠넘기는 ‘꼼수’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기준금리가 아닌 ‘가산금리’

3월 한국 금융 역사상 첫 1%대 기준금리 시대를 연 이래 한국은행은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1.50%까지 인하했다(그래프1 참조). 9월 10일에는 현행 1.50%를 유지하기로 결정(예상)했으나 재계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실질적인 대출금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이외 자체적으로 추가하는 ‘가산금리’ 때문이다. 가산금리는 대출 상대의 신용상태와 은행의 업무비용 등을 고려해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설정한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는 기준금리만큼 내리지 않거나 도리어 오르는 현상도 발생한다.



가산금리는 당장 대출을 시작할 때의 금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시장과 금융당국의 사정에 따라 변화하는 기준금리와 달리, 가산금리는 대출이 만기될 때까지 그대로 적용된다. 이 때문에 대출금리만 보고 섣불리 대출을 받았다간 족쇄를 차게 되기 일쑤다.

‘주간동아’는 전국은행연합회 공개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주요 은행 주택담보대출 대출금리 변화 추이를 추적했다. 그 결과 기준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평균금리 또한 하락세였으나 가산금리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여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균금리가 2.98%로 동일한 2015년 5월과 8월을 기준으로 가산금리의 차이가 향후 대출 상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대출 직후에는 5월에 대출을 받은 사람이나 8월에 대출을 받은 사람이나 동일한 금액을 매달 갚으면 된다.

그러나 중간에 기준금리가 바뀌면 상황은 달라진다. 5월 가산금리 평균은 1.07%인 반면, 8월 가산금리 평균은 1.18%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가산금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가 변하면 8월에 대출을 받은 사람은 5월에 대출을 받은 사람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 이는 대출 만기까지 계속 적용된다. 주택담보대출 상환기간이 보통 10~20년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같은 1억 원을 1년 만기로 대출받더라도 5월에 빌렸다면 가산이자는 매월 8만9000원가량을 내면 되지만 8월에 빌렸다면 매월 9만8000원가량을 내야 한다. 처음에는 같은 대출금리로 돈을 빌렸지만 8월에 빌린 사람은 기준금리가 변할 경우 만기까지 총 110만 원가량 이자를 더 낼 수 있다.

대출금리 떨어져도 이자는 쑥쑥 갈수록 진화하는 은행의 꼼수
기준금리 내리면 신규 대출자 되레 손해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고객들의 예금을 받아 그 돈을 다른 고객들에게 빌려준다. 예금에 주는 이자보다 대출에 매기는 이자를 더 높게 설정해 그 차익을 얻는 것이 은행 영업의 기본인데 이를 ‘예대마진’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예대마진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대출금리 하락은 은행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 이때 은행이 영업이익을 보전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다. 신규 대출자에 대한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기존 대출자에 대한 이자수익 감소를 신규 대출자에게 전가하는 꼴이다.

이쯤 되면 은행이 얄미워 보일 수밖에 없지만, 은행 측에도 사연은 있다. 예금과 대출의 본질적인 성격 차이로 인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지난해 8월 발행한 ‘은행 예대금리의 결정요인 : 시장금리의 은행금리 전가에 관한 실증분석’ 보고서는 예금과 대출의 ‘만기 불일치(maturity mismatch)’로 인한 비용을 예대마진 확대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분석한다.

통상적으로 예금보다 대출 기간이 훨씬 길다. 주택담보대출은 보통 10~20년이라는 기간을 두고 이뤄지지만 예금은 1~3년짜리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떠올려보자. 은행의 영업 방식도 단기예금을 받아 장기대출로 돌리는 형태로 이뤄진다. 단기예금은 시중금리의 변화가 빠르게 반영되지만 장기대출은 시중금리의 반영이 더딜 수밖에 없다.

‘자본금비율이 낮고 규모가 작은 은행은 신주발행이 어렵거나 발행비용이 너무 커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해 위축된 자본금을 확충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 은행은 자기자본비율 규제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중략) 대출금리 인상과 예금금리 인하를 큰 폭으로 빠르게 실행하여야 한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론적으로는 타당한 분석이다. 그러나 실증적인 분석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보고서에서도 발표했듯이 규모가 작은 은행보다 규모가 큰 은행들이 시장금리 상승에 대응해 대출금리를 더 빠르게 인상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그 이유를 ‘대형은행들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하여 대출금리를 고객에게 더 빠르게 전가시키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주요 5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는 평균적으로 지난해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그래프2 참조). 그러나 각 은행별로 분석해보면 상당히 다른 변화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대출금리 떨어져도 이자는 쑥쑥 갈수록 진화하는 은행의 꼼수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릴수록 신규 대출자의 부담은 늘어난다.

우리銀 급격한 상승세, 국민銀 이례적 감소세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은행의 최근 급격한 상승세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가산금리를 0.45%p 올리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우리은행은 또다시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0.27%p 올리면서 8월 현재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가산금리(1.27%)를 부과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5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최근 4개월 동안 꾸준한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 4월 1.18%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가산금리를 보여줬던 KB국민은행은 8월 현재 1.05%로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가산금리를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큰 손해를 입는 쪽은 서민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가산금리란 기본적으로 시장 위험을 고려해 반영하는 것이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빨리 위험해지는 계층이 서민이기 때문에 (가산금리로 인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가 급격히 오른 데 대해 우리은행은 평균으로 인한 착시현상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다. 아파트 중도금 관련 집단대출이 대거 반영되면서 평균적인 금리 상승폭이 매우 커 보이는 것일 뿐, 개별 상품별로 따져보면 가산금리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다.”

다른 은행의 해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KEB 하나은행은 ‘주간동아’의 질의에 가산금리의 최근 상승은 ‘평균의 착시’에 의한 것이며 최근 가산금리의 임의적인 인상은 없었다고 답했다. KEB 하나은행 측은 “가산금리는 시장금리 수준에 맞춰 결정하고, 고객들의 실적을 감안해 금리 혜택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은행의 경영방식도 자주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다. 박덕배 위원은 “지금까지 은행들이 (예대마진에 기대어) 상대적으로 편하게 영업을 해왔는데 고령화 시장이나 해외 시장을 겨냥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안 그래도 서민들이 어려운데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영업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도 그 나름대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 해외 시장과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핀테크(금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해 기존 금융서비스가 제대로 커버하지 못했던 시장을 개척하는 IT 금융산업 분야)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5.09.14 1005호 (p42~44)

  • 김수빈 객원기자 subi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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