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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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라서 좋고 ‘함께’라서 더 좋다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5-09-14 1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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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나파밸리(Napa Valley)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급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와인 산지다. 농익은 과일향과 부드러운 타닌이 매력적이다. 그래서일까.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은 힘 있는 레드 와인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와인 애호가에게도 인기가 높다. 하지만 나파밸리가 얼마나 다양한 테루아르(terroir·포도가 자라는 환경)를 가지고 있는지, 테루아르별로 카베르네 소비뇽이 얼마나 다른 맛을 내는지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질학적으로 여러 구조판이 서로 부딪쳐 만들어진 캘리포니아, 그중에서도 나파밸리에서는 200만 년 전 활발한 지각운동이 있었다. 화산 폭발은 높은 지대에 화산암을 만들었고, 샌프란시스코 만은 수위가 오르내리면서 낮은 지대에 퇴적층을 형성했다. 나파밸리 동쪽과 서쪽에 위치한 산맥은 산그늘을 드리워 포도밭마다 하루 중 햇볕을 받는 시간을 각기 다르게 만든다. 태평양과 샌프란시스코 만으로부터 밀려들어오는 차고 습한 안개는 오전 동안 계곡을 서늘하게 식혀줘 포도가 지나치게 농익는 것을 막아준다.

    미국은 테루아르를 기준으로 특정한 맛이 나는 포도가 자라는 지역을 AVA(American Viticultural Area)로 나눈다. 나파밸리는 길이 50km, 폭 10km를 넘지 않는 작은 산지이지만 토양, 햇볕, 안개의 영향에 따라 AVA가 14개나 된다. 14개 AVA는 크게 저지대와 고지대로 나눌 수 있는데, 저지대에 위치한 AVA는 땅이 비옥해 과일향이 진하고 타닌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묵직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이 생산되는 곳이다. 이런 AVA로는 러더퍼드(Rutherford), 오크빌(Oakville), 스태그스 립(Stag’s Leap)이 대표적이다.

    반면 산기슭의 척박한 AVA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은 상큼한 과일맛과 꽃향이 좋고, 타닌이 더 탄탄하며 섬세한 느낌이 많다. 그런 와인을 생산하는 유명 AVA로는 하웰 마운틴(Howell Mountain), 스프링 마운틴(Spring Mountain), 다이아몬드 마운틴(Diamond Moutain), 마운트 비더(Mount Veeder)가 있다.

    여러 AVA에서 생산된 카베르네 소비뇽을 섞어 만든 와인은 레이블에 ‘Napa Valley’라고 적혀 있다. 특정 AVA 것으로만 만든 와인은 레이블에 AVA 이름만 적는 경우가 많으므로, 관심이 가는 AVA는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카펜터는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세 번이나 받은 나파밸리 출신 천재 와인 메이커다. 그는 로코야(Lokoya)라는 브랜드로는 AVA별 테루아르의 맛을 살린 와인을, 카디날(Cardinale)이라는 브랜드로는 고지대 AVA 여러 곳의 포도를 블렌딩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는 자신이 만든 테루아르별 와인을 솔리스트에, 다양한 테루아르의 포도를 섞어 만든 와인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하기도 했다.

    와인은 음악을 닮았다. 독주곡이 주는 개성도 아름답지만 각기 다른 악기와 연주자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협주곡도 환상적이다. 다양한 테루아르가 모여 있는 나파밸리. 나파밸리 와인을 때론 독주곡으로, 때론 협주곡으로 느끼는 것.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을 더욱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다.

    ‘따로’라서 좋고 ‘함께’라서 더 좋다

    미국 나파밸리 고지대 AVA 여러 곳에서 생산된 카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딩해서 만든 와인, 나파밸리 AVA별 테루아르의 맛을 살린 와인과 나파밸리 전경(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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