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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갈수록 낙하산 지옥 01

3명 중 1명은 관피아

전문성 없거나 절차 잘못됐거나…“무조건 안 된다” 대신 자격요건 강화해야

3명 중 1명은 관피아

3명 중 1명은 관피아
최근 KT&G의 새로운 사장 자리를 두고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KT&G는 민영진 전 사장의 사퇴 이후 공석이 된 사장 자리를 놓고 최근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꾸려 후임 사장 인선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정부 고위 관료 출신들이 이 자리를 눈독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 KT&G는 민영화 이후 내부 출신 인사가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그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돼왔다. 담배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가 들어온다면 불안을 초래하고 시장점유율에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2002년 민영화 이후 줄곧 내부 인사가 사장을 맡아온 KT&G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02년 2조306억 원, 5863억 원에서 2014년 4조1129억 원, 1조1719억 원으로 성장했다. “차기 사장은 반드시 전문경영인이 돼야 한다”며 성명서를 낸 KT&G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무조건 외부 인사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시장과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한 사람이 온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정치권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온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9월 2일 KT&G 사추위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후임 사장 인선과 관련한 공모자격, 절차 등을 공고한 상태다. KT&G 측은 “사추위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해당 소문에 대한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사장 선임 때마다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는 곳도 있다. 바로 한국관광공사다. 23명의 사장이 한국관광공사를 거쳐 갔지만 정치인과 관료 출신 등 낙하산 인사가 자리를 차지했고, 내부 인사나 전문경영인이 사장 자리에 오른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업계에서는 “관광산업이 봉이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변추석 전 사장의 사퇴 이후 8월 10일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정창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도 이런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2012년 대통령선거(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대선캠프에서 강원미래발전특별본부장을 지낸 정 사장은 2013년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자리에 오를 때도 낙하산 논란이 있었다. 그는 임기 9개월 만에 강원도지사 선거 출마를 이유로 사퇴했으나 새누리당 경선에서 낙선하며 도지사 선거에는 나가지 못했다. 지난해 7월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됐으나 체육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는 체육계의 반발이 심해 물러나는 등 가는 곳마다 구설에 시달렸다.

대통령도 못 끊은 관피아 문제

낙하산은 위기상황에서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지만 한국 사회에서만큼은 이 말이 긍정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마피아 : 관료 출신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5월 대국민담화에서 “우리 사회 전반에 수십 년간 쌓이고 지속돼온 고질적 병폐를 반드시 끊어내고,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지난해 개정돼 3월 말부터 시행된 공직자윤리법은 일명 ‘관피아 방지법’으로 통한다.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의 취업제한 기간을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1년 늘렸고, 취업제한 기관에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감독, 인허가 규제, 조달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유관단체까지 포함했다. 대상자는 퇴직 후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돼 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취업제한 기관에는 원칙적으로 취업할 수 없다. 퇴직 후 3년 이내 취업제한 기관에 취업하려면 사전에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여부 확인’ 또는 ‘취업승인’을 받아야 한다. 적용 대상은 △재산등록의무자였던 퇴직공직자 △4급 이상 공무원 △7급 이상 경찰·소방·감사·조세·건축·토목 등 인허가 부서 공무원 △공직유관단체 임원(상근 이사·감사 이상) △일부 공직유관단체 직원(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이다. 다만 변호사가 법무법인으로 가거나 회계사가 회계법인으로 가는 등 자격증 소지자가 관련 업체에 취업하는 경우에는 공직자윤리법 제17조 6항에 의해 취업심사 없이 취업할 수 있다.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해 취업제한 기관에 취업한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퇴직 관료들의 낙하산 시도는 여전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해왔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접수된 취업심사 건은 심사보류 건을 제외하면 총 345건. 여기에는 2014년 하반기 임의취업자 일제조사를 통해 적발된 76건 중 업무 관련성 여부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해 심사 보류된 1건을 제외한 75건이 포함돼 있다. 이 중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돼 있던 부서의 업무와 취업예정 업체 간 밀접한 관련성이 확인돼 ‘취업제한’(취업 중 일시 ‘취업해제 조치’) 또는 ‘취업불승인’ 결정을 받은 것은 심사 전 자진 퇴직한 인원을 포함해 67명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임의로 취업한 이들 가운데 일부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 단기 근무자로서 생계형 취업이 인정된 건에 대해선 과태료를 면제했다.

△고위 소방공무원 출신으로 각각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원장, 한국소방시설협회 소장으로 취업 △농림축산식품부 출신으로 각각 한국대두가공협회 전무이사와 한국사료협회 전무이사로 취업 △국방부 출신으로 각각 군수업체 비상근고문과 상근고문으로 취업 △교육부 정책공무원 출신으로 퇴직한 다음 달 곧바로 명지대 국제교류팀장으로 취업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으로 공정경쟁연합회 회장으로 가려던 사무처장 △금융위원회 출신으로 금융사기업 사외이사로 가려던 고위공무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있다 생명보험사 상근고문으로 가려던 인물 등이 취업제한 결정을 받거나 취업해제 조치됐다.

당당한 낙하산들

공기업·공공기관 기관장 및 감사, 기업 사외이사 무더기 낙하산


8월 16일 기업 경영성적 분석 웹사이트 CEO스코어가 340개 공기업·공공기관의 현직 기관장 및 감사 689명의 출신 이력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보면 관피아(관료+마피아) 기관장은 전체 326명 중 116명(35.6%), 관피아 감사는 363명 중 105명(28.9%)이었다. 3명 중 1명은 관피아인 셈이다. 관피아 가운데 주무부처가 퇴직 관료를 내려보낸 ‘직속 낙하산’ 인사는 15.4%에 달했다. 관피아 기관장의 경우 해당 기관의 직속 주무부처 출신 관료가 75명(64.7%)으로 가장 많았고, 관피아 감사는 청와대 등 비직속 주무부처 출신이 74명(70.5%)으로 가장 많았다. 부처별로 보면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관피아가 15명(6.8%)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들은 에너지관리공단,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에 기관장으로 취임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출신 14명(6.3%), 농림축산식품부 출신 8명(3.6%), 해양수산부 출신 7명(3.2%), 문화체육관광부 출신 6명(2.7%) 등도 유관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법조계, 청와대, 감사원, 기획재정부 출신은 115명으로 전체의 52.0%를 차지했다.

기업 사외이사도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 자리다. 8월 27일 경제개혁연구소에서 금융회사 95개의 사외이사 운영 현황과 406명의 경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후보제안자가 확인된 사외이사 227명 중 70.31%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위원들에 의해 후보로 추천됐다. 이는 사외이사 후보가 다양한 경로로 발굴돼 경쟁을 통해 선출되기보다 인맥에 의해 추천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보여준다. 연구소 측은 “406명의 사외이사 중 교수가 30.79%, 경제관료 16.25%, 금융회사 출신 15.52%로 교수 비중이 너무 높고, 실무 분야에서 필요한 전문성을 가진 전문경영인, 변호사(판검사 포함), 회계사 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가 지배하는 공기업과 주인 없는 금융지주그룹의 낙하산 인사,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에서 경영진에게 우호적인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경향, 힘 있는 기업집단이 정부나 감독당국 등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목적으로 사외이사를 영입하는 관행 등이 다수의 표본조사를 통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며 “사외이사 자격기준을 좀 더 엄격히 해 사추위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며, 사추위가 아닌 다른 통로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가 추천되고 선임될 수 있도록 주주총회 사외이사 선임 절차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3명 중 1명은 관피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다.

3명 중 1명은 관피아

세월호 참사의 배후에는 관피아라는 적폐가 있었다(왼쪽). 2014년 12월 9일 오후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일명 ‘관피아 방지법’인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런 사람 NO’보다 ‘이런 사람 OK’

제대로 된 절차를 통해 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면 낙하산 논란이 생길 이유가 없다. 그러나 대다수 낙하산 인사가 공분을 사는 이유는 두 가지다. 전문성이 없거나, 절차가 잘못됐거나. 무능력한 낙하산 인사가 국가 요직을 장악했을 때 어떤 참사가 일어나는지를 우리는 최근까지도 목도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낙하산 인사 관행을 근절하려면 법과 제도를 보완해나가는 것과 함께 사회 저변에 깔린 전관예우 등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사행정학회장을 지낸 진재구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폐쇄적이거나 순혈주의로 경직된 임용 문화를 가진 조직에서는 낙하산이 오히려 전문성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거나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이런 낙하산을 긍정적 시각에서 외부 전문가의 개방형 임용이라고 한다”며 “전문성을 가졌거나 긍정적인 영향력이 있는 외부 인사가 영입됐음에도 무조건 ‘낙하산’이라고 배척하는 분위기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특정 인맥에 의해 날아왔거나 전문성이 없을 때, 말 그대로 특채를 할 만한 무기가 없음에도 임용된 경우를 부정적 낙하산이라고 봅니다. 정식 임용 과정에서 낙하산은 조직구성원 전반의 사기를 저하하고 조직 성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한두 개의 제도를 고친다고 낙하산이 완벽하게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부패는 더 심해집니다. 지금의 제도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공직자윤리법 개정이나 공직자 재산등록제 같은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다양한 제도를 더욱 촘촘히 보완해나가는 것이 부패를 줄이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퇴직한 공직자를 무조건 취업을 못 하게 막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통해 퇴직자의 취업 기회를 보장하는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우리 공직자윤리법에서는 같은 분야 재취업에 대해 3년의 냉각기를 두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선박, 원자력처럼 국민의 안전이나 생명과 직결된 업무에 대해서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재취업을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또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같은 반부패법과 등록된 로비스트만이 공직자와 접촉할 수 있고 접촉 후 결과를 공시하도록 하는 ‘로비스트법’이 마련돼 있습니다. 이런 다층적인 제도 덕에 ‘회전문 인사’가 가능한 사회 분위기가 된 거죠. 그런데 우리는 여러 층위의 규제 장치 없이 ‘무조건 낙하산은 안 된다’고 금지하는데, 이런 식으로는 여러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공무원이라는 인적 자원은 어떻게 보면 세금으로 축적한 소중한 자원인 셈인데,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그는 “낙하산 인사 문제에 접근할 때 ‘이런 사람은 안 된다’는 소극적 자격요건만 강조해왔는데, 그보다는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는 적극적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이 자리에 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대선캠프 출신이 공기업 감사로 와서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했을 때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이 자리에 오려면 이러이러한 경력과 자격이 요구된다’고 명시한 뒤 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무자격자가 오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소극적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쪽으로만 생각하기보다 적극적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을 선발하는 프로세스를 유효하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취준생 울리는 ‘미니 낙하산’

서울지방변호사회, 고위공직자 자녀 취업특혜 의혹 성토


3명 중 1명은 관피아

자녀 취업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왼쪽)과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

직무에 대한 능력이나 자질, 전문성과 관계없이 권력자가 특정인을 주요 직책에 임명하는 것을 낙하산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는 기관장까지 갈 필요도 없이 취업시장에서 특혜를 받는 ‘미니 낙하산’도 속속 등장해 젊은이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8월 법조계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자녀 취업청탁 의혹이 속속 불거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은 2013년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딸을 대기업에 취업시키기 위해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윤리심판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징계시효 소멸을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의 변호사 딸은 지난해 채용공고도 없이 네이버 사내 변호사로 채용돼 특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이 의원은 딸의 채용에 전혀 관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9월 1일 ‘연이은 고위공직자 자녀의 특혜의혹,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한다’는 성명을 내고 윤 의원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태도가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대해서는 네이버 측이 “경북대 로스쿨 교수가 인재라고 추천해 공고 없이 채용했다”고 해명했으나 경북대 로스쿨 측이 네이버로부터 공식적으로 학생 추천을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힌 점, 네이버에 근무하는 변호사 6명 중 5명이 공개채용으로 들어온 점 등을 봤을 때 ‘국회의원 자녀’ 후광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대변인인 임제혁 변호사는 법조계에서 채용 논란이 연거푸 불거지는 근본적인 이유로 로스쿨의 불투명성을 꼽았다. 임 변호사는 “당락과 등수가 공개되는 사법시험과 달리 로스쿨에서는 누가 언제 어떤 성적으로 붙었는지 알 수가 없다. 경쟁에서 미끄러진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자꾸 발생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5.09.07 1004호 (p26~29)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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