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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시리아 난민 다 와라” 독일의 통 큰 결단

메르켈 총리 ‘인도주의’ 앞세워 EU 압박…헝가리는 ‘철의 장벽’ 허문 자리에 철조망 설치

“시리아 난민 다 와라” 독일의 통 큰 결단

“시리아 난민 다 와라” 독일의 통 큰 결단

시리아에서 탈출한 난민들이 철조망을 넘어 세르비아에서 헝가리로 들어오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8월 26일 세르비아와의 국경 175km에 현재 철조망보다 더 높고 튼튼한 난민 방지용 울타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각국이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 몰려드는 난민들 때문에 몸살을 앓는 가운데, 독일과 헝가리 정부가 서로 다른 난민대책을 추진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세르비아와의 국경선에 높이 4m, 길이 175km의 3중 철조망 장벽까지 세우고 난민들의 입국을 막는 한편, 경찰 3000여 명도 국경에 배치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헝가리에 들어온 난민은 14만여 명. 이미 지난해 4만3000여 명을 3배 이상 초과한 상태다.

유럽의 관문이 된 헝가리

난민들이 대거 헝가리로 몰리는 이유는 헝가리가 유럽연합(EU) 회원국이자 ‘솅겐조약’ 가입국이기 때문. 헝가리는 유럽 7개국에 둘러싸인 내륙국이기도 하다. EU 회원국들이 1985년 체결한 솅겐조약에 따르면, 외국인이 가입국에서 비자를 받을 경우 다른 가입국에선 검문검색 없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 솅겐조약에는 EU 29개 회원국 중 22개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비EU 4개국이 가입했다. 이 때문에 헝가리는 난민들이 유럽 각국으로 가는 관문이 되고 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는 루트는 크게 두 개다. 첫 번째는 해상루트. 리비아에서 선박으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나 그리스로 가는 길이다. 그러나 해상루트에서는 선박 침몰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지중해에 빠져 사망한 난민이 최소 25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지중해가 난민의 무덤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새로운 육상루트가 부상하고 있다. 터키-에게 해-그리스-발칸 반도의 마케도니아와 세르비아를 거쳐 헝가리로 간 뒤 유럽 각국으로 흩어지는 루트다. 터키 서부해안에서 에게 해를 건너 그리스 섬들까지 거리는 5km 정도밖에 되지 않아 고무보트를 이용해도 30분 남짓이면 갈 수 있다. 특히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등 중동지역 난민들이 육상루트를 선호한다.



헝가리 정부는 그동안 난민을 막기 위해 경찰을 동원해 최루가스를 발사하고 식수와 음식물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난민들을 막으려면 장벽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솅겐조약 가입국 가운데 국경에 장벽을 세운 국가는 헝가리가 유일하다. 헝가리는 실업률이 높고 경제도 어려워 난민들을 보호·수용할 예산이 부족한 형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헝가리는 1989년 8월 19일 유럽에서 가장 먼저 ‘철의 장벽’을 허물었던 국가다. 당시 헝가리는 동독 주민이 서유럽으로 가는 길목인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 통일의 기폭제 구실을 했다.

반면 독일은 난민 문제 해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독일 정부는 시리아 출신 모든 난민을 입국 경위에 상관없이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 정부의 이런 결정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통 큰 결단에 따른 것. 메르켈 총리는 “난민 문제가 그리스 경제위기보다 EU에 더 큰 도전”이라면서 “전쟁 지역에서 위험을 피해 도망쳐온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의 역사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의 결정은 1990년 체결된 ‘더블린조약’의 적용을 무력화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더블린조약은 EU 회원국이 자국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은 난민들의 망명 신청만 받아들인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유럽 최대 난민 수용국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시리아 출신 난민 4만4417명을 받아들였다. 그런 독일이 시리아 난민에게 국경을 더욱 활짝 열면서, 지금까지 더블린조약을 내세워 시리아 난민의 입국을 거부해온 다른 EU 회원국들에게 상당한 압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의 인도주의적 조치는 무엇보다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옛 동독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동독 주민이 대거 국경을 넘어 다른 국가로 탈출하는 사태를 목격한 바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독일 사회의 통합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최근 난민이 급증하면서 독일에선 옛 동독지역을 중심으로 이들을 증오하는 네오나치 등 극우세력이 다시 활개치고 있다. 이들은 난민센터에 화염병과 폭탄을 투척하는 등 공격행위를 일삼아왔다. 독일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 독일에서 발생한 난민 수용시설에 대한 공격 행위는 모두 202건. 지난해 전체 발생한 198건보다 많다.

난민은 고령화사회 해법?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난민 유입을 통해 경제 성장과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저출산으로 노동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연금 생활자가 크게 늘고 있다. 독일 인구는 1998년 8201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8065만 명까지 줄었고, 중간 나이(중위 연령)는 46.2세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27%를 차지하는 60세 이상 인구는 2050년 3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추세가 계속된다면 유럽 최강국이라는 독일의 지위는 흔들릴 것이 분명하다.

분명한 것은 독일이 모든 난민을 수용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 너무 많은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 EU 국경관리기관인 프론텍스에 따르면 1월부터 7월까지 유럽에 입국한 난민은 34만 명으로, 지난해 1년간 들어온 난민 28만 명을 이미 넘어섰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이 난민들을 골고루 나눠 수용하는 이른바 ‘쿼터제’를 추진하자고 제의했다. 쿼터제는 회원국별로 인구 규모와 국내총생산(GDP)을 40%씩, 실업률과 지난 5년간 난민 수용 규모를 10%씩 고려해 난민을 할당하는 방안을 말한다. 하지만 회원국들은 각기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은 쿼터제를 지지하지만 영국, 헝가리,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등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와 폴란드는 기독교 출신 난민만 받겠다고 밝혔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사태에 직면했다”면서 “분산 수용에 적극 동참하는 회원국들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난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각국이 이기주의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지만, 독일의 선례를 따르기에는 정치·경제적 상황 등 현실의 장벽이 너무 높기만 하다.



주간동아 2015.09.07 1004호 (p66~67)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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