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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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석현준·황의조가 떴다

월드컵 예선 앞두고 ‘슈틸리케호’ 첫 승선…유럽파 초반 부진에 국내파에 힘 실려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5-08-31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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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결사 석현준·황의조가 떴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9월 3일과 8일, 경기 화성(홈)과 레바논 베이루트(원정)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라오스, 레바논전을 치른다. 슈틸리케 감독은 8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안컵에서 7년 만에 우승을 일구고 1월에는 호주아시안컵에서 27년 만에 준우승을 이끄는 등 지난해 10월 부임한 이후 한국 사령탑으로서 적잖은 성과를 냈다.

    최종적으로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무대를 겨냥하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에게 동아시안컵 등 국제대회와 친선 A매치는 과정에 불과하다. 9월 열릴 A매치 2연전도 마찬가지. 그러나 라오스, 레바논전의 중요성은 남다르다. 9월 2연전에서 지켜봐야 할 포인트를 짚었다.

    간절한 소망이자 꿈

    슈틸리케 감독은 1월 호주아시안컵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제주도 전지훈련을 소집했다. 정예 멤버가 아닌 엔트리에 들 가능성이 있는 여러 선수를 불러 테스트하며 “우리는 배가 고픈 선수가 필요하다. 열정과 의욕이 있는 선수라면 경험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발탁하겠다”고 공언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이정협(24·상주상무)이 그 주인공이었다.

    소속팀에서조차 주전으로 뛰지 못하던 이정협은 대표팀 발탁 이후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일약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이번 9월 2연전에서 새로운 황태자가 될 선수는 누구일까. 1순위 후보는 포르투갈 1부리그에서 활약 중인 석현준(24·비토리아FC)이다. 그는 ‘슈틸리케호’가 출범한 이후 처음 승선했다.

    축구팬에게 석현준의 이름은 익숙지 않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독일 분데스리가에 비해 포르투갈 리그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 유럽에서 오래 활약했음에도 인지도가 높은 편이 아니다. 국가대표팀 경력도 짧다. 2010년 9월 7일 이란과 평가전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선 A매치였다. 그러나 석현준은 오래전부터 슈틸리케 감독의 레이더망에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비토리아 이적 전부터 (석현준을) 알고 있었고, 체크했다. 동아시안컵 경기에서의 문제점 중 하나가 골 결정력 부족이었다. 새 얼굴들을 통해 이를 보완하고 싶어 그를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석현준은 CD 나시오날(포르투갈)에서 1월 비토리아로 이적했다. 계약기간은 2018년 6월까지다.

    물론 석현준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자신을 향한 부정적 시각과 막연한 편견을 깨는 것이 급선무다. 그는 경기 용인 신갈고에 재학 중이던 2009년 네덜란드 최고 명문 아약스 암스테르담에 입단해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나, 그게 끝이었다. 그 후 이곳저곳 떠도는 ‘저니맨’이었다. 2011년 여름 FC 흐로닝언(네덜란드)으로 옮긴 뒤 2013년 1월 CS 마리티무(포르투갈)로 떠났고, 다시 반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 알 아흘리 유니폼을 입었다. CD 나시오날을 거쳐 비토리아로 이적하는 등 줄곧 떠돌이처럼 돌아다녔다. 한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슈틸리케호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고 실력을 발휘해야 롱런할 수 있다. 박주영(30·FC서울), 김신욱(27·울산현대)을 통해 나타났듯 슈틸리케 감독은 한 번 기회를 줬을 때 잡지 못하면 다시 돌아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를 이미 알고 있는 석현준은 “지난 시즌(30경기 6골)을 계기로 자신감을 찾았다. 나를 향한 좋지 않은 인식이 있었다는 것도 안다”며 “대표팀은 항상 간절한 소망이자 꿈이었다. 다시 주어진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새로워진, 확실히 달라진 내 모습을 증명하고 싶다”고 다짐하고 있다.

    해결사 석현준·황의조가 떴다
    석현준에 이은 ‘황태자’ 2순위 후보는 성인 태극마크를 처음 단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의 떠오르는 킬러’ 황의조(23·성남FC)다. 그는 팀 내에서 전형적인 ‘9번 공격수’로 뛰고 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미드필더로 분류하면서 마침내 황의조를 불러들였다. 그동안 황의조는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선수 발탁에서 가장 중시하는 소속팀에서의 활약 조건을 충족해왔음에도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토종 선수로는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 고지를 밟는 등 최근 들어 승승장구했고 결국 부름을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황의조에 대해 “꾸준히 지켜봤다. 초반에 기복이 있는 경기력을 보여줬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더라.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해줄 것이라 판단했다. 석현준과 함께 득점력 빈곤을 해결해줄 선수”라고 기대했다.

    석현준과 황의조 외에 새롭게 슈틸리케호에 승선한 선수는 골키퍼 권순태(31·전북현대)와 같은 포지션 김동준(21·연세대)이다. 권순태 역시 그동안 빼어난 경기력에도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하다 이번에 대표팀 주전 수문장 김승규(25·울산현대)와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대표팀 김봉수 골키퍼 코치의 추천으로 태극마크를 단 김동준은 2010년 1월 27일 허정무 감독 재임 중 동아시안컵 대표팀에 선발된 김보경(당시 홍익대 재학) 이후 5년 7개월 만에 탄생한 대학생 성인 국가대표다. ‘넘버3’ 골키퍼라 김동준은 사실상 실전 투입보다 경험 쌓기를 위한 선택이라 볼 수 있다.

    또다시 중용된 유럽파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명단을 발표하면서 “유럽 1부리그에서 출전 기회가 적은 선수와 K리그 클래식에서 전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 중 누구를 선발하느냐에 대한 논란은 항상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표팀에서 뛰기 위해선 소속팀 활약이 필수적’이라고 누차 강조해왔던 그가 이번 명단에 시즌 초반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출전 빈도가 뚝 떨어진 유럽파를 대거 포함한 것에 대한 ‘자기 방어’였다.

    이번 대표팀에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이청용(27·크리스털 팰리스), 분데스리가의 손흥민(23·레버쿠젠) 등 유럽파가 대거 포함됐다. 기성용은 개막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2~3라운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주전 경쟁을 하고 있는 이청용은 2라운드 경기에서 뒤늦게 첫 모습을 드러냈다. 손흥민의 출발도 썩 좋지 않다. 3명 모두 기대와 달리 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지 않은 게 사실.

    슈틸리케 감독은 논란을 예상한 듯 “경기에 잘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이들은 대표팀에서 그동안 잘해왔다. 불안요소는 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믿음을 감안해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유럽파가 9월 2연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슈틸리케 감독이 궁지에 몰릴 수도 있다. 유럽파가 대표팀에서 경기력을 회복해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에 응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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