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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반환점 돈 朴 대통령 체력 보충하고 이대로!

8·25합의로 권력누수 일시적 차단…창조경제 성과 내야 국정 장악력 높아져

반환점 돈 朴 대통령 체력 보충하고 이대로!

반환점 돈 朴 대통령 체력 보충하고 이대로!
8월 21일부터 25일까지 보도된 ‘동아일보’ 1면 헤드라인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한반도 상황을 기승전결로 압축해 보여줬다.

대북 확성기 겨냥, 北 포탄 수발 발사(8월 21일)로 시작된 남북 긴장상황은 ‘北 準전시상태…南 가차 없이 응징’(22일)으로 고조됐다, 김관진-황병서 ‘비공개 1대1 담판’(24일)으로 극적 반전을 이뤘고, 北 ‘지뢰 폭발 유감’…고위접촉 타결(25일)로 해소됐다.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더니, 일촉즉발 대결국면으로 치닫던 남북관계는 8·25합의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체력 보충용 보약

일반적으로 5년 대통령 단임제에서는 임기 반환점을 돌면 권력누수가 시작되고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동안 뭘 했느냐’는 비판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그로 인해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져 성과를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떨까. 얼마 전까지 분위기는 5년 단임이란 물리적 시간 앞에서 박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올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 일이 해마다 되풀이되면서 ‘눈에 띄는 업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국민적 반발을 불러오는 대형 국책사업도 추진하지 않는 그저 그런 정부’로 끝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북측의 포격도발 이후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은 상황은 역설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숙현 시사칼럼니스트는 “8·25 남북 합의 도출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24일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사과와 재발방지’라는 원칙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관철함으로써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함께 높아졌다”고 말했다. 임기 반환점을 돈 박 대통령에게 8·25합의는 권력누수를 막고 임기 하반기를 버틸 체력 보충용 보약이 된 셈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 취임 첫해 미국 방문 당시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DMZ(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 구상을 밝혔고, 지난해 1월 신년회견에서 ‘통일대박론’을 제기한 데 이어 3월 말 독일에서는 ‘드레스덴 선언’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드레스덴 선언 보름 뒤 터진 세월호 참사는 박 대통령이 집권 2년 차에 의욕을 갖고 추진하려던 통일대박론까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만들었다.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국내외 여건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8·25합의는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 구상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한 인사는 “성과에 목말라하던 박 대통령에게 남북 간 합의는 ‘통일대박’으로 향하는 징검다리 구실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타결된 8월 25일은 때마침 임기 반환점을 돈 박 대통령의 후반기 임기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평소 같으면 국내 문제로 티격태격했을 정치권도 ‘한반도’ 문제가 부각되면서 모처럼 여야가 한 목소리로 박 대통령과 정부를 응원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덩달아 박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8월 2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앞으로 국정운영을 잘할 것이라고 본 응답자가 56.4%로 나타났다. ‘잘 못할 것이다’는 부정적 응답은 35.9%였다.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8·25합의 도출로 박 대통령이 앞으로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지켜보자는 기대감이 상승해 하반기 국정 장악력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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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계속하기로 했다’

‘남과 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9월 초에 가지기로 하였다.’

8·25합의 조항 여섯 개 가운데 다섯 번째는 이산가족 상봉에 관한 내용이다. 추석을 계기로 상봉 행사를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하기로 했다’는 대목이 특히 눈길을 끈다.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추석 상봉 외에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최소 한두 차례 더 열릴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의 향후 외교 일정은 8·25합의가 남북정상회담을 향한 출발 신호탄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박 대통령은 9월 3일 중국의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계기로 시진핑 국가주석과 한중정상회담을 갖고, 10월에는 메르스 사태로 연기했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발언권이 큰 미국과 중국 두 나라 정상으로부터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동의와 지지를 확보한 뒤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남북정상회담 만능론을 경계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2000년 6월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던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이후 의약분업에 따른 의료계 파업 사태로 국정운영 동력을 급격히 상실한 일이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사례는 대북 문제와 내치는 별개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북한 문제에서 한숨 돌렸다고 당장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북 문제라는 대외변수 못지않게, 노동 등 4대 개혁과 창조경제에서도 성과를 내야 박 대통령이 하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기조는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구축 등 네 가지. 박 대통령은 8·25 남북 합의 이행을 통해 평화통일 기반구축에 나서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선 내치에서 성과를 내고자 진력할 것으로 보인다. 8월 26일 여당 의원 전체를 청와대로 초청해 ‘4대 개혁’을 당부한 것이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소비활성화 대책’을 확정한 것도 경제부흥과 국민행복이란 국정기조에 발맞춰 성과를 내기 위한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주간동아 2015.08.31 1003호 (p12~13)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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