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0

2015.08.10

대학은 지금 부패와 전쟁 중

양적 성장 못 따라가는 타락한 학술문화, 교수들은 연구보다 정부 요직에 눈독

  • 양 루이 홍콩대 교육학과 교수

    입력2015-08-10 1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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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은 지금 부패와 전쟁 중
    지난 35년 동안 중국 대학교육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과학 분야 출판물과 졸업생 수가 이를 반영한다. 중국의 대학교육이 발전했다는 사실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리처드 레빈 미국 예일대 전 총장 등 일부 전문가는 중국의 정상급 대학들이 영국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본다.

    논문 편수 세계 3위 학술 대국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 정부가 대학에 엄청난 재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기존 중국 문화와 관행이 학문적 우수성을 달성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 성과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중국 대학교육 시스템이 상당한 성장세를 지속해온 건 사실이다. 1999년 이래 대학 입학생 수가 대폭 증가했고, 심사를 거친 논문 수도 유럽연합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에 랭크돼 있다. 이런 발전상에 비춰 중국은 대학교육에 대해 확실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완전히 다른 교육 전통, 각양각색의 외국 교육 패턴 차용, 현대적인 서구식 대학교육 시스템 확립, 눈부신 경제 성장, 방대한 인재풀 등 여러 요인이 한데 합쳐져 중국 고등교육 발전 양상에 흥미를 더한다. 이러한 현상이 지닌 진정한 의미는 서구식 교육모델의 대안을 제시한다는 데 있다.

    현재 중국의 이른바 ‘글로벌 연구 대학’은 중세 유럽에 세워진 대학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중국은 19세기 말 이 시스템을 시험적으로 도입했고 1895년 최초의 현대 교육기관을 설립했다. 그 후 중국은 서구식 대학모델을 현지화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해왔지만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오히려 매우 다른 문화적 유산으로 전통적인 중국식 대학과 새로 도입되는 서구식 대학 간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현대의 중국 대학들은 서구 가치관에 기반을 둔 제도를 확립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전통문화에 기초한 시스템을 택했다. 이 두 시스템이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키면서 대학 운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렸고, 결국 중국 특유의 전통이 대학교육의 현대화를 위한 자산이 아닌 문제점으로 작용하게 됐다.

    학술문화 또한 중국이 풀어야 할 과제다. 학자들의 전문 연구활동과 관련된 행동, 가치, 신념이 모여 이뤄지는 학술문화는 연구 결과, 연구 방식, 연구 인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학술문화는 결정, 행동, 의사소통 등 모든 부분에서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1990년대 이래 중국 학술문화는 타락을 거듭했고 이 타락한 학술문화는 지역 연구기관부터 유수 연구기관까지 깊숙이 침투해 있다. 그 영향은 연구물 표절, 뇌물 혹은 기타 불법적인 수단을 이용한 과학연구 프로젝트 및 연구 보조금 수수,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자행되는 학계 부패와 스캔들 은폐 행위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중국에서는 정부 요직에 발탁되거나 대학 내에서 행정적 지위를 얻으면 순수하게 학문을 연구할 때보다 훨씬 많은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중국 학자들은 학문 연구에 매진하기보다 행정적 지위를 얻는 데 더 몰두하는 덫에 빠진다.

    그런데 관시(guanxi·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 연줄을 뜻하는 중국 표현)의 영향 하에서 의사 결정이 학문적 우수성뿐 아니라 대인관계와 특별대우를 통해서도 이뤄진다. 근면성실한 사람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다 보니 학자들은 빨리 성공하고 손쉽게 이익을 취하는 데 몰두하게 되고, 결국 일상적인 학문활동과 행정 처리 과정에서 개개인의 위법행위를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이러한 독소적인 문화 요소들이 대학교육 발전과 국가 현대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또 기관과 시스템의 왜곡 및 비효율성을 조장하게 된다. 개인과 기관의 기강이 문란해지고, 학문 연구활동 방식에 해를 끼치게 되며, 중국 대학의 학술 문화와 젊은 학생들의 사고를 오염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탓에 중국의 지식을 세계 각국으로 내보내고자 하는 정부의 야심찬 구상이 차질을 빚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선 노력

    대학교육에서 중국 전통과 서구식 교육 사이에 일어나는 문화적 마찰을 볼 때 부패한 학술문화는 중국 교육 시스템에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 여파는 일상에서도 쉽게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교육을 넘어 중국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학문적 부도덕성이 횡행하는 상황에서 1990년대 초부터 중국 정부는 교육정책을 통해 연구 분야의 부정행위를 예방하고자 했다. 2006년 과학기술부와 교육부는 표준 및 규제 마련, 특별 전담 부서 운용, 정책 보고서 제출, 각종 세미나와 포럼 개최, 국제 협력 추진 등을 통해 연구 투명성을 확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일부 대학은 특별 부서를 설치해 학술 비리와 부패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의 범위와 깊이를 따져봤을 때 가까운 시일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노력에도 그들의 숙원 과제인 중국 전통과 서구식 교육의 적절한 융합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중국 대학들은 여전히 서구 최고 대학들과 비교해 크게 뒤처진 상태다. 하드웨어의 경우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했지만, 소프트웨어 개선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국 대학교육 시스템의 오랜 전통이 중국 현대 역사에서 일어난 상당한 사회·문화적 변화에서도 살아남았고, 여전히 중국인들 사이에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대 중국 대학교육의 발전에 전통이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지만 지금까지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중국 대학교육 시스템과 깊이 자리한 학문적 관행들을 통해 봤을 때 중국 교육계는 실용적인 부분은 취하고 이념적인 부분은 버리는 방식을 고수할 것이다. 우수한 일부 중국 대학은 과학기술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 대학 반열에 오르겠지만 전 세계적인 사회·문화적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번역=강찬구 동아시아재단 간사 ckkang@keaf.org

    (영어 원문은 http://globalasia.org/article/china-beware-a-corrupt-culture-is-undermining-higher-education/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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