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9

2015.08.03

조리법, 양념에 따른 특별한 마리아주

닭요리와 와인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5-08-03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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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리법, 양념에 따른 특별한 마리아주
    닭고기는 국민 보양식이다. 무엇보다 값이 저렴하고 가정에서 쉽게 요리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일 것이다. 굳이 보신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삼계탕이나 백숙이 아니더라도 닭튀김이나 닭볶음탕 등 가정에서 즐기는 닭요리는 참으로 다양하다.

    닭요리의 장점 가운데 또 하나는 다양한 와인과 어울린다는 것이다. 고기에는 레드 와인을 주로 곁들이지만 닭고기는 오히려 화이트 와인이나 로제 와인, 가벼운 레드 와인과 잘 맞는다. 닭고기는 육질이 단단하지 않고 질감이 부드러워 타닌이 강한 레드 와인은 오히려 닭고기 맛과 질감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자주 해 먹는 닭요리별로 어떤 와인을 곁들이면 좋을까. 간단한 원칙 두 가지만 알아두면 각 요리에 잘 어울리는 와인을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다. 첫 번째 원칙은 요리의 무게감과 와인의 보디감을 맞추는 것이다. 요리의 무게감은 조리방식이 좌우한다. 삶거나 찐 요리는 무게감이 가볍고 질감도 부드러우면서 촉촉하다. 이런 요리에는 보디감이 가벼운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리므로 삼계탕이나 백숙에는 샤블리(Chablis)처럼 가벼운 와인을 선택해보자.

    반면 기름으로 볶거나 튀긴 요리는 무게감이 있고 질감도 단단해 화이트 와인보다 레드 와인과 궁합이 더 잘 맞는다. 피노 누아르(Pinot Noir)처럼 가벼운 레드 와인이나 코트 뒤 론처럼 보디감이 중간 정도인 레드 와인이 좋은 선택이다.

    두 번째 원칙은 양념에 따라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다. 소금으로만 간을 해 요리에 향이 별로 없다면 음식의 무게감만 고려해 와인을 선택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닭을 요리할 때 맛이나 향이 강한 양념을 썼다면 그 양념에 맞춰 와인을 곁들여야 요리와 와인을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조리법, 양념에 따른 특별한 마리아주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전통 양념은 고추장과 간장이다. 찜닭처럼 간장이 많이 들어간 닭요리에서는 짠맛과 단맛, 그리고 숙성된 간장향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이런 요리에는 미국 캘리포니아나 호주에서 생산된 오크 숙성 샤르도네(Chardonnay) 와인이 잘 어울린다. 따뜻한 기후에서 얻은 농익은 과일향이 짠맛을 순화하고, 오크향과 간장향이 맛있는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닭볶음탕처럼 고추장이 들어간 매콤한 닭요리에는 독일산 리슬링(Riesling) 와인이 딱이다. 독일산 리슬링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아 매운맛과 부딪치지 않고 살짝 단맛도 있어 매운맛을 진정시켜준다.

    요즘은 닭요리에 카레나 토마토소스를 쓰는 경우도 많다. 카레를 발라 구운 닭고기에는 프랑스 알자스산 게뷔르츠트라미너를 곁들여보자. 게뷔르츠트라미너의 매콤한 향이 카레향과 환상의 궁합을 이루기 때문에 서양에서도 인도나 타이 음식에 자주 곁들인다. 토마토소스를 얹은 닭요리에는 이탈리아산 키안티(Chianti) 와인이 잘 맞는다. 토마토소스를 많이 쓰는 이탈리아 음식은 산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키안티 와인도 높은 산도를 자랑한다. 산도가 높은 음식에는 산도가 높은 와인을 마셔야 와인이 경쾌하게 느껴진다.

    마트에서 닭고기와 와인을 구매해 주말 보양식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값은 저렴하지만 마리아주(mariage·와인과 음식의 조화)만큼은 결코 저렴하지 않은, 특별한 만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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