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9

2015.08.03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10년의 역사

‘2015 인천 펜타포트록페스티벌’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5-08-03 13: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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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10년의 역사
    질문을 던져본다. 만약 펜타포트록페스티벌(펜타포트)이 없었다면 한국 페스티벌의 지형도는 지금과 많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페스티벌이 특별한 이벤트에서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데 좀 더 시간이 걸렸을 거라는 얘기다. 2006년 7월 마지막 주말, 첫날의 폭우에도 사흘간의 ‘대장정’을 무사히 끝냈을 때 모두가 ‘드디어 한국에도 록페스티벌이 가능하겠구나’라고 확신했다. 처음 펜타포트를 준비했던 이들 가운데 일부가 빠져나가 2009년 밸리록페스티벌을 만들며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꿋꿋이 버텼다. 한 해도 쉬지 않았다. 어떻게든 해냈다.

    그 펜타포트가 올해 10년째를 맞는다. 그동안 몇 번의 장소 이동이 있었지만 송도 국제업무지구 전용대지에 안착한 지 올해로 3년이다. 10년간 함께해온 팬들이 있다. 그래서 펜타포트는 다른 어떤 페스티벌보다 좀 더 페스티벌답다. 돈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인증’이 아닌 ‘즐김’을 추구하는 관객들이 있다. 진행의 노하우를 쌓아온 덕에 이동과 경호, 숙박 등에 대한 관객들의 불만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어쨌든 10년 세월이란 무시할 수 없는 시간인 것이다.

    8월 7일부터 열리는 올해 펜타포트의 사흘은 각각의 날이 명확한 콘셉트를 지닌다. 첫날 헤드라이너는 스콜피언스. 이제는 학부모가 됐을 왕년의 메탈 키드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있을까.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았던 스콜피언스지만 야외 페스티벌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냉전이 끝나고 옛 소련 모스크바를 찾았던 감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리하여 탈이데올로기 시대였던 1990년대의 서막을 상징했던 ‘Wind Of Change’의 뮤직비디오는 야외 공연에서 관객들이 일제히 라이터를 켜고 밴드와 함께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이번 펜타포트에서 우리는 그 순간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이터 대신 휴대전화 액정으로 객석을 밝히며. 김창완밴드, 넥스트, 스틸하트 등이 함께한다.

    둘째 날은 국내 팀 중심의 라인업이다. 자신이 직접 기획했던 ETP페스트 이후 처음으로 페스티벌에 서는 서태지가 헤드라이너다. 서태지의 팬덤은 다른 관객들에겐 양날의 칼 같은 존재였다. 강력한 팬덤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았던 것이다. 이번에는 다르다. 팬덤뿐 아니라 펜타포트 팬들도, 그리고 십센치, 피아 등의 팬들도 함께 서태지의 최근 앨범부터 초기 작품까지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성공적으로 컴백한 쿡스도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그리고 10주년의 마지막을 장식해줄 팀은 프로디지다. 록과 일렉트로닉의 경계를 부수며 1990년대 후반을 대표하는 팀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던 그들은 2009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 이후 두 번째로 한국을 찾는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오가며 모든 자극을 무대에서 쏟아내는 그들의 공연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아드레날린 분비가 멈출 틈이 없다. 마지막 날 남은 체력을 탕진해버리기에 프로디지만한 이름이 없을 것이다.



    솔루션스, 더 크립스, 크래쉬, YB로 이어지는 메인 스테이지 출연진들도 만만찮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 후후, 선우정아, 마마스건, 쏜애플, 뮤가 책임질 서브 스테이지가 있으니까. 그야말로 ‘밀당’(밀고 당기기)의 연속, 마지막 날 타임 테이블을 보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지 않을까.

    펜타포트의 10년을 늘 지켜봤다. 함께했다. 그것은 청춘에서 중년으로 흘러온 시간의 책갈피였다. 혼자 와 짝을 만난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아빠의 목말을 타고 ‘록 영재교육’을 받기 충분한, 세대의 변화이기도 했다. 앞으로 10년, 아빠 어깨 위의 아이들이 록 키드가 돼 친구들과 펜타포트를 찾을 것이다. 그때까지, 언제나처럼 펜타포트의 건승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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