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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창과 방패’ 입국자 vs 공항세관

끝까지 발뺌하는 진상 승객들…세관 직원도 감정노동자, 자진신고가 윈윈

‘창과 방패’ 입국자 vs 공항세관

‘창과 방패’ 입국자 vs 공항세관
휴가철만 되면 인천공항세관 직원들은 바빠진다. 해외 여행객이 배 이상 늘면서 그만큼 국내 반입 물품에 대한 조사 업무도 늘어나기 때문. 거기다 세관신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1인당 면세한도인 600달러를 훌쩍 넘는 고가 면세품을 세금도 내지 않고 밀반입하려는 여행객이 증가하는 시기여서 이를 적발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7월 말 극성수기에 맞춰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찾았다. 4개 구역에 세관 직원 120여 명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오전부터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휴양지에서 출발한 비행기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세관 직원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비행기 대당 평균 200명의 승객이 쏟아졌고, 이들이 수화물로 맡긴 짐들은 1차적으로 엑스레이 검사를 거쳐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나왔다.

이 가운데 면세한도 초과인 술과 담배를 비롯해 명품시계, 가방 등 의심스러운 여행 가방들은 세관 직원이 ‘실(띠)’을 달아 어느 부위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엑스레이 사진 위에 표시한 뒤 입국장 최종 검색대 직원에게 전송한다. 실은 물품 종류에 따라 4가지 색상으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많이 적발되는 옐로실은 고가의 면세한도 초과 물품이 있는 경우이고 레드실은 총·포·도검 같은 무기류, 오렌지실은 동물 검역 대상, 그린실은 열대과일과 농작물 같은 식물 검역 대상에 부착한다.

자진신고 늘었지만 얌체족 여전

‘창과 방패’ 입국자 vs 공항세관
실이 달린 여행가방은 입국장을 빠져나가기 직전 검색대 앞에 깔린 센서와 반응해 요란한 소리가 난다. 기자가 취재하는 중에도 요란한 소리가 나는 여행가방을 끌고 검색대로 이동하는 여행객이 비행기 대당 평균 대여섯 명씩은 나왔다. 사유는 각양각색이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한 외국인 승객은 칼을 수화물 트렁크에 넣어 들여오다 적발됐는데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 경우 칼은 인천공항세관에서 압수, 보관하는데 출국할 때 가져가거나 친지에게 부탁해 위임반송할 수도 있다. 이 밖에 양주 여러 병을 넣어오다 적발된 사람, 면세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명품가방을 소지한 사람, 자국에서 먹던 음식물을 싸들고 오다 걸린 외국인도 있었다.



일찌감치 자진신고를 하는 이도 상당수였다. 태국에 들렀다 입국한 한 20대 여성은 자진신고를 하고 세금 5만 원가량을 납부했다. 면세한도 초과 물품을 자진신고하면 15만 원 한도 내에서 관세의 30%를 감면받는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는 “명품가방을 사서 그냥 들여오다 적발된 경험이 있다. 자진신고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여행을 갈 때부터 자진신고하기로 마음먹었다. 원래 8만 원 정도였던 세금을 감면받아 5만 원만 납부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전병도 인천공항세관 세관운영과 공보담당관은 “2월부터 ‘자진신고자 세액 감면 및 가산세 중과제도’가 실시됐는데 추이를 확인하고 있지 않지만 세관 직원들이 느끼기에 확실히 많아졌다고 한다. 출국장에서 자진신고를 하도록 홍보한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30% 감면 혜택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더불어 가산세가 당초 30%에서 40%로 올라 이를 피하려는 승객도 많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1년에 서너 차례 해외여행을 하는 여행족이 늘어 인식이 개선된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줄어들긴 했어도 세금 납부를 피하려는 얌체족은 여전히 존재한다. 세관 직원에 따르면 담배 1보루, 술 1병만 반입 가능하다는 규정을 어긴 승객이 가장 빈번하게 적발된다고. 특히 올해 초 담뱃값 인상 당시 담배를 밀반입하려는 승객이 기승을 부렸다. 한 세관 직원은 “‘내가 장사하는 사람도 아니고 뭘 그렇게 빡빡하게 구느냐’는 식으로 언성을 높인 이가 상당수였다. 면세 담배는 시중의 반값이다 보니 어떻게든 세금을 내지 않고 나가려 하지만 걸려서 가산세를 물면 결국 시중 가격보다 비싸진다”고 말했다.

남에게 부탁하는 것도 ‘밀수’

‘창과 방패’ 입국자 vs 공항세관
면세품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성토는 “나보다 더 많이 산 사람도 그냥 나갔는데 왜 나만 가지고 이러느냐”는 것. 세관 검색대에서 20년간 근무한 한 직원은 “단체관광객의 경우 매번 그렇게 말하지만 ‘누구인지 알려주면 우리가 잡겠다’고 하면 누구라고 말은 못 하고 얼버무린다. 이렇게 언성을 높이다 결국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분들이 있는데, 한 번은 초과된 양주 몇 병을 압수하겠다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술병을 깨버려 분위기가 험악해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진상의 수준도 천차만별이라고. “국내 면세점 구매 기록이 다 뜨는데 끝까지 국내 백화점에서 샀다고 우기는 승객도 있다. 매장에 전화를 거는 사람도 있는데 통화해보면 그쪽에서는 당연히 구매 기록이 없다고 한다. 그때서야 저자세로 돌변해 ‘한 번만 봐달라’고 하지만 이미 늦었다. 또 친구나 가족에게 면세품을 대신 들고 나가게 하는 승객도 있는데 이는 엄밀히 말하면 ‘밀수’ 행위이기 때문에 세금이 아니라 벌금을 물게 된다. 이렇듯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여지없이 대가를 치르게 된다”며 양심에 따라 자진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이 같은 검색대에서의 혼란을 줄이고자 인천국제공항 2층 여권심사대와 1층 수화물 찾는 곳 등에는 사복을 입고 감시하는 세관 직원 로버(rover)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전산시스템에서 조회된 우범 여행자들을 확인한 뒤 검색대로 인도하는 일을 한다. 한 로버 직원은 “여권 심사와 동시에 우범 여행자 정보가 바로 뜨고 CC(폐쇄회로)TV를 통해 신원 확보가 되기 때문에 적발하기 수월해졌다. 이 밖에도 여행자들의 동태를 감시하다 지나치게 긴장한 기색을 보이거나 진땀을 흘리는 등 수상한 사람을 골라내 무전으로 알리는데, 실제로 마약이나 값비싼 면세품 등 문제가 되는 물품을 소지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휴가철 동남아시아발 비행편도 전수조사 실시

또 인천공항세관은 면세품 밀반입 비율이 높은 요주의 도시인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들어오는 비행편 위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전수조사는 입국장 구역당 하루 3~5대 실시한다. 김석우 인천공항세관 세관운영과 공보담당관은 “명품업체가 많은 유럽을 여행한 사람의 경우 까다롭게 조사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화물 엑스레이 검사에서 샤넬 등 명품가방이 많이 적발됐다. 요즘은 핸드캐리에 숨겨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전수조사에서 꽤 많은 이가 걸린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유럽발(發) 비행편에 대해서만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휴가철에는 동남아시아발 비행편도 해당되는데, 취재 당일 오전 11시쯤에는 태국 푸껫에서 온 승객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가 실시됐다. 승객들은 입국장을 빠져나가기 직전 설치된 엑스레이 검색대 위에 자신의 짐 가방을 모두 올려놔야 했다. 길게 줄을 선 승객들의 표정이 굳어 있었지만 대부분 불평 없이 전수조사에 응했다. 김 공보담당관은 “공항 평가 항목 가운데 얼마나 빨리 입국 통과가 이뤄지는지에 대한 것도 있다. 이 때문에 세관 직원들은 최대한 빨리 검사를 실시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불만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휴가철 업무량이 늘어나는 건 기정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세관 직원 수가 늘지는 않는다. 월드컵축구대회나 아시아경기대회 같은 국가적 행사가 있을 때만 다른 부서로부터 지원받아 인원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휴가철만 되면 세관 직원들의 고충이 크다. 한 직원은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는 것 같지만 여전히 면세품을 밀반입하려다 걸리는 승객이 많다. 우리는 규정대로 일할 뿐인데 아침부터 이런 진상 승객을 만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다. 세관 직원들도 어떤 측면에서 감정노동자인데 사람을 상대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정말 크다. 세관신고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환과 함께 자진신고 비율도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5.08.03 999호 (p34~36)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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