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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야당의 입’에서 인권 보루로 전현희 전 의원

“이웃 아줌마 같은 동네 변호사 될 터”

새정연 계파청산 못 하면 신당론 상수화…혁신안은 지엽적 문제 치중

“이웃 아줌마 같은 동네 변호사 될 터”

“이웃 아줌마 같은 동네 변호사 될 터”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는 마음, 한 번도 잊은 적 없어요.”

18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입으로 대변인을 맡았던 전현희 전 의원(사진)이 서울 서초구 법조타운이 아닌 자신이 사는 지역인 강남구 삼성로에 법률사무소를 개설했다. 그는 7월 법률사무소 개소식에서 ‘동네 아줌마 변호사’를 자처하며 지역민을 위한 봉사를 다짐했다. 그는 “사무실 구하는 것부터 인테리어, 물품과 집기 장만, 청소, 개소식 소식 전하기 등등 모든 것을 하나하나 발품 팔면서 했다”며 “새로운 도전에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2008년 5월 민주당 비례대표의원이 되기 전까지 전 전 의원은 치과의사 출신 의료 전문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잘못된 관행과 맞서왔다. 많은 제도가 고쳐졌고 억울한 환자와 가족들이 그의 도움을 받았다. 2003년과 2004년에 걸쳐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의 에이즈(AIDS) 및 B형, C형 간염 오염혈액 유통을 내부 고발자 도움으로 파헤쳐 관계자 19명에게 벌금형이 선고됐고, 혈액 검사체계도 바뀌었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은 혈우병 환자의 에이즈 감염과 혈우병치료제의 상관관계를 대법원으로부터 입증받았다. 그 후엔 환자와 유가족들의 손해배상 소송까지 책임졌다. 소송 과정에서 인지대도 받지 않았고, 오히려 사비를 털어 보태기도 했다.

서울 강남을 지역구 고집한 까닭

기자는 관련 취재를 하면서 ‘변호사 전현희’가 대한적십자사, 거대 제약사와 치른 ‘10년 전쟁’을 목도했다. 신원이 밝혀질까 무서워 소송을 꺼리는 가족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제약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홀로 법정투쟁을 계속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울고 또 울었다. 피해자 가족들의 한 맺힌 사연에 울었고, 진실을 외면하는 정부에 항의하며 울었다. 한여름 땡볕에 1인 시위를 자처했고, 언론에 부당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비록 많은 기자가 관련 사건들을 외면했지만 그 기간 그는 언론을 배웠다. 18대 의원 당시 초선 비례대표의원으로서 제1 야당의 대변인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초보 변호사 시절 우연히 혈우병치료제로 인해 에이즈에 집단 감염된 어린 혈우병환자들의 사연을 접했죠. 그때 ‘내가 이 일을 하려고 변호사가 됐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전율과 함께 사명감도 느꼈습니다. 10년 동안 지난한 법정투쟁 끝에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던 대법원 승소 판결이 난 날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 다시 한 번 다짐했죠. 어렵고 힘들 분들을 위해 쓰임새 있는 도구가 되겠다는 초심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정치는 이런 제 소명을 효과적으로 펼치는 데 좀 더 유용한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 전 전 의원의 법률사무소 벽 한쪽 전면에는 ‘세상을 바꾸는 멋진 도구’라는 글씨가 크게 쓰여 있다. 여의도 정치가에선 내년 4월 치를 20대 총선과 관련해 그의 서울 강남을 재도전 이야기가 기정사실처럼 떠도는 상태. 강남지역 법률사무소 개소가 총선 출마와 무관치 않다는 설도 떠돌고 있다.

전 전 의원 고향은 경남 통영으로 고교는 부산에서 졸업했다. 하지만 그는 18대 총선에서 호남이 텃밭인 민주당의 비례대표의원이 됐고, 19대 총선에선 민주통합당 강남을 후보직을 놓고 벌인 당내 경선에서 정동영 당시 상임고문에게 패한 후 송파갑에 전략공천됐지만 후보직을 사퇴했다. 왜 그는 ‘야당의 무덤’이라고까지 부르는 서울 강남을을 고집하는 것일까.

“뿌리 깊은 망국병인 지역주의를 깨는 데 일조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강남은 수도권에서 경상도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 가운데 하나예요. 야권 정치인이 이 지역에서 당선된다는 건 우리 정치가 지역과 이념을 넘어 건전한 발전을 시작했다는 의미죠. 경선에서 패하고 다른 지역에 전략공천을 받는다는 것은 원칙을 거스르는 일이고 제 소신에도 맞지 않았어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도전하는 일은 늘 제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세상을 위한 도구로 쓰게 하라’

“이웃 아줌마 같은 동네 변호사 될 터”
말이 나온 김에 정치 이야기를 이어갔다. 전 전 의원은 친정인 새정연의 혼란상에 안타까워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를 제안했는데.

“국회의원직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자리다. 그런 점에서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재의 오픈프라이머리는 인지도와 조직을 가진 현역의원에게 유리한 측면이 많아 참신한 정치신인을 발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 새정연이 신당론 때문에 많이 시끄럽다.

“야당이 정부 여당의 실책에 대한 견제와 대안 마련이란 본연의 임무보다 계파 분열이나 당내 싸움에 골몰하는 것처럼 보여 송구스럽다. 개혁적인 호남지역민이 이런 야당 모습에 실망하는 건 당연하다. 당 내부의 혁신과 계파청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당론은 상수가 될 공산이 크다.”

▼ 새정연 혁신위원회(혁신위) 혁신안을 어떻게 생각하나.

“혁신위는 4·29 재·보궐선거 참패 후 불거진 새정연의 고질적 계파 문제 해결과 호남 민심 이반 등에 대한 문제점 진단 및 대책 마련, 차기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현재 혁신위는 이런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지엽적 문제에 치중한다는 느낌이다. 혁신위가 당의 분열과 신당 창당 흐름을 막고 단결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전 전 의원은 2012년 5월 의원직을 그만두고도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저탄소친환경 위원장직을 자청한 것. 그는 지난해 봄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장(고(故) 김현범 씨)으로 근무하던 남편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 고통과 슬픔을 일로 승화했다. 그는 “아시아경기대회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를 감축하고 발생한 탄소량을 온실가스배출권으로 상쇄하는 탄소중립 프로젝트를 대한민국 최초로 기획했다”며 “무보수 자원봉사직이었지만 혼자 공부하고 발품을 팔아 대회 기간 탄소 중립이란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최근 그가 한국줄넘기총연맹 총재로 취임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줄넘기는 환경 파괴가 없는 저탄소 친환경운동이기 때문이다.

“남편의 사고는 저 자신을 ‘세상을 위한 도구로 쓰게 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습니다. 이제 돌고 돌아 동네 변호사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만큼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아줌마 변호사가 되고자 합니다.”



주간동아 2015.07.27 998호 (p30~31)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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