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커버스토리 | 말뿐인 드론 강국 01

무조건 규제, 무작정 육성 한반도에 드론을 허하라

신고 없이 드론 날리면 항공법·전파법·국가보안법 위반…잠재적 범죄자 양산

무조건 규제, 무작정 육성 한반도에 드론을 허하라

무조건 규제, 무작정 육성 한반도에 드론을 허하라
#1 2013년 4월 15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주차장에서 무인헬기 1대가 불법 시험비행을 하는 것을 군이 파악하고 격추사격을 위해 헬기를 출동시켰다. 당시 군이 조종자와 접촉해 다행히 사격은 이뤄지지 않았다.

#2 같은 해 5월 8일 서울 광화문광장 상공에서 무인 헬리캠 1대가 방송촬영을 위해 불법 비행을 해 세종로파출소와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합동조사팀이 조종자를 검거했다. 이때도 군 헬기가 격추사격을 하기 위해 출동했으나 비행체가 착륙해 사격을 실시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도 1인 1드론(Drone·무인비행장치) 시대가 올까. 드론이 ‘대세’가 된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20세기 초 군사용으로 개발됐지만 이제는 경찰수사, 미디어 항공촬영, 서비스산업 등 상업용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취미로 드론 비행을 즐기는 사람도 늘면서 드론 관련 동호회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BI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민간용 드론 시장 규모는 올해 5억 달러(약 5730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3년에는 22억 달러(약 2조5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외에도 중국 3대 인터넷기업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드론을 활용한 서비스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조건 규제, 무작정 육성 한반도에 드론을 허하라
놓칠 수 없는 2조5000억 시장

국내에서도 드론 신고 대수와 사용 사업체 수, 조종자증명 취득자 수 모두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항공안전기술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드론 신고 대수는 2010년 144대에서 올해 3월 423대로 3배 늘었고, 사용 사업체 수는 2013년 116개사에서 올해 3월 415개사로 3.6배 늘었다. 조종자증명 취득자 수는 지난해 64명에서 올해 3월 726명으로 11.4배 증가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무인기 체계종합 및 부품 제작업체 등 10여 개 업체가 활동 중이다. 12kg 이하 드론은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 드론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군사용 드론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우위를 점하고 있고, 상업용 드론 시장에서는 중국이 시장의 7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뒤늦게 차세대 먹거리인 드론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19대 미래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드론을 선정해 ‘2023년까지 한국을 세계 3위 드론 기술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 계획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일단 중국이 꽉 잡은 해외 시장으로 나가자니 국제적인 문제가 걸린다. 드론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MTCR)로 관리된다. 1987년 미사일 확산 방지를 위해 설립된 MTCR에는 미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해 34개국이 가입했는데, 드론은 전략물자로 분류돼 수출 시 MTCR의 승인이 필요하다. 승인을 얻고 민수(民需)시장에서 팔더라도 구매자가 악용할 여지가 있으니 판매할 때마다 용도를 확인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중국은 MTCR 가입국이 아니어서 자유롭게 드론을 수출할 수 있다.

국제 규약을 함부로 바꿀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우선은 내수시장부터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그런데 내수시장이 커서 굳이 해외 판매를 하지 않아도 별지장이 없는 중국이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내수시장은 크지 않다. 일부 국내 업체가 약진하고 있지만, 대다수 업체는 중국에서 드론 관련 부품을 들여와 조립해 판매하는 수준이다. 소비자들은 아예 해외 직접구매(직구)로 값싼 중국산 드론을 구매하고 있다.

내수시장 지원에 앞서 그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드론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와 공감대를 심는 게 먼저다. 그런데 지금처럼 취미 삼아 드론을 날리는 데 어려움과 불편을 겪는 상황에서는 관련 규제 개선이나 법 개정을 부르짖어도 대중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드론 하나에 여러 부처가 얽혀 있다. 드론산업은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관할이지만 운항과 관리는 국토교통부(국토부)에서, 전파법은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에서 담당한다. 서울의 경우 안보 때문에 수방사까지 걸려 있다. 서울에서 취미 삼아 소형 카메라를 단 드론을 띄웠다가는 항공법, 전파법, 국가보안법 등 여러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대대적으로 규제를 정비하고 드론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국내에는 드론 관련 법규가 따로 없어 1999년 제정된 항공법의 적용을 받는다. 드론을 사용하려면 항공법 제23조와 시행규칙 제68조를 따라야 하는데, 이 경우 모든 드론은 야간비행을 할 수 없고 비행장 반경 9.3km 이내와 비행금지구역에서는 비행불가능하다. 드론을 날릴 때는 150m 고도를 넘어서는 안 되며,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상공비행이 금지된다. 이 사항들을 위반하면 200만 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드론의 비행 허가 신청은 수방사와 국방부, 국토부가 각각 받는다. 서울 전역은 수방사, 서울을 벗어난 비행제한구역의 허가는 국방부, 일반 지역은 국토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수방사는 드론을 항공법 제172조(초경량비행장치 불법 사용 등의 죄)를 근거로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 드론을 날리려면 수방사에 사전 신청을 해야 한다. 청와대가 포함된 종로 인근, 비행금지구역은 7일 전까지, 서울 도심지역인 비행제한구역은 4일 전까지 비행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제대로 이행하고 드론을 날리는 사람은 극소수인 반면, 단속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6월 16일 국회에서 ‘드론이 미래다’ 토론회를 주최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인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은 “현행 항공법과 전파법은 드론이 생겨나기 전 만든 것이라 현실에 맞지 않는다. 드론 규제법령 정비가 시급하다. 항공법에 따르면 드론을 구매하더라도 집 주위에서 한 번 날려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 드론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선해나가야 한다. 드론은 특히 미래 경제의 성장동력이므로 안보를 이유로 드론을 묶어둘 수 없다”고 말했다.

무조건 규제, 무작정 육성 한반도에 드론을 허하라
손볼 법 한두 가지 아냐

7월 15일에는 산자부 주최로 열린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산업 융합 촉진 워크숍’에서 산자부와 국토부, 미래부 외에 국내 드론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드론 관련 세미나가 열렸다. 항공촬영 전문법인 드론프레스를 운영하는 오승환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는 “세미나에서 각 부처가 갖고 있던 드론에 대한 고민을 서로 공유했다. 기존 관련법이 많아 전부 손보려면 오래 걸리고, 그러다 드론에 대한 관심이 식어버리면 외국에 뒤처지니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한국이 세계 7위라는 게 군용 드론 시장에서 7위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작은 드론은 미국에서 컨슈머 드론, 스몰 드론이라 부른다. 국내에서는 스몰 드론이 관심 대상도 아니었고, 상업적으로 확장될 거라는 인식을 못 했기 때문에 법 개정에도 소극적이었다. 규제 때문에 드론을 해외에 팔 수도 없는 상황에서 중국에게 시장을 뺏겨버렸다. 항공법만 개정해서 될 게 아니라, 통신법(통신비밀보호법) 외에 드론 관련 물품 수출 제약 등도 풀어야 한다. 해외 직구로 드론을 사다 보니 전파법 위반 사례가 많고, 이 때문에 서울에서는 포상금을 노린 드파라치가 생겨났다. 지금 법대로라면 드론 사용 인구가 잠재적 범법자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드론과 사물인터넷(IoT) 기술력이 접목되면 미래 생활이 획기적으로 달라진다. 드론 제작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드론산업에서 우리가 밀린 이유는 법 문제보다 스몰 드론에 너무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B2B(Business to Business)만으로는 산업 자체를 키우지 못한다. 드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정부에서 가장 먼저 토질을 바꾼 뒤 씨앗을 뿌리고 중소기업들이 드론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해주며, 이후 민간자본이 들어와 그걸 큰 덩어리로 만들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기업들도 간을 보고 있다 나중에 들어와 알맹이를 뽑아 먹으려 하지 말고 연구개발(R·D)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드론 규제 이슈가 나올 때면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으로 인해 안보 문제가 늘 따라붙는다. 지난해에는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경기 파주와 인천 백령도 등에서 발견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우리만 안보 문제에 민감한 것은 아니다. 1월 미국에서는 직경 61cm 크기의 드론이 백악관 건물을 들이받고 추락해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이 긴급 조사에 나섰고, 5월에도 백악관 담장 안쪽으로 드론을 날리려던 남성이 체포됐다. 일본에서는 4월 도쿄 총리 관저로 방사능 물질이 매달린 드론을 날려 보낸 남성이 경찰에 자수하는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통제한다 해도 작정하고 띄우는 드론을 막을 길이 현재로서는 요원하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현 정책에는 ‘드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은 있지만 ‘드론으로 뭘 하겠다’는 실질적인 부분은 빠져 있다. 드론산업을 육성하려면 먼저 드론을 자유롭게 날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한데, 북한 무인기 사건으로 민감해진 상태에서 무조건 다 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드론 수요부터 넓혀나가되 가급적 국내 것을 받아들이면서 육성해야 한다. 드론이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는 장소, 실제로 드론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규제, 무작정 육성 한반도에 드론을 허하라
비행허가권역에서 자율순찰대 활동 중

드론의 무분별한 비행에 따른 2, 3차 피해가 우려된다면 합법적인 비행가능구역을 확대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7월 18일에는 서울지방항공청과 한국모형항공협회의 협의 아래 무인비행장치 자율순찰대를 발족한다. 자율순찰대는 비행이 허가된 수도권 4개 권역에서 안전을 통제하고 계도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종헌 한국모형항공협회 부회장은 “서울지방항공청과 수방사, 모형항공협회가 협의해 수도권 4개 권역을 비행 가능 장소로 지정했다. 이런 장소를 전국적으로 60곳 이상 지정해나가야 한다. 또한 항공 교육을 받거나 취미·레저용으로 쓰는 500g 이하 드론까지 서울 전역에서 비행이 금지되다 보니 초등학생들이 항공 체험 교육을 받을 방법이 없다. 상한선은 있는데 하한선이 없는 것이다.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 등지에서라면 50m 이하 낮은 고도로 비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모형비행기나 무인비행장치가 1000대 이상 들어온 걸로 파악되는데 신고를 한 대수는 7대에 불과하다.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상황에서는 무인기가 떠도 북한 소행인지 국내 것인지 알 방법이 없다. 신고 기준을 25kg 이상으로 상향하되, 그 이하 드론들은 기체에 사용자 표식을 의무화해 단속할 수 있게 하고, 기체가 추락해도 소유주를 확인할 수 있는 식의 대안을 마련해야지 무작정 막아서는 안 된다. 안전하게 비행할 장소를 마련해주면 도심 내 무분별한 비행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현철 KAIST(한국과학기술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드론 원년이 아니라 드론 규제 원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전의 경우 원자로들이 있는 반경 18km 내에서는 드론을 날릴 수가 없다. 서울 다음으로 규제가 강하다”며 “기술력을 갖췄다면 국내에서 아무리 규제하더라도 해외 시장 장악이 가능했을 텐데, 국내에서마저 막아버리니 산업이 부흥할 수가 없다. 중국도 규제가 심하지만 해외 판촉망이 잘돼 있다. 업계 사람들도 장사가 쉽지 않아 군용 과제에만 몰두한다. 대기업들은 부흥한 시장에만 뛰어들려 하고 시장을 부흥시킬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꼭 드론을 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분야가 나올 때마다 늘 선도해왔는데 드론은 중국 시장 때문에 손도 못 대고 있다. 21세기 먹거리(드론)를 포크도 들기 전 뺏기는 건 아니지 않느냐. 지금은 드론 하나지만, 앞으로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이런 일이 발생할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무조건 규제, 무작정 육성 한반도에 드론을 허하라




주간동아 2015.07.20 997호 (p18~21)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관련기사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3

제 1213호

2019.11.08

매장 차별화와 플랫폼 서비스로 ‘한국의 아마존’을 시험하는 편의점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