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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 지금 대치동에선

방학 한 달 전 시작된 유학생 ‘방학 특강’

SAT·ACT 수강료 6주에 1000만 원  …  교육청 학원비 점검 뒷전, 유학생 점수 따기 급급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방학 한 달 전 시작된 유학생 ‘방학 특강’

방학 한 달 전 시작된  유학생 ‘방학 특강’

[shutterstock]

폭염이 기승을 부린 7월 11일, 서울 시내 학교들은 아직 방학 전이지만 대치동 학원가는 이미 ‘방학 특강’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수강생은 대부분 6월 초부터 방학에 들어간 한인 유학생이다. 학원 주변 식당과 커피숍에서도 영어로 대화하는 ‘염색머리’의 유학생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이들이 주로 듣는 수업은 일명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라 부르는 SAT(Scholastic Assessment Test). 보통 11학년 말(고2)까지 원하는 SAT 점수를 따놓아야 마음 편하게 대입을 준비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10월 시험을 앞두고 여름방학에 수요가 몰린다. 특히 우리나라 ‘수시전형’에 해당하는 미국 대학의 ‘얼리 디시전(Early Decision)’이 11월에 있어 그전까지는 SAT 점수를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고액의 수강료다. 대치동 일대 SAT 수강료는 보통 주당 100만 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6주에 1000만 원을 요구하는 학원도 있다. 베트남 주재원인 남편을 따라 하노이에서 생활하다 6월 초 두 아이와 함께 일시 귀국한 주부 A씨는 “한 주에 80만 원인 학원에 보내고 있는데, 이 정도면 굉장히 싼 편”이라고 말했다.

대치동의 일부 대형 어학원은 보통 3월부터 현지 교민을 대상으로 홍보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무렵 해외 국제고로 직접 찾아가 설명회를 여는 것. A씨는 “내로라하는 학원 원장, 실장들이 찾아와 자세하게 설명해주면 조기 등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학원이 한바탕 휩쓸고 가면 다음에는 한국 명문대에서 나와 해외 고교 출신을 유치하고자 설명회를 연다. 그때부터 학부모들은 너나없이 아이의 한국행 방학 스케줄을 짜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방학 한 달 전 시작된  유학생 ‘방학 특강’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SAT · ACT 방학 특강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진다.[뉴시스]

기출문제 요약집 200만 원에 판매

방학 한 달 전 시작된  유학생 ‘방학 특강’

방학을 맞아 한인 유학생이 서울 대치동 학원가로 대거 몰리고 있다.[조영철 기자]

대치동 SAT 전문학원은 보통 종일반으로 운영된다. 유명한 미국계 한 학원은 SAT 점수에 따라 일반반과 엘리트반으로 나눠 수업한다. 엘리트반은 SAT 점수가 1400점(지난해부터 2400점에서 1600점 만점으로 변경) 이상일 때 등록 가능하며, 교육비는 주당 80만 원으로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수업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수업하고, 토요일마다 실전모의고사를 실시한 뒤 점수에 따라 매주 반편성을 다시 한다. 이 학원 관계자는 “오전에는 영어 과목 중 읽기 2시간, 쓰기 1시간, 수학 1시간 수업을 듣고 1시부터 2시까지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에는 실전모의고사를 반 세트씩 풀고 단어시험이나 오답노트 정리 등 자습을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입시 전문 컨설팅업체도 SAT 특강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물론 과거 학원 운영 경력이 있어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방학 특수를 이용해 반짝 특강을 여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는 것. 해당 업체 관계자는 “소수 인원만 받아 원장이 직접 강의하고, 학생이 받은 SAT 점수를 바탕으로 대입 전략도 직접 짜주는 논스톱 구조”라고 강조했다.

SAT 문제 유형을 분석한 ‘요약집’도 고가에 팔리고 있다. 아이가 미국 사립고교에 재학 중인 주부 B씨는 “SAT 특강 상담을 받는데 학원 측에서 갑자기 요약집 얘기를 꺼내 놀랐다. 200만 원이면 족집게 식 문제집을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 심지어 학부모가 먼저 요약집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아직 그렇게 급하지는 않아서 사양했는데, 만약 11학년 넘어서까지 점수가 안 나오면 나 역시 마음이 흔들릴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최근에는 SAT 대신 ACT(the American College Testing program)를 택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ACT는 SAT와 같은 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으로 미국 비영리기관 ACT사가 주관한다. SAT가 일반적인 학업적성(수학능력)을 측정한다면 ACT는 학업성취도를 측정한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SAT보다 수학 문제 난도가 높고, 과학 과목도 추가돼 문과보다 이과 학생에게 유리한 시험으로 평가된다. 36점 만점이며, 시험 점수는 평균 점수로 산출한다.

학원 수강료는 SAT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ACT 전문 학원 관계자는 “SAT를 가르치는 강사가 그대로 ACT도 가르친다. 과학 담당 강사만 추가된다고 보면 된다. 최근 몇 년 새 ACT 응시생이 많이 늘어났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SAT 선호도가 더 높다. 특히 상위권 대학을 노리는 학생은 SAT를 준비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세계적 추세로 봐서는 ACT가 SAT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난다. 2011년 ACT 응시자가 SAT 응시자보다 처음으로 많아지면서 미국 대입시험의 판도가 바뀌었다. 특히 지난해 3월을 기점으로 SAT 문제 형식이 개편되고 난도도 높아져 SAT를 준비하던 수험생까지 ACT로 이동하는 경우가 생겼다. 또한 2013년 SAT 문제 유출로 시험이 취소된 데 이어 2014년에도 문제 유출 파장으로 성적 공개가 보류되는 등 국내에서 비슷한 사태가 자주 발생하자 최근에는 처음부터 ACT를 준비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물론 ACT 역시 문제 유출 면에서 완벽히 자유롭진 못하다. 지난해 6월 한국과 홍콩 56개 고사장에서 실시 예정이던 ACT가 전면 취소된 바 있다. 당시 ACT 응시자는 5500여 명에 달했는데 ACT사는 시험 2시간 전 “시험문제 사전 유출 증거를 확보했다”며 e메일로 시험 취소를 통보해 논란을 빚었다.


SAT 전문 학원 한 관계자는 “SAT나 ACT는 시험지가 이르면 일주일 전 국내로 들어오고 관리도 수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허술하다. 과거 압구정동 학원가에서 수천만 원을 받고 문제를 빼낸 사건만 보더라도 문제 유출 가능성은 분명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독 한국에서 SAT, ACT 공부 열”기가 뜨거운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국 학생과 부모들이 미국 대입제도를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대입은 입학사정관제를 주축으로 정량평가보다 정성평가가 더 중요하지만 한국 수험생들은 여전히 ‘만점’에 집착한다는 것. 

미국 대입 전문 컨설팅업체 한 관계자는 “SAT나 ACT 점수는 인성과 리더십, 학교 성적, 봉사활동, 기타 활동 등 수많은 평가지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내 교육의 정량평가에 익숙한 학부모와 학생은 여전히 시험 점수에 목을 매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미국 대학의 입시 결과를 보더라도 SAT 점수가 당락을 결정하는 절대적 요소가 아니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이공계 명문 대학으로 꼽히는 MIT의 최근 자료를 보면 2018년 졸업예정자 중에는 SAT 수학 성적이 낮은 학생도 대거 포함돼 있다. SAT 구(舊)시험은 수학, 영어, 쓰기 등 세 영역이 800점씩 총 2400점 만점인데, MIT 입학 지원자 가운데 SAT 수학 점수가 750~800점인 경우는 8068명이었고, 그중 938명(12%)만 합격했다. 반면 비교적 낮은 650~690점을 받은 지원자 중에서는 합격자가 3%나 됐다. 심지어 600점대 초반을 받고 합격한 학생도 있었다. 영어와 쓰기 영역도 마찬가지.

이에 대해 대입 컨설팅 한 관계자는 “SAT를 만점 맞았다고 반드시 아이비리그에 합격하는 건 아니다. 대학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뽑으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시험 점수 외 다른 활동에서 매우 취약하다. 자원봉사를 하더라도 끼워 맞추기 식 봉사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커리큘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아이비리그 위에 한국 대학?

그럼에도 한인 유학생은 대부분 방학 기간 SAT, ACT 외에도 또 다른 점수 따기에 열을 올린다. AP(Advanced Placement), A-Level, IB(International Baccalaureat·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 등 대학과목선이수제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 AP는 미국대학협의회에서 만든 고교 심화학습 과정으로 미국 명문대에서는 입학전형 시 AP를 수료한 학생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입학 후 학점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유럽에서 처음 시작된 IB는 IB본부에서 공인하는 국제학교에서 2년간 수업한 후 공통입학시험에 합격하면 가맹국 대학 입학 자격 또는 수험 자격을 준다. A-Level은 영국 대학입시에 반영된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아이와 함께 귀국한 주부 C씨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IB 과정을 이수해야 해 방학 동안 학원에서 오전에는 SAT, 오후에는 IB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수강료는 한 주에 100만 원가량 된다고 한다. IB는 모국어(영어) 한 과목, 외국어 한 과목, 수학, 자연과학, 인문사회과학, 예체능 계열 등 총 6개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C씨는 “우리 아이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지만 학원에서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과목 위주로 들으라 해 수학, 화학, 생물, 경영 등 4개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같은 학교 아이들 가운데 IB 이수에 열을 올리는 학생은 대부분 한인이다. SAT나 ACT는 기본이고, 내신에 해당하는 IB 점수도 잘 받아야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C씨는 “서울대, 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세대, 고려대 등 국내 최상위권 대학에 지원할 때도 IB 점수가 유리하게 작용하는 걸로 안다. IB는 대학교 2학년 수준의 내용이라 AP보다 어렵고, 숙지해야 하는 양도 훨씬 많다. 방학 때까지 아이를 ‘푸시’하는 게 마음 아프지만 그래도 대입을 목표로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고삐를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인 유학생 중에는 외국 대학이 아닌 한국 명문대를 목표로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부 A씨는 “자녀 대입을 치른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위에 한국 대학이 있다’고 한다. 1~2월에 미국 대입 결과가 나오는데, 거기에 먼저 합격하고 그걸 스펙 삼아 국내 대학에 지원, 입학에 성공한 사례가 적잖다. 우리 아이도 아빠 직장 때문에 해외에서 9년간 거주했는데, 경제 여건상 미국 대학은 보내기 힘들 것 같아 재외국민특별전형으로 한국 명문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강료 기준선 비웃는 학원들

방학 한 달 전 시작된  유학생 ‘방학 특강’

외국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외고, 특목고에서도 SAT와 ACT 공부 열기는 뜨겁다.[동아 DB]

방학 때마다 한인 유학생이 대치동으로 대거 몰리고 있지만 모두가 학원 수업에 만족하는 건 아니다. 대치동 학원 강사 대부분이 SAT, IB 만점자이긴 하나 교습법에서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방학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급히 추가 반을 꾸린 경우에는 강사 섭외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심지어 강의 경험이 거의 없는 대학생을 강단에 세우기도 한다.

서울지하철 2호선 선릉역 근처 한 IB 전문 학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는 D씨는 “아무리 IB 만점자라 해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는 또 다른 스킬이 필요한 법인데, 스물한 살 먹은 대학생에게 수업을 들으려고 고액의 수강료를 내고 있는 상황이 어이없다. 특강 기간이 4주밖에 되지 않으니 중간에 학원을 바꾸기도 애매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고 푸념했다.

‘주간동아’ 취재 결과 상당수 학원이 교육청에서 정해놓은 수강료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한국인이 강의하는 어학원의 경우 분당 287원, 시간당 1만7220원을 상한선으로 규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방학 특강은 대부분 이 기준을 뛰어넘는다. 하루 8시간 수업한다고 치면 하루 최대한 받을 수 있는 수강료는 13만7760원, 일주일로 따지면(주 5일) 총 68만8800원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수강료가 주당 80만 원에서 100만 원인 학원은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서울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1월부터 6월까지 시행한 학원지도 점검에서  수강료 초과 징수 명목으로 단속에 걸린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단속에 걸릴 때마다 학원은 벌점 20점을 부과받고, 누적 점수가 65점이 넘으면 영업정지 조치를 당한다.

이에 대해 서울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원지도 점검 항목에 수강료 외에도 여러 가지가 포함돼 있다 보니 수강료 초과 부분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향후 점검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잊었다 싶으면 반복되는 대치동 학원가의 편법 영업에 사교육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주간동아 2017.07.19 1097호 (p44~47)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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