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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SOS! 한국 경제

“틀 안 깨면 장기 침체 빠진다”

인터뷰 | 김주완 맥킨지앤드컴퍼니 파트너

“틀 안 깨면 장기 침체 빠진다”

“틀 안 깨면 장기 침체 빠진다”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 그런데 한국 대기업은 여전히 과거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빨리 사고의 틀을 깨야 한다. 바꾸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맥킨지) 김주완 파트너(사진)의 말이다. 김 파트너는 2005년 맥킨지에 입사해 첨단기술 및 미디어·텔레콤 분야 컨설팅을 담당해왔고, 2013년 파트너로 승진했다. 그는 최근 팬택의 파산과 한국산 스마트폰의 국제 경쟁력 약화 등을 예로 들며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첨단기술 분야의 성장동력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그사이 중국은 급성장했고, 동남아시아의 변화도 괄목할 만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가다 우리나라도 장기 침체 늪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게 그의 경고다.

4월 1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최근 5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12월 결산 상장법인 576개사 가운데 2013년과 비교 가능한 496개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당기순이익은 61조14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6.96% 줄었다. 영업이익은 91조4222억 원으로 12.69% 감소했다.

눈에 띄는 것은 그 중심에 삼성전자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5조2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97% 떨어졌다. 순이익도 23.23% 하락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이 12.97%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악화된 셈이다. 삼성전자 실적은 지난해 국내 전체 상장사 매출액의 11.3%, 영업이익 기준으로 27.37%를 차지해 삼성전자의 부진이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상장사 순이익이 7.1% 늘었을 정도다.

반면 미국 애플은 지난해 출시한 스마트폰 ‘아이폰6’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10~12월 3개월 만에 순이익 180억 달러(약 19조4760억 원)를 내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7% 늘어난 액수다.



스마트폰發 위기 경보

김 파트너는 “스마트폰이란 제품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매우 높다. 2010년 삼성전자가 ‘갤럭시S’를 내놓으면서 비로소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고, 우리 경제도 그에 힘입어 발전해왔기 때문”이라며 “한국 스마트폰 산업의 위기는 특정 기업 혹은 특정 산업의 위기가 아니라 곧 한국 경제 전체의 위기가 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실제로 ‘갤럭시S’는 출시 7개월 만에 1000만 대가 판매되며 세계적 돌풍을 일으켰고,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일본 시장에서 소니를 제쳤다. 김 파트너는 “더 중요한 건 이때부터 우리나라 전자제품이 ‘저렴하지만 쓸 만한 것’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최첨단 기술제품’으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며 “이는 곧 우리나라의 글로벌 이미지 개선에도 큰 영향을 미쳐 수출 산업 전반에 활력을 가져다줬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김 파트너가 보기에 이러한 ‘대한민국 스마트폰 신화’가 현재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그는 “2007년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은 세계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가장 큰 변화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기술보다 사용자경험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라며 “그러나 한국 전자기업은 이 새로운 시장에서 여전히 하드웨어와 기술력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몇 년은 그런 대응으로도 시장에서 앞서갈 수 있었지만, 점점 힘에 부치는 게 드러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팬택 파산이 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팬택은 뛰어난 엔지니어를 고용해 스마트폰 첨단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어요. 팬택의 기술력만큼은 누구나 인정하죠. 하지만 끝내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지금 시장이 원하는 건 더 얇고 더 해상도 높은, 기술집약적인 휴대전화가 아니라 좀 더 새롭고 재미있는 어떤 것이기 때문이에요.”

김 파트너의 말이다. 그는 “예전에는 소비자가 세탁기를 고를 때 처음으로 고려한 게 모터가 얼마나 튼튼한지였다. 그러나 지금 시장에 나오는 모든 세탁기는 모터가 뛰어나다. 이런 상황에서 좀 더 빨리 돌아가고 좀 더 오래가는 모터를 개발하는 게 큰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이제 관건은 비슷비슷한 기술력을 가진 제품 사이에서 내 제품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이고, 그 출발점은 소비자 마음을 읽는 것이어야 한다. 스마트폰의 경쟁력도 앞선 소프트웨어와 사용자서비스에서 나오는데, 국내 기업은 바로 그 부분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나아가라”

“틀 안 깨면 장기 침체 빠진다”
김 파트너가 해법으로 제시하는 건 ‘개방형 혁신’이다. 기업 울타리를 낮추고, 사회 곳곳에 흘러다니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끌어들여 제품에 반영하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과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라 불리는 중국계 글로벌 기업의 성장을 언급하며 “우리 기업이 거대한 성채 안에서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할 때 이들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혁신을 거듭해왔다. 끊임없이 벤처기업을 물색하고 그 가운데 뛰어난 업체를 인수합병(M·A)함으로써 기업 체질을 변화시켰다”고 평했다.

“날이 갈수록 자체 연구 개발 인력을 다수 보유한 대기업이 창의적 아이디어로 무장한 소규모 벤처기업과 경쟁하는 게 더 어려워질 거예요. 이제 우리 대기업도 ‘내가 모든 걸 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버리고 ‘내가 가진 것과 남이 가진 것을 합쳐 좀 더 나은 가치를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해요. 그것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입니다.”

김 파트너의 조언이다.



주간동아 2015.06.29 994호 (p50~51)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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