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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경숙 표절 논란, 형사처벌로 이어질까

저작권 침해와 표절은 다른 영역, 작가의 양심으로 해결해야

신경숙 표절 논란, 형사처벌로 이어질까

신경숙 표절 논란, 형사처벌로 이어질까
신경숙 작가의 소설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 ‘우국’을 표절했는지 여부에 대한 문학계 안팎의 논쟁이 결국 법적 판단의 영역으로 옮겨가게 됐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6월 18일 신 작가를 업무방해 및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부터다.

신 작가는 이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제가 된 소설 ‘우국’의 문장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혀 사실상 잘못을 시인했다. 하지만 현 원장은 고발을 취하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표절 의혹이 형사소송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사건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부분적 문언적 유사성

음원에 대한 표절 소송을 담당했던 한 변호사는 “표절은 기본적으로 도덕적인 문제라 형사재판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드물다. 민사소송에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다투고 손해배상을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검찰도 이 사건을 진행하면서 일단 ‘전설’이 ‘우국’의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부터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한 판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 법원이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일반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접근가능성 △부분적 문언적 유사성 △포괄적 비문언적 유사성이다.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문 ‘창작과 표절의 구별 기준’에서 ‘피고(이 사건의 경우 신 작가)가 책, 비디오를 보거나 음반을 들으면서 모방이나 표절을 하는 물리적 복제행위 자체를 입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피고의 원고 저작물에의 접근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고 밝혔다. 이때 접근가능성은 구체적으로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을 보거나 접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회가 있었는지’를 의미한다. 현재 신 작가는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는다”며 원저작물에의 ‘접근’ 부분을 거듭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부분적 문언적 유사성’은 원고(이 사건의 경우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에 등장하는 특정 문장이나 세부 묘사 등이 피고의 작품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지를 검토하는 기준이다. 이른바 ‘신경숙 사태’를 촉발한 계기가 된 글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 : 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에서 이응준 작가는 바로 이 부분을 지적했다. 해당 글에서 ‘(‘우국’의 번역자 김후란은) ‘사랑의 기쁨을 알았으며’라는 밋밋한 표현을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라는 유려한 표현으로 번역하였다. 이러한 언어조합은 가령 ‘추억의 속도’ 같은 지극히 시적인 표현으로서 (중략) 의식적으로 도용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튀어나올 수 없는 문학적 유전공학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이 작가는 이런 표현이 ‘전설’에 그대로 등장하는 것 등을 들어 신 작가가 ‘우국’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소설 출간사인 창작과비평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표절 의혹이 제기된 부분이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가 아니고 △전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신경숙 표절 논란, 형사처벌로 이어질까
포괄적 비문언적 유사성

그러나 이 주장에도 논쟁이 있다. 오승종 홍익대 법대 교수는 ‘극적 저작물에 있어서의 표절 판단’이란 논문에서 ‘부분적 문언적 유사성의 경우 (중략) 양적인 상당성을 충족하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긴 하지만 비록 소량이 인용되었더라도 그것이 질의 측면에서 중요한 부분이면,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1978년 미국 일리노이 연방지방법원은 한 영화사가 공포영화를 홍보하면서 기존에 개봉한 다른 공포영화의 선전물에 쓰인 문장 하나를 그대로 사용한 사건에서 ‘피고가 이용한 부분이 한 문장에 불과하더라도 원고 영화 광고물의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고 한다.

신 작가 사건의 경우 저작권 침해를 판정하는 또 다른 기준인 ‘포괄적 비문언적 유사성’ 측면에서도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정문순 문학평론가는 2000년 ‘문예중앙’ 가을호에 기고한 ‘통념의 내면화, 자기위안의 글쓰기’에서 ‘전설’과 ‘우국’의 유사성을 언급하며 ‘일제 파시즘기 동료의 친위쿠데타 모의에 빠진 한 장교가 대의를 위해 자결한다는 ‘우국’의 내용과, 한국전쟁 때 한 사내가 전쟁터에 자원입대하여 실종되는 ‘전설’은, 남편들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버릴 때 남은 아내들의 선택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점에서 주요 모티프부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또 ‘남편의 죽음이나 참전을 담담하게 수용하는 아내의 태도, 역순적 사건 구성, 서두에 역사적 배경을 언급한 전개 방식 등의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나 영향 관계로 해석될 여지를 봉쇄해버린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명원 문학평론가는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종합하면 ‘전설’은 ‘우국’과 플롯(구성) 및 모티프가 유사하며, 유사한 문장까지 등장한다는 점에서 의식적이고 명백한 표절”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문학작품의 경우 ‘6개 단어가 연속으로 나열될 경우 표절로 본다’ 등 명확한 기준이 있는 학술논문과 달리 개별 사안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다 해도 논쟁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작가는 “서로 다른 전문기관과 전문가들이 각자의 판단을 내세워 논쟁을 벌일 경우 한국 문학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문단에서는 문학 자체의 힘과 자정 능력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월 23일 이 사안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열었던 한국작가회의와 한국문인협회 등이 중심에 서서 논의를 이끌고 있는 상태다.

미국 법학자이자 현직 판사인 리처드 앨런 포스너는 저서 ‘표절의 문화와 글쓰기의 윤리’에서 ‘표절’과 ‘저작권 침해’를 구분하며, 후자의 경우 저작권이 만료되면 누구든 법률적 책임 없이 복제를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표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표절은 법적 판단을 넘어서는 양심의 영역이란 얘기다. 한국 문학 대표 작가의 표절 논란으로 촉발한 이번 사태가 우리 문단에 표절의 기준을 만들고 작가적 양심을 세우는 계기가 될지, 많은 이가 지켜보고 있다.



주간동아 2015.06.29 994호 (p28~29)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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