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2

2015.06.15

책으로 궁궐을 다시 짓다

예(禮)로 지은 경복궁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5-06-15 13: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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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으로 궁궐을 다시 짓다

    임석재 지음/ 인물과사상사/ 888쪽/ 5만 원

    매일 경복궁을 스쳐간다. 집이 북악산 북쪽 자락에 있고, 북악산과 인왕산 사잇길이 출퇴근 코스인 까닭이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그 길을 다녔으니 40년 가까이 경복궁을 본 셈이다. 역대 정권에 따라 경복궁-칠궁-창의문을 통과하거나 청와대를 멀찍이 돌아 샛길로 다녀야 하던 때도 있었다. 광복 후 중앙청이라 부르던 조선총독부 건물이 해체되고 광화문이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경복궁은 서울의 중심이자 한국의 중심으로서 위엄을 되찾았다. 이러한 환경 변화도 최근 경복궁과 주변 지역 연구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는 경복궁을 경복궁답게 하는 것, 즉 조선이나 조선 유교라는 배경에 더해 ‘플러스알파’의 요소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두 가지 결론을 내렸다. 첫째, 경복궁은 품격이 있으면서도 검소하다. 위엄이 있으면서도 아기자기하다. 그는 우리가 경복궁에서 느끼는 친숙함을 ‘검소함의 미학’이라고 이름 지었다. 둘째, 경복궁 탄생의 정신적, 미학적 배경은 ‘예(禮)의 미학’이다. 이 두 요소가 어우러져 ‘품격 있으면서도 검소한’, 그래서 친근한 궁궐이 탄생한 것이다.

    임 교수는 자신의 50번째 저서로 ‘예(禮)로 지은 경복궁’을 내놓았다. 저자는 지금까지 진행된 경복궁 연구의 방향을 다음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탄생 과정에 대한 추적. 둘째, 창조된 건축 미학의 내용. 셋째, 조선 역사를 거치며 역대 왕들과 왕실과 신하들이 실제로 경복궁을 사용하며 쌓았던 내용. 넷째, 건축 부재와 장식물, 미술 요소, 현판 등 전통 용어에 대한 연구. 지금까지 연구가 세 번째와 네 번째 주제에 한정돼 있어, 정작 한국 역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내용적으로나 예술적으로도 가장 훌륭한 건축물이라 해도 손색없는 경복궁에 대한 기초 연구가 부족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동양미학 관점에서 경복궁을 해석한 이 책은 총 8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경복궁 창건과 관련한 내용으로, 특히 내사산과 외사산을 중심으로 한 자연환경이 경복궁의 건축적 조형 의식에 녹아들게 된 과정을 다뤘다. 2부는 동아시아 궁궐의 지침이 된 ‘주례’의 오문삼조(다섯 개의 문과 세 개의 조정이란 뜻) 규정을 바탕으로 경복궁의 ‘문’에 대해 살펴보고, 3부는 축과 동심원의 원리로 경복궁의 배치를 설명한다. 4부에서는 화, 인, 예, 중화, 중용을 통한 ‘조화의 미’를 다루는데, 특히 강유상제(剛柔相濟 : 강함과 부드러움이 서로 구제하다)의 원리가 어떻게 경복궁에 구현됐는지 설명한 대목이 흥미롭다. 5부 ‘주례’와 성리학, 6부 법치와 예치, 7부 세종과 경복궁, 8부 광화문-흥례문,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의 건축적 특징을 차례로 읽다 보면 ‘책으로 경복궁을 다시 짓다’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다가온다. 경복궁의 건축적 특성과 그 뒤에 숨은 사상적, 역사문화적 배경을 하나씩 배워나가면서 독자는 ‘아는 만큼 보이는’ 새로운 경복궁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책으로 궁궐을 다시 짓다
    네 마음을 들어줘



    승한 지음/ 동아일보사/ 320쪽/ 1만3800원


    단추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옷깃을 잘 채우고, 첫 단추를 잘 끼워서, 행복한 삶을 시작한다는 것. 평등공동체 빠리사선원 선원장이자 행복단추학교 교장인 승한 스님이 방황하는 청소년을 위해 책을 펴냈다. 학교 가는 게 두렵고,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부모가 싫어 자꾸 가출하게 되고, 그냥 죽고만 싶다는 아이들에게 ‘모든 것은 마음일 뿐 먼저 너 자신의 마음을 들어라’고 말한다.

    책으로 궁궐을 다시 짓다
    아주 특별한 생물학 수업

    장수철·이재성 지음/ 휴머니스트/ 448쪽/ 2만2000원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 너와 나의 화학작용, 오늘의 메뉴, 단세포 남자, 다세포 여자, 나를 움직이는 힘. 이런 강의라면 당장 수강신청을 하고 싶어진다. 생물학자인 장수철 교수가 국어학자인 이재성 교수에게 일대일 생물학 과외를 했다. 14회, 28시간 38분 51초의 강의는 세포에서부터 생명공학까지 생명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책은 이를 대화체로 기록했다.

    책으로 궁궐을 다시 짓다
    왜 목소리가 중요한가

    닉 콜드리 지음/ 이정엽 옮김/ 글항아리/ 364쪽/ 1만8000원


    영국 런던정경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저자가 신자유주의가 인간과 민주주의에 어떤 모욕을 가하는지를 ‘목소리’라는 키워드로 분석했다. 여기서 목소리는 ‘과정으로서의 목소리’와 ‘가치로서의 목소리’로 구분된다. 저자는 현대사회의 인정과 성취, 규범 맥락 속에서 개인의 가치를 ‘말할 수 없게 되는’ 지점과 사례를 분석하고 ‘자기 내러티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으로 궁궐을 다시 짓다
    철학을 삼킨 예술

    한상연 지음/ 동녘/ 240쪽/ 1만3000원


    예술을 감상하면서도 왜 아름다운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는 이들에게 권하는 책. 저자는 감성 대신 사유로 아름다움을 보는 방법을 안내한다. 또 몸과 예술, 존재와 예술, 초월로서의 삶과 예술, 생성의 철학과 예술 등 예술을 꿰뚫어 철학으로 이어준다.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우는 강의를 듣다 보면 결국 예술과 철학은 원래 하나라는 말에 수긍하게 된다.

    책으로 궁궐을 다시 짓다
    타임 푸어

    브리짓 슐트 지음/ 안진이 옮김/ 더퀘스트/ 516쪽/ 1만5000원


    영국인 10명 중 4명이 디저트가 섹스보다 좋다고 생각하지만 10명 중 8명은 너무 바빠서 디저트도 먹지 못한다. “왜 해도 해도 일이 줄지 않을까”라고 말하지만 바쁘지 않으면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 이들을 위해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가 ‘타임 푸어’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내놓았다. 시간 압박에 쫓기는 삶을 돌아보고 일과 가사, 휴식에서 균형을 잡는 법.

    책으로 궁궐을 다시 짓다
    현대 중국의 사회계층

    양지성 지음/ 박종연·이웅길 옮김/ 연암서가/ 744쪽/ 2만5000원


    저널리스트의 눈으로 본 중국 개혁·개방 30년의 기록. 가장 방대한 계층인 농민, 도농 과도계층인 농민공, 개혁 진통을 참아내는 노동자, 역사 귀환자로서의 사유기업주, 울분이 깊고 넓은 계층인 지식인, 가장 욕을 많이 먹는 계층인 관리, 역사의 누명을 쓰고 있는 현대 신매판, 범죄자 등 사회 유해집단 등을 분석하고 각 계층이 조화롭게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한다.

    책으로 궁궐을 다시 짓다
    최강 영업대표

    김용기 지음/ 한스미디어/ 380쪽/ 3만 원


    89.2% 수주율을 기록하고 있는 글로벌 수주 제안 전문 컨설팅 기업 쉬플리코리아의 김용기 대표가 자신의 영업 노하우를 집대성했다. 수주영업이란 기업이나 정부 조직 등 특정 조직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활동을 말한다. 수주영업과 세일즈의 차이, 기존 관계 형성 영업에서 전문가 영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 수주영업의 핵심 스킬 등을 단계별로 설명했다.

    책으로 궁궐을 다시 짓다
    서울맛집

    헤이데이 편집부 지음/ 더북컴퍼니/ 188쪽/ 5000원


    오늘은 뭘 먹지라는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주는 책. 한식부터 태국식까지 모든 입맛을 아우르는 메뉴는 물론 베이커리, 술집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맛집 600곳을 찾아냈다. 대표 메뉴와 가격대, 위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친절한 편집도 눈에 띈다. 서울은 구별로 맛집을 소개하고, 모임 하기 좋은 술집과 30년 토박이가 추천한 양평 편을 추가했다. 평가단 88인이 선정한 곳이라니 일단 믿고 가보자.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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