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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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에 가까웠던 첫 내한공연

독일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입력2015-06-15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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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에 가까웠던 첫 내한공연

    요나스 카우프만의 첫 내한공연은 티켓이 고가라는 점이 전혀 아쉽지 않았다는 관객과 평단의 호평이 쏟아졌다.

    6월 7일 일요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로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흡사 아이돌 콘서트를 방불케 했던 그 공연의 주인공은 요나스 카우프만. ‘스리 테너’ 이후 최고 스타 가수로 군림하며 세계 오페라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독일 테너다.

    당초 이 공연은 지나치게 높은 티켓 가격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기악 연주가에 비해 수명이 짧은 성악가, 그중에서도 최정상 테너나 소프라노의 공연이 상상 이상으로 비싼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무엇보다 바로 지금 전성기를 구가하는 최고 테너를 직접 대면할 기회라는 사실은 대단한 유인이었다. 처음에는 티켓 판매 실적이 부진하다는 소식도 들려왔지만 소프라노 홍혜경의 찬조출연이 확정되면서 탄력이 붙었고, 심지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조차 카우프만의 발목을 잡지 못했다.

    당일 분위기는 카우프만이 무대에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일부 성급한 관객은 서곡 연주를 위해 입장하는 지휘자 요헨 리더에게까지 환호를 보냈을 정도. 마침내 등장한 카우프만은 첫 곡인 푸치니 ‘토스카’ 중 ‘오묘한 조화’에서부터 무대와 객석을 능숙하게 장악해나갔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그 첫 소절이 흘러나왔을 때, 그의 음성이 허공을 힘차게 가르며 홀을 넉넉히 채워나가기 시작하던 그 순간이다. 음반과 영상물에서는 어둡고 탁한 인상이 강했던 그 음성이 한결 탄력적이고 쾌적한 느낌으로 다가왔고, 그 배후에서는 마치 그윽한 은빛 광채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이날 카우프만은 1부에서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 4곡, 2부에서 프랑스 오페라 아리아 3곡을 소화했다. 그는 모든 곡에서 특유의 힘찬 발성과 정교한 표현력, 주도면밀한 구성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예의 명성이 결코 허명이 아님을 입증해 보였다. 특히 1부 마지막 곡이었던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어머니, 오늘 술은 독하군요’와 2부 마지막 곡이었던 마스네 ‘베르테르’ 중 ‘어이하여 나를 깨우는가, 봄바람이여’에서 선보인 완벽한 극적 몰입과 통렬한 가창은 그가 왜 ‘이 시대 최고의 베리스모(사실주의) 오페라 가수’로 불리는지 절감하게 해줬다.

    본 공연이 끝나자 관객 대다수가 기립했고 무려 5곡의 앙코르가 이어졌다. 카우프만은 객석에서 터져 나온 박수로 전주를 두 번 연주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한 푸치니 ‘별은 빛나건만’으로 운을 뗐고, 베르디 ‘축배의 노래’를 부르면서는 홍혜경과 가볍게 끌어안은 채 왈츠를 추기도 했다. 앙코르 행렬은 세 번째 곡 타우버 ‘당신은 나의 세상’에서 멈추는가 싶었지만, 한국 관객의 열화와 같은 반응에 감격한 카우프만은 놀랍게도 카르딜로 ‘무정한 마음(카타리)’과 레하르 ‘내 온 마음은 그대의 것’을 추가로 선사했다. 특히 마지막 앙코르의 반복구에서는 360도 회전하며 노래해 합창석 관객들에게 각별한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비록 그의 바그너를 듣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기는 했지만, 카우프만의 첫 내한공연은 당초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완성도와 열정으로 가득한 무대였다. 아울러 ‘최고 스타’임에도 시종일관 성실하고 겸손한 자세로 예술에 임하고 관객을 대하던 그의 모습을 그날의 관객들은 오래도록 잊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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