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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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때문에 金배지 잃을라”

메르스 사태 ‘무능 정부’에 여권도 진저리…내년 총선 앞두고 수도권 의원들 전전긍긍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양정대 한국일보 기자 torch@hk.co.kr

    입력2015-06-15 0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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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때문에 金배지 잃을라”

    박근혜 대통령이 6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 상황실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여당 의원이라 대놓고 얘긴 못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부가 어쩌면 이렇게 무능할 수가 있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여파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연기된 6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한 새누리당 재선의원의 푸념이다. 수도권 출신인 그는 “요즘 지역구를 돌아다녀보면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보다 상황이 훨씬 더 안 좋다”면서 “아마 내일 총선을 치르면 우리 당은 서울 강남까지 포함해 수도권에서 전멸할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세월호 참사 때보다 민심 더 나빠”

    메르스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초동대응 실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새누리당 의원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벌써부터 “도대체 총선을 어떻게 치르라는 얘기냐”는 불만도 상당하다. 내년 총선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띠는 만큼 여당에게는 어려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이번 메르스 사태로 ‘무능한 여권’이라고 낙인찍히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의원들은 특히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보다 민심이 더 악화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한 수도권 의원은 “세월호 참사 때는 그래도 국민이 ‘도대체 정부가 뭐 하고 있느냐’고 화를 냈는데 이번엔 아예 ‘그러면 그렇지’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충청권 의원도 “메르스 파문이 예상보다 빨리 진정되더라도 ‘박근혜 정부는 무능하다’는 국민적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무능과 무대책, 우왕좌왕하는 모습 등이 결국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비판여론으로 귀결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권 의원들조차 박 대통령에게 못마땅한 눈길을 보낸다. 대표적 ‘박근혜 키즈’인 한 비례대표 의원조차 “그간 야당에서 ‘유체이탈화법’이라며 박 대통령을 비판할 때면 ‘왜 자꾸 대통령을 걸고넘어지나’ 했는데 이번엔 좀 다르게 받아들여지더라”고 말할 정도.

    이 같은 기류는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투톱’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주변에서 뚜렷이 확인된다. 한 핵심 당직자는 “선두에 서서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할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누구보다 답답할 것”이라며 “영남권이야 큰 걱정 없겠지만 이대로 가면 다른 지역, 특히 수도권 선거는 해보나 마나”라고 단언했다. 이 당직자 역시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주변에선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 및 정부에 대한 불만이 켜켜이 쌓이고 있다. 김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초반부터 당에서 그토록 정보 공개를 촉구했지만 청와대나 정부가 계속 쉬쉬하다 일을 키운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원내대표는 연일 본인이 직접 “정부 내 컨트롤타워가 불분명하다”고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청와대를 향해 드러내놓고 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있지만, 내년 총선 준비에 본격 돌입해야 할 당 지도부로선 메르스 사태에 따른 민심 이반이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수도권 중진의원은 “아직은 잠자코 있지만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 조만간 ‘대통령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 여권 내부를 조금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사방이 지뢰밭이다. 당장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당청 갈등은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본격화할 당협위원장 정비 과정에선 친박(친박근혜) 주류와 비박계가 사활을 걸고 한판 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다. 메르스 사태로 인한 민심 악화가 당청 및 계파 갈등 기류를 확산하는 구실을 한 셈이다.

    “대통령 때문에 金배지 잃을라”

    6월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왼쪽)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당청 갈등 전 방위 확산 가능성

    당장 청와대와 새누리당 비주류 원내지도부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국회가 ‘법 위의 시행령’을 통제하겠다며 여야 합의로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한 데 대해 청와대는 “정부를 무력화하는 법안”이라고 반발했고,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외견상 ‘청와대·정부 vs 국회’의 대립구도가 형성된 것.

    여권 내에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청와대의 어깃장이 결국 유 원내대표를 끌어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비주류 재선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에 정부를 강제할 만한 규정이 전혀 없는데도 박 대통령이 여당을 압박하는 건 ‘유 원내대표와는 같이 일을 못 하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유 원내대표 측은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재의결을 요구해올 경우 원칙대로 가겠다고 말한다. 한 원내부대표는 “유 원내대표가 직을 걸고 지체 없이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재의결되더라도 당청 혼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현실권력’에 맞서 장렬하게 전사하는 모습을 보여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와 유 원내대표 간 힘겨루기의 이면에는 내년 총선 공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친박계는 비주류 지도부가 주도할 총선 공천에서 자신들의 몫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크다. 최근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일부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 과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구 재획정이 논의되는 과정 등에서 예외 없이 친박 주류와 비주류 간 정치생명을 건 충돌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8대, 19대 두 차례 총선 당시 ‘공천학살’ 경험이 의원들에게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면서 “앞으로 일어날 당청 갈등의 모든 양상을 공천 문제로 해석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력투쟁의 양상이 본격화하는 근저에는 결국 총선 공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책임지고 치러야 할 김 대표나 유 원내대표로선 그다지 원만치 않은 박 대통령이 그나마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총선 정국에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처럼 국민 여론이 등을 돌리는 상황에선 각을 세우며 가는 게 맞지만, 아직 대통령 임기가 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그럴 수도 없는, 한마디로 ‘계륵’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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