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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비리 없애려다 집값 하락, 누구 책임?

실효성 없는 서울시 ‘아파트 관리비’ 대책…어설픈 관리품질 등급제, 민원 쇄도할 것

비리 없애려다 집값 하락, 누구 책임?

비리 없애려다 집값 하락, 누구 책임?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6명은 아파트에 산다. 그리고 매달 한 번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받는다. 하지만 요금이 정당하게 부과된 것인지, 세부 항목은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래도 꼬박꼬박 납부 의무를 지켜야 한다. 이렇게 걷히는 전국 아파트 관리비가 연간 약 12조 원이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아파트 관리비 비리를 줄이기 위한 ‘맑은 아파트 만들기’ 사업을 진행해왔다. 시는 2013년 6월 11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주먹구구식 공사 발주, 규정을 무시한 수의계약, 무자격업체 부실시공과 입찰 담합 의혹 등의 부조리를 적발하고 행정지도 73건, 시정명령 및 과태료 83건, 수사의뢰 10건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후 수사의뢰가 1건 추가돼 11건이 됐다. 하지만 4건은 내사 종결, 무혐의로 수사가 끝났고 7건은 검찰로 송치돼 여전히 조사 중이다. 서울시 조사가 ‘솜방망이 처분’으로 끝날 것이 우려되는 이유다. 2014년 9월 배우 김부선이 자신의 아파트 난방비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여론의 관심이 아파트 관리비에 쏠렸고 “아파트 관리비는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소장, 공사업체가 돈노름하는 정치판”이라는 세간의 비난이 빗발쳤다.

최근 서울시가 다시 ‘아파트 관리비 비리 근절’을 선언했다. 서울시는 6월 4일 ‘주거관리분야 공공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아파트, 집합건물, 뉴타운·재개발 정비사업 등의 비리 및 부정으로 인한 사회 문제를 공공에서 적극적으로 돌보겠다”고 설명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파트 관리품질 등급표시제’를 도입해 아파트 관리 등급이 매매가에 반영되게 한다. △온라인 주민투표로 아파트의 주요 의결사항을 결정해 입주자대표회의의 권한 남용을 막는다. △아파트 감사체계는 5~10명의 내부 주민지원단 또는 별도의 외부 전문가를 지원받는다.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아파트 코디네이터’를 직접 고용한다. △뉴타운·재개발 정비사업의 공사·용역 계약은 나라장터 등 전자입찰제를 도입해 조합과 업체 간 유착 빌미를 없앤다.

서울시는 “민간의 자율적 관리 한계를 공공이 나서서 보완하겠다”며 이 같은 정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은 과연 서울시 아파트 관리의 투명성을 개선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취지는 좋으나 실효성은 의문”이라고 했다.



등급을 부동산가격에 반영한다고?

먼저 ‘아파트 관리품질 등급표시제’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여부다. 여기서 ‘아파트 관리품질’이란 관리비 절감, 공동체 활성화, 시설유지관리 등 약 150개 세부항목에 대한 평가 결과다. 하지만 아파트는 규모와 서비스에 따라 관리비 부과 방식이 전혀 다르다. 최첨단 아파트거나 공용 부대시설, 고용 인력이 많을수록 관리비가 대체로 비싸다.

서울시 관계자는 “등급표시제가 활성화하면 아파트 입주민들이 높은 등급을 받으려고 다 같이 노력할 것”이라며 낙관적 전망을 드러냈다. 하지만 송주열 아파트비리척결 운동본부 대표는 “아파트 관리품질은 객관적 평가가 어렵고 등급을 부동산가격에 반영하기는 더욱 힘들 것”이라며 “A등급을 받은 아파트는 이의가 없겠지만, C~D 등급을 받은 아파트의 값이 하락하면 주민들 민원이 쇄도할 것이다. 뜬구름 잡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주민투표는 주민 참여율을 높인다는 점에서 채택된 정책이다. 서울시는 “2월 실시한 영등포구 대림현대 3차 아파트 동대표 선거는 온라인 투표율 56.6%로, 2013년 현장투표율 17%에 비해 3.3배 상승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현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감사 선출에는 전체 입주자의 10%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면 되므로 사실상 대표성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따라서 참여율이 비교적 높은 온라인 투표가 입주민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 왜곡이 심한 아파트 문화 자체를 바꾸는 것이 먼저라는 주장도 있다. 송주열 대표는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반대의견을 쉽게 게시할 수 없다. 특히 실명 게시판일 경우 이웃 주민들 눈치를 보게 되고 소수 권력자가 여론을 몰아가면 휩쓸릴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이 익명의 투표에도 반영돼 사실상 입주자대표회의가 원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리 없애려다 집값 하락, 누구 책임?

2014년 서울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입주민들이 “관리비를 유흥비 등으로 낭비한 입주자 대표를 해임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입주자 참여가 관리 투명성 높여

뉴타운·재개발 정비사업에 전자입찰제를 도입하겠다는 것도 비슷한 문제점이 제기된다. 전자입찰을 해봤자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만 참여하도록 공고하는 관행 아래서는 건설 비리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정 업체가 입주자대표회의 측과 모의해 입찰하고 공사비를 부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서류 조작은 줄어들 수 있지만 업체 선정의 공정성과는 크게 관련성이 없다.

아파트 관리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다는 정책은 비용 문제가 제기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감사, 공동체 활성화에 필요한 외부인을 고용할 경우 서울시가 모든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주민 가운데 회계사나 법률 전문가가 나서서 아파트를 감사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관리가 더 투명하고 공정해지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입주민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다. 심교언 교수는 “정책만 쏟아낸다고 고질적인 아파트 비리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입주자들이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당당하게 정보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아파트 비리 행태는 입주자들의 무관심 탓이 크다. 관리비 세부 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는 입주자가 태반이니 관리비를 운영하는 측도 입주자를 기만하게 된다. 의심되는 항목은 꼭 공개를 요구하고 확인하라. 나 하나의 감시로 아파트 관리비가 투명해진다는 생각을 갖고 실천한다면 수많은 아파트 정책보다 훨씬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15.06.15 992호 (p40~41)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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