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1

2015.06.08

모래 해안으로 떠나는 꿈속의 환상 탐험

북아일랜드 로열카운티다운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입력2015-06-08 11:4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모래 해안으로 떠나는 꿈속의 환상 탐험

    몬 산이 정면에 있고 옆으로는 아일랜드 해가 펼쳐진 로열카운티다운 9번 홀.

    세계 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가 주최하고 안병훈이 출전해 관심을 끌었던 유러피언투어 두바이 듀티 프리 아이리시오픈이 덴마크 쇠렌 키엘센의 우승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북아일랜드 뉴캐슬에 위치한 로열카운티다운(Royal County Down·파71, 7186야드)에서 5월 말 열린 이 대회는 이 고장 출신인 매킬로이가 후원한 대회로, 리키 파울러와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우정 출전했다.

    골프 팬들은 안병훈의 성적이나 매킬로이의 예선 탈락에 더 큰 관심을 가졌겠지만, 전문가들은 TV 중계 화면에 잠깐씩 비친 코스에 눈이 고정됐다. 로열카운티다운은 그만큼 세계적으로 이름난 코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서 선정한 ‘세계 100대 코스’에서 4위에 올랐다. 1~3위가 미국 코스이므로 그걸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순위다. 경쟁지인 ‘골프매거진’에서도 이 코스를 6위에 올려놓았다.

    로열카운티다운은 자연스럽고 평화롭고 고즈넉해서 고향 같은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 처음 플레이를 한 것은 130여 년 전인 1889년이다. 당시 9홀이던 자리에는 현재 클럽하우스와 여행객 숙소인 슬리브도너드호텔이 들어섰다. 이후 골프장 회원들은 ‘골프의 아버지’로 부르는 올드 톰 모리스에게 ‘4파운드를 넘지 않는 금액’을 설계비로 지불하고 18홀로 늘렸다. 1900년대 초 조지 쿰이라는 회원이 코스를 손봤으며, 초창기 영국 골프를 주도한 프로 선수 해리 바든과 해리 S. 콜트가 코스 개조에 참여해 오늘날의 외형을 갖췄다.

    해안을 따라 도는 전반 9홀은 해변에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함께, 거칠고 험하면서도 아름다운 모래언덕이 사방에 펼쳐진다. 전반 일련의 홀들을 차례대로 따라가다 보면 꿈속의 모래 해안을 탐험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내륙으로 도는 후반에는 노란색 가시금작화와 보라색 히스 풀들이 페어웨이 주변을 온통 뒤덮는다. 몬(Mourne) 산이 코스를 감싸고 있어 링크스 코스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하면서도 고향 마을 같은 분위기가 진하다.

    사진 테마로 많이 나오는 시그니처 홀은 길게 펼쳐진 파4 9번 홀인데 여기서는 절벽을 넘어 눈에 보이지도 않는 24m 아래 페어웨이를 향해 티샷을 해야 한다. 이 코스는 오래된 탓인지 블라인드 홀이 많다. 그래서 페어웨이 중간에 세워진 표지판을 향해 샷을 하거나 진행요원을 겸하는 포어(fore) 캐디가 모래언덕 정상에 서서 방향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샷을 하고 나서 캐디가 양팔을 좌우로 펼치면 야구에서는 세이프지만 여기선 ‘못 찾는다’는 의미다.



    코스 내륙 쪽으로는 앤슬리(Annesley) 코스가 있는데 소박하지만 클럽하우스는 따로 있다. 로열카운티다운은 남성들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들은 전장이 짧은 이곳에서 주로 플레이한다. 100년이 넘은 슬리브도너드호텔에서 묵는 건 최고 경험이 될 것이다. 해외에서도 부킹이 가능(http://royalcountydown.org)하지만 게스트의 경우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라운드를 할 수 없다. 방문하기 좋은 시즌은 북구의 백야(白夜)를 경험할 수 있는 7~8월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11월부터는 그린피가 절반인 50파운드까지 인하된다.

    코스 관리 책임자인 이언 크로퍼드는 1975년 일주일만 일할 생각으로 온 뒤 아예 눌러앉았다. 50~60년씩 일한 그린키퍼들을 보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던 그는 벌써 40년째 일하면서 “그만둘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고 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