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1

2015.06.08

스펙 버린 구글의 채용 혁명 ‘어떤 애완동물을 기르나요?’

매년 200만 명 지원…학점과 면접 대신 온라인 설문조사로 1차 선발

  •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 jhkim6@assist.ac.kr

    입력2015-06-05 16: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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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의 올해 상반기 공개채용(공채) 최종 합격자가 6월 중순쯤 발표된다고 한다. 삼성그룹이 사원을 채용하기 위해 실시하는 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응시하는 인원은 매년 20만 명 정도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공무원 시험 다음으로 많은 응시생이 몰린다. 어느 조직에서나 우수한 인재 채용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 교수는 ‘먼저 사람, 그다음이 해야 할 사업(First who, then what)’이라는 말로 인적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기에 많은 기업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고자 매년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공채시험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4시간 동안 치르는 SSAT는 언어논리, 수리논리, 추리영역, 시각적 사고, 직무상식 등 총 5개 영역으로 나뉜다. 각 영역별 시험 시간은 25~30분. 문항 수는 수리논리가 20문항으로 가장 적고, 직무상식이 50문항으로 가장 많다. 나머지 3개 영역은 각 30문항이다.

    공채시험 대체한 수학적 알고리즘

    개별 문제는 어렵거나 복잡하진 않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의 사고 과정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은 데다 문항당 시간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사교육 등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지원자 소양을 평가해야 하는 직무적성검사의 일반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굳이 이런 시험을 꼭 치러야 할까. 이런 시험 없이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직원을 선발하는 구글 사례를 살펴보자.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은 현재 70여 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고 미국에서 일하는 직원이 2007년에는 1만여 명이었지만 현재는 5만5000여 명에 달한다. 구글은 세계 최고 수준 연봉과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등으로 ‘신의 직장’이라 불린다. 특히 놀이터 같은 일터, 안락한 사무실, 유기농 식단으로 구성된 양질의 세끼 공짜 식사, 업무시간의 20%를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20% 룰’, 3개월간 월급 전액을 주는 유급 출산휴가 등 직원복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구글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6년 연속 1위로 선정됐고, 전 세계 대학생이 뽑은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구글의 채용 원칙은 처음부터 최고 인재를 뽑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을 뽑아 교육·훈련시간을 들여 인재로 키우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구글에 입사하고자 이력서를 내는 사람은 200만 명이 넘고 이 중 실제 구글에 들어가는 사람은 4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구글은 이 많은 지원자 가운데 어떻게 구글에 맞는 인재를 고를까. 만약 삼성그룹처럼 공채시험을 치른다면 엄청난 절차를 거쳐야겠지만 구글은 공채시험 없이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해결한다.

    구글은 온라인으로만 지원을 받는다. 예전에는 구글도 소위 스펙이라는 요소를 중요시했다. 예를 들어 구글은 지원 서류가 접수되면 먼저 평균 학점이 3.7 이하 지원자는 아예 제외했다(광고나 마케팅 분야는 3.0 이하). 서류 전형을 통과해 면접 통보를 받은 지원자는 이후 2개월 동안 6~7회 반복 면접을 거친다. 구글의 면접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났다. 예를 들면 스쿨버스를 꽉 채우는 데 골프공이 몇 개 들어가는지 혹은 맨홀 뚜껑은 왜 동그란지 등과 같이 별로 중요하지 않으면서 풀기는 까다로운 문제를 묻는다. 심지어 칠판에 아주 어려운 문제를 써놓고 풀라고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구글은 학점과 면접이 지원자 능력을 평가하는 데 신뢰할 만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존 방식으로는 훌륭한 인재를 알아보지 못할 확률이 높았을 뿐 아니라 급증하는 채용 수요에 맞춰 적기에 인재를 채용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구글은 수많은 지원자 가운데 구글에 맞는 인재를 찾기 위한 효율적이고 자동적인 방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빅데이터 분석의 최고 기업이자 모든 문제를 데이터 분석적으로 풀려고 하는 자사의 기업문화에 입각해 직원 채용을 위한 수학적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직원 설문조사로 인재 채용 모델 구축

    스펙 버린 구글의 채용 혁명 ‘어떤 애완동물을 기르나요?’
    구글은 먼저 지원자들의 경험과 인성의 어떤 요소가 그들의 미래 잠재력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지를 알아내고자 했다. 그래서 구글에서 최소한 5개월 이상 근무한 모든 직원에게 300개 질문을 던졌다. 다음의 설문 문항을 보면 많은 문항이 사실에 근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문항들에 대한 모든 직원의 응답은 그들 각각의 고과평정과 비교됐다. 구글의 고과평정은 25개 영역으로 구분돼 있는데 상사평가, 동료평가 등 전통적인 척도 외에도 조직시민행동(organizational citizenship)같이 독특한 영역도 있다. 조직시민행동은 예를 들어 구글 지원자를 면접하는 것과 같이 직무기술상으로는 자신의 업무가 아니지만 구글이 더 나은 직장이 되는 데 기여하는 행동을 말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200만 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구글이 예상한 대로 학점은 직원들 성과와 크게 관련 없었다. 물론 모든 채용 영역에 걸쳐 최고 인재를 찾는 데 영향을 미치는 단 하나의 요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글은 엔지니어링, 세일즈, 재무, 인사 등 여러 영역에서 인재들을 채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델을 찾아냈다. 그 결과 현재 지원자가 온라인에서 구글 지원용 설문지에 응답하면 그 지원자가 구글의 조직문화에 맞는 인재인지를 예측하는 점수가 0점에서 100점 사이로 계산돼 나온다. 구글은 이 점수를 바탕으로 면접 대상자를 쉽고 빠르게 선별할 수 있다.

    빅데이터 분야의 핵심 기술을 선도하는 구글은 그 명성에 맞게 모든 문제를 데이터 분석적으로 해결하는 데 최적화된 조직문화를 자랑하며, 직원복지의 양과 질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일반 기업이 구글 방식을 따라 하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모든 회사가 업무시간의 20%를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쓰라든지, 3개월간 월급 전액을 지급하는 유급 출산휴가를 줄 수는 없다.

    하지만 구글을 성공으로 이끄는 원리를 복제해 활용하는 일은 어느 기업이나 시도할 수 있다. 특히 직원들에 대한 정보와 그들의 업무 성과의 관계를 분석해 직원 채용에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기업이나 조직에서도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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