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0

2015.06.01

말기암 환자 호스피스, 건보 적용 명과 암

간병비 부담 완화, 기관 평가지표 마련 등 과제 산적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5-06-01 0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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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기암 환자 호스피스, 건보 적용 명과 암

    서울성모병원의 의료진, 성직자, 자원봉사자가 암환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호스피스) 비용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해 기대했다가 간병비는 계속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데 낙심하는 분이 많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호스피스 이용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긴 어려울 겁니다.”

    김대균 가톨릭대 가정의학과 교수(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보험이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보건복지부(복지부)는 5월 2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7월 15일부터 말기암 환자의 호스피스 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말기암 환자는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되어 몇 개월 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암 환자’(암관리법 제2조)를 가리키는 말. 서로 다른 의사 2명이 ‘말기’ 진단을 내리면 사실상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상당수 말기암 환자가 계속 치료를 받고 있으며, 오히려 치료비 지출을 늘리기까지 한다. 복지부가 201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말기암 환자가 사망 전 3개월간 지출한 건강보험 의료비(7012억 원)는 사망 전 1년 동안 쓴 의료비(1조3922억 원)의 50.4%에 달했다. 반면 2013년 우리나라 말기암 사망자 가운데 호스피스 전문기관을 이용한 사람은 12.7%, 평균 이용기간은 23일에 불과했다.

    호스피스 시설 질 관리가 핵심

    김 교수는 “호스피스 서비스를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적 방향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현실적인 한계”라며 “정부는 호스피스 전문기관이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고, 간병인 1인당 환자 수를 3명으로 하는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만 간병인 비용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전국 56개 호스피스 전문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 정책에 맞춰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응답한 곳은 지방에 있는 소규모 기관 2곳에 불과했다. 현실적으로는 환자가 간병비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조사 결과 호스피스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23일을 기준으로 할 때 말기암 환자의 의료비 부담액은 약 44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간병비 부담액은 약 160만 원에 이른다.

    건강보험 재정 투입에 맞춰 호스피스 서비스의 질을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영심 완화의료전문기관협의체 부대표(호스피스 전문간호사)는 “정부는 7월부터 호스피스 전문기관에 건강보험 일당 정액수가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는 일정 금액 내에서 하루 동안 처치·진료가 모두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호스피스에 대한 철학이 없는 운영자의 경우 정부로부터 받은 돈 중 일부만 환자에게 쓰고 나머지는 모으겠다고 마음먹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당 정액제는 기본적으로 제공자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방식인 만큼, 정부가 이를 어떻게 제도화하고 관리할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과 평가 도구를 내놓아야 한다”는 게 최 부대표 주장이다.

    장기적으로 호스피스 서비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건강보험은 말기암 환자의 호스피스 비용을 최장 60일까지 지원한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호스피스 이용자의 95%가 60일 이내 사망하며 말기암 환자의 경우 병원에 지나치게 오래 머무는 것보다 적절한 조치를 받은 뒤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유원 간호사는 “말기암 환자의 가정 보호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상당수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이 호스피스 전문기관에 들어오면서부터 ‘60일이 지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게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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