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9

2015.05.26

수출 너마저…경제 구원투수의 추락

중국 성장 둔화, 유럽·일본과는 환율경쟁 불리…그나마 믿을 건 미국뿐

  •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ck1009@hri.co.kr

    입력2015-05-26 13: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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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너마저…경제 구원투수의 추락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 · 당진항 부두에서 수출용 자동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꼽히는 수출이 감소세다.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 연속 줄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성장 기여도 역시 1분기 -0.2%p까지 떨어졌다. 수출은 과거 한국 경제가 위기를 겪을 때마다 등장했던 경제 회복의 구원투수였다. 국내 수출 증가율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 20%,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40%에 육박했다(그래프1 참조). 가계나 기업 같은 경제 주체들이 소비를 늘리기 어려울 때 해외 수출이 늘어 한국 경제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다르다. 소비와 투자 회복이 지지부진한 데다 수출마저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커지는 것이다.

    수입 수요 급감하는 중국과 유럽

    최근 수출 부진의 주된 원인은 주요국으로의 수출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지역은 중국, 미국, 유럽, 일본으로 이들 네 지역의 비중을 합하면 50%가 넘는다. 이들 지역에 대한 올해 수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1분기를 기준으로 일본(-22.0%), 유럽(-21.1%), 중국(-1.5%) 등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그래프2 참조). 미국으로의 수출 증가율은 1월부터

    3월까지 13.4%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4월 들어 -2.7% 성장으로 돌아섰다.

    왜 주요국 수출이 부진해진 것일까. 먼저 우리나라 수출시장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중국을 살펴보자. 과거 중국은 빠른 수입 수요 확대로 우리나라 수출 증가의 견인차 노릇을 해왔다. 2000~2008년 중국의 수입 증가율이 연평균 23.6% 증가를 기록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경제성장률 감속과 수입정책 변화 등으로 중국의 수입 수요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과거 10%대 고도성장을 기록하던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4년 7%대 초반까지 하락했고, 올해 1분기에는 7.0%까지 낮아진 형국이다.



    수입정책 변화 역시 암초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무역 부가가치 제고, 산업구조 조정, 신산업 육성, 내수 진작 등을 이유로 저부가가치 상품 수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한편, 수입산 중간재를 국내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수출 너마저…경제 구원투수의 추락
    일본은 엔저 장기화가 문제다. 엔화 가치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경제정책 아베노믹스가 이어짐에 따라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엔화 대비 원화가 고평가 상태다. 원-엔 환율은 현재 900원대 초반을 기록하며 8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원-엔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우리나라 총수출이 9.2% 감소한다는 분석에 비춰보면, 이러한 양국 간 환율 수준은 한국의 수출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그동안 수익성 개선에 주력했던 일본 기업의 수출단가 인하가 본격화하면서 부정적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 문제다.

    유럽 지역 역시 일본과 상황이 유사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유럽으로의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對)유럽 수출 증가율은 2014년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4.1%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1.1%까지 줄었다. 이러한 수출 부진 또한 유로화 약세와 유럽의 수입 수요 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먼저 양적완화 실시로 유로화의 명목환율이 달러와 일대일 패리티에 육박하는 등 유로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원-유로 환율은 2014년 12월 1361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4월 1175원으로 원화가 약 15.8% 절상됐다. 유럽 경제성장률 역시 아직 0%대 초반에 머물 정도로 회복세가 미흡하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것은 미국으로의 수출이다. 미국 시장의 수입 수요가 확대되면서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금융위기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다만 최근 성장률이 예상보다 부진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4월 들어 대미 수출이 감소했다. 그러나 미국의 1분기 경기 부진은 북동부 지역의 혹한과 서부지역 항만 파업사태 등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결과일 개연성이 높다.

    맞춤전략이 필요하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러한 주요국 수출 환경이 앞으로도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요국 가운데 일본, 유럽, 중국의 경제 회복은 예상보다 늦어질 공산이 크다. 중국은 2015년 경제성장률이 6%대에 진입할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다. 일본과 유럽의 2015년 예측 경제성장률은 각각 1.0%, 1.6%로 성장 강도가 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화와 유로화 절하가 지속될 개연성이 높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이들 통화의 가치 하락 속도가 원화보다 가팔라서 향후에도 이들 통화 대비 원화는 고평가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 대미 수출 환경이 나쁘지 않으리라는 점 정도가 위안거리다. IMF는 2015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지난 수년간의 2%대 초반 성장보다 높은 3.1%로 예상한 바 있다. 앞으로도 미국의 수입 수요는 양호할 것이라는 청신호다. 하반기에는 미국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도 약세를 보일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수출 시장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대응책은 명확해진다. 지역별로 수출 환경이 다르므로 각각에 맞는 맞춤전략을 마련하는 일이 급선무다. 먼저 중국 경제의 수입 수요 감소에 대응하려면 국내 수출제품을 중국의 내수시장 변화에 알맞은 상품 위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지금은 중간재 위주인 대중(對中) 무역을 소비재나 자본재 같은 최종재 위주로 전환해 중국 내수시장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엔화와 유로화의 과도한 평가 절하에 따른 일본과 유럽으로의 수출 부진은 다른 우회로가 없다. 기술이나 품질, 문화적 친밀도 같은 비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만이 길이다. 특히 이들 지역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주요 산업이 환율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이들 산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을 강화해 세계 선도제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마지막 남은 카드는 경기 회복이 예상되는 미국에 국내 수출 역량을 최대한 집중하는 길이다.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마케팅을 강화해 미국 시장에서 파이를 키워나가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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