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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면 출세하라고?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 갑질 공화국의 비밀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356쪽/ 1만5000원

우리 사회에는 ‘군림하는 갑’과 ‘고개 숙인 을’이 있다. 당신은 어느 쪽에 속한다고 생각하는가. 올해 초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60세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95%가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갑질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데 동의했고, 심각한 갑질을 하는 사람은 재벌(64%), 정치인·고위공직자(57%), 고용주·직장상사(46%) 순으로 꼽았다. 한편 자신이 갑인지 을인지 묻는 말에 ‘항상 을’(17%), ‘대체로 을’(68%)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85%에 이르렀다.

이 책에서 저자 강준만 교수가 말하는 ‘갑질 공화국의 비밀’은 바로 ‘을 85%’에서 출발한다. 나도 을, 너도 을인데 주유소와 편의점에서 종업원들을 “야”라고 부르며 반말하는 손님은 왜 그리 많을까. 왜 실수한 매장 종업원에게 “무릎 꿇어. 대학은 나왔어?”라며 실수와 상관도 없는 무릎을 꿇으라 하고 학벌을 따지는 것일까. 왜 같은 대학 안에서 지균충(지역균형선발 학생)과 기균충(기획균등선발 학생)의 구분이 생기는 것일까. ‘을 85%’가 어느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배달사원은 계단을 이용하라’고 경고문을 붙이면 이것은 갑질일까 을질일까. 강 교수는 이를 ‘을들끼리의 갑질 전쟁’이라 부르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갑질은 결코 많은 권력과 금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저지르는 게 아니다. 그건 상대적이거니와 다단계 먹이사슬 구조로 돼 있어 전 국민의 머리와 가슴속에 내면화돼 있는 삶의 기본 양식이다. 즉, 이른바 ‘억압 이양의 원리’에 따라, 상층부 갑질의 억압적 성격은 지위 고저에 따라 낮은 쪽으로 이양되는 것이다.”

저자는 ‘갑질 공화국’의 탄생 이유를 우리가 세속적 진리로 믿고 있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에서 찾는다. 우리는 개천에서 난 용을 보면서 열광하는 동시에 꿈과 희망을 품는다. 계층 이동의 가능성을 보면서 이 세상이 살 만한 곳이라는 확신마저 갖는다. 그래서 많은 진보적 인사가 더는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세상’을 개탄하며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게끔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개천에서 용 나는’ 모델은 한마디로 평등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승자독식주의일 뿐이다. 개천에 사는 모든 미꾸라지에게 용이 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이론적 면죄부(희망 고문)를 앞세워 극소수 용이 모든 걸 독식하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개천에 남은 미꾸라지들은 용이 되려고 ‘전쟁 같은 삶’을 선택하거나, 좌절과 패배감 속에 ‘루저’의 삶을 대물림한다. 이는 사회적 신분서열제와 더불어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왜곡된 능력주의, 즉 ‘갑질’의 실천 방식을 강요한다.



저자는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는 책 제목에 대해 용과 미꾸라지를 구분해 차별하는 신분서열제를 깨거나 완화하는 동시에 ‘개천 죽이기’를 중단하고 개천을 꿈과 희망을 펼칠 무대로 삼자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려면 ‘갑질’을 가르치는 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야말로 ‘개천에서 용 나는’ 수단 아닌가.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복지 사회와 그 적들

가오롄쿠이 지음/ 김태성·박예진 옮김/ 부키/ 416쪽/ 1만8000원


평형경제학원리, 신복지사회이론 등을 발표한 중국 경제학자가 ‘복지국가는 아직 유효한가’라는 물음에 답했다. 특히 그리스는 과도한 복지 지출로 재정위기에 몰린 것이 아니라 아테네올림픽 적자가 주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기득권층이 퍼뜨린 복지국가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지국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른 복지국가 사용설명서.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평판 사회

김봉수·김용준·김윤재·김호·유민영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352쪽/ 1만5000원


“평판을 쌓는 데는 20년 걸리지만 그것을 잃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는 워런 버핏의 말이 현실이 됐다.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저자 5명은 기업경영의 새로운 프레임으로 등장한 ‘평판 사회’를 제시하고 땅콩회항과 대한항공의 위기를 ‘시대와의 불화로 빚어진 사건’이라 정의했다. 평판의 문제들, 오너리스크, 위기전략, 사과의 기술, 브랜드 방어전략 등을 소개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소피아를 사랑한 스파이

이종관 지음/ 새물결/ 404쪽/ 1만7500원


철학과 교수가 자전적 이야기를 모티프로 첩보소설의 형식을 빌려 쓴 현대철학 강의. 독일 유학을 마치고 강원 춘천의 한 대학에서 강의하던 ‘그’가 아버지의 사기 사건을 계기로 국가정보원에 들어가게 된다. 이어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신(新)에너지 개발로 국가와 기업들의 경쟁 및 정보전이 시작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철학 논쟁이 함께 펼쳐진다.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아버지의 이메일

홍재희 지음/ 바다출판사/ 308쪽/ 1만2800원


이북 실향민, 중동 건설노동자, 철거민, 반공주의자, 전라도 혐오증자. 2008년 75세로 생을 마친 아버지는 알코올의존증에 걸린 무능한 폭력 가장이었다. 독립영화 감독인 저자는 그런 아버지에게 맞서다 집을 나와버렸다. 하지만 말년에 아버지가 보낸 43통의 e메일을 읽고 그 삶을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 2013년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을 책으로 펴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마음 다이어트

김대선 지음/ 책나무/ 304쪽/ 1만4000원


명상은 마음을 위한 운동법이다. 마음은 우리의 몸과 감정, 생각을 지배하는 무형 에너지로 이것을 조절하는 호흡을 통해 마음 운동을 할 수 있다. 잡념의 산물인 탁한 기운이 쌓여 있는 현대인은 무엇보다 감정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명상 3요소인 호흡 제대로 하기, 감성을 충전하고 개발하기, 잠자는 오감 깨우기와 상상력 개발하기 등의 원리 및 방법을 소개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비숲

김산하 지음/ 사이언스북스/ 352쪽/ 1만9500원


인도네시아 구눙할리문살락 국립공원 내에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 연구지를 개척하고 2년간 자바긴팔원숭이를 연구한 저자가 정글이 뿜어내는 생명의 다양성을 목격하며 녹색의 자연과 함께한 체험을 글과 그림으로 담았다. 제목 ‘비숲’은 한자어 雨林, 영어 ‘rainforest’를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저자는 비가 탄생하고 비가 몸을 맡기는 숲이라는 뜻으로 풀이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찰

구인회 지음/ 한길사/ 324쪽/ 1만8000원


생명윤리학을 전공하며 삶과 죽음의 문제에 천착해온 저자가 죽음이란 무엇이고, 오늘날 우리는 죽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1부에서 주요 철학자들이 내린 죽음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고 2부에선 죽음과 불멸성, 3부에선 현대사상이 다루는 죽음의 문제, 4부에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을 극복하고 생사관을 정립한 철학자들에 대해 다뤘다.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사화와 반정의 시대

김범 지음/ 역사의아침/ 328쪽/ 1만6000원


왕조의 기본 법전인 ‘경국대전’을 완성한 성종에 이어 왕위에 오른 연산군은 두 번의 사화를 일으키고 수많은 패행을 저질렀다. 결국 조선 최초의 반정(反正)이 일어나 중종이 즉위한다. 성종, 연산군, 중종의 치세 75년 동안 일어난 조선의 뜨거운 정치적 역정을 살펴본다. 특히 저자는 성종이 이룬 업적이 연산군 때 참담한 실패로 끝난 까닭을 정치와 제도의 구조 측면에서 찾는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주간동아 2015.05.18 988호 (p74~75)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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