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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의 법칙

끊임없는 경계로 라이벌을 파악하라

창업과 신사업 필승전략

끊임없는 경계로 라이벌을 파악하라

끊임없는 경계로 라이벌을 파악하라

미 육군 특수부대 기준교범 ‘SPECIAL FORCES OPERATIONS(특수부대 작전)’.

창업이나 신사업 진출은 더는 젊은 두뇌가 모인 벤처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수년간 한국 사회의 자영업자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배를 넘나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남녀노소가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려 애쓰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그 가운데 절반을 훨씬 웃도는 비율의 창업자가 3년 이내 폐업신고를 한다는 통계다. 이렇게 보면 창업 혹은 신사업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시작이나 새로움이 아니다. 굳이 대비하자면 지속성이 가장 중요하다. 살아남아야 한다.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규모의 매출을 얻으려면 먼저 일정 시점까지 생존해 있어야 한다.

지속과 생존을 위해 참고할 만한 군사작전 원칙으로 단연 ‘경계(security)’를 꼽을 수 있다. ‘작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은 육군사관학교는 물론, 신병교육대에서도 경계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군 지휘관이던 군사사(史) 연구자 대니얼 하비 힐 장군이 한 것으로 전해지는 이 말을 원문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적에게 기습을 당하는 모든 장병은 죽어 마땅하다. 그런 자들에게는 먹을 것을 줄 필요조차 없다.’

경계를 중시하는 군의 전통은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미군 야전교범 ‘SPECIAL FORCES OPERATIONS(특수부대 작전)’는 매우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적고 있다. ‘결코 적에게 기습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중략) 경계는 작전의 계획 단계에서 임무 완수까지 지속돼야 한다.’

‘레드 팀’의 중요성

경계란 무엇인가. 적을 조기에 발견하고 기습을 방지하며 자신을 보호하는 수많은 행위가 모두 경계에 속한다. 미 야전교범 ‘TACTICS(전술)’는 경계의 핵심이 되는 몇 가지 원칙을 선별해 제시한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빠르고 정확한 경고다. 당연한 말이지만 경계를 통해 확인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는 일은 아군 주력부대가 적으로부터 직접 사격을 받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 또한 보고를 받은 지휘관이 즉각 결심할 수 있도록 경고 내용이 정확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효율적인 방법은 지휘관이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미 육군의 군사과학기술 발전이 유독 무인기(UAVs)나 그 운용시스템 분야에 집중된 것은 이 때문이다. 기술이 고도화하고 파괴력이 커질수록 먼저 상대를 발견한 쪽의 생존율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적보다 멀리 볼 수 있는 관측 수단을 많이 확보할수록, 이렇게 확인된 정보를 수집·분석·종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평상시 잘 갖춰놓을수록 아군의 상대적 생존율은 높아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원칙은 정찰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상대 움직임이나 접근을 미리 파악해 경고하려면 공세적이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정찰을 진행해야 한다. 물론 이는 단순하고 지루하며 힘든 일이다. 영광의 승전보와 개선 열병식을 위해서는 그보다 수백 배 긴 시간을 들여 산맥과 계곡을 돌아다녀야 하는 것이다.

정찰 활동의 효과는 상대의 공격을 대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적이 공격해올 만한 장소나 접근로를 정찰하는 동안 아군 측은 주변 지형에 익숙해지고 적의 관점에서 상황을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미 육군은 작전을 계획하고 준비하기 전 통상 정찰대나 첩보수집 요원으로 활동했던 이들로 ‘레드 팀(Red Team)’이라 부르는 가상 적군을 꾸린다. 적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적 처지에서 아군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등등을 시뮬레이션해보는 것이다.

끝으로 기습을 피하려면 적과 멀리 떨어지는 게 아니라, 역설적으로 적과 접촉을 유지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접촉이 미국 카우보이 영화에 등장하듯 마주 보고 서로 공격 가능한 거리에 서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더라도 상대의 생각이나 행동을 읽을 수 있는 수단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적에 대한 첩보 수집은 아군의 다음 행동을 어떻게 펼쳐나갈지 결정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다.

끊임없는 경계로 라이벌을 파악하라

미국 켄터키 주 조지타운의 도요타 생산공장.

도요타가 미국을 석권했을 때

끊임없는 경계로 라이벌을 파악하라

경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미국의 군사사(史) 연구자 대니얼 하비 힐.

당신은 이제 새로운 창업에 도전하고자 한다. 혹은 신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 조직원일 수도 있다. 앞서 본 경계의 원칙을 이러한 작업에 적용해보자. 먼저 단순화한 매뉴얼의 중요성이다. 위기에 직면하거나 양자택일의 순간을 앞두고 있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행태는 대부분 ‘일단 정지’다. 사고와 행동이 모두 얼어붙는, 시쳇말로 ‘멘붕’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그들의 정신과 육체에 비상사태에 대비한 매뉴얼이 각인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흡사 한밤중에 강력한 서치라이트를 받고 도로 위에 멈춰 선 고라니와 같다.

매뉴얼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조직생활을 통해 인정받은 유능한 인재들은 평소 시간이 날 때마다 고유의 방법을 활용해 대응 매뉴얼들을 만들고 연습한다. 거절하기 곤란한 부탁을 받을 때, 즉각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받았을 때, 동시에 처리하기 힘든 정보를 한꺼번에 접했을 때 등등으로 나눠 가상의 상대를 정해놓고 행동(action)과 반응(reaction)의 역할극을 해보는 것이다.

복잡한 상황을 분석하고 단순화하는 가장 기초적이면서 효과가 높은 방법은 6하원칙을 사용하는 것이다. 사람은 대부분 자기 앞에 놓인 일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덤벼든다. 하지만 그것을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로 나눠 살펴보면 의외로 많은 부분이 명확해진다.

경계가 쉴 새 없이 진행돼야 하듯, 이러한 작업 역시 중단돼서는 안 된다. 미국 워싱턴 도로에 나가 보면 자동차의 3분의 2가 일본 차다. 한창때는 대부분이 도요타였다. 도요타의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시각이 다를 수 있지만, 가장 주효했던 것은 미국 시장을 ‘오랫동안’ 두드렸다는 점이다. 이들의 시도는 1958년부터 시작됐다.

도요타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유의미한 물량을 판매하게 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그 기간 도요타는 미국에 수천 명 규모의 인력을 파견해 시장조사와 제품 개발의 사이클을 반복했다. 코롤라나 캠리로 중저가 시장에 안착하고 자리를 굳힌 뒤에도 이러한 사이클은 쉬지 않고 가동됐고, 그 결과 90년대에는 렉서스로 고급차 시장마저 석권하기에 이른다. 미국 진출 첫해에 단 2대밖에 팔지 못했지만, 쉬지 않고 시장 문을 계속 두드린 결과 미국인이 원하는 미국의 차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친구는 가까이 두되 적은 더 가까이 두라는 것은 일종의 수사다. 상대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나 조직의 장(長)과 친구가 되라는 뜻이라기보다 상대에 관한 정보와 동향을 탐지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창업이나 신사업 진출을 앞두고 경쟁 업체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이러한 정보는 어떻게 수집할 수 있을까. 협상전문가 허브 코헨은 코앞에 닥쳐야만 정보를 찾는 방식으로는 참담한 실패를 피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평소 첩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상대를 위해 일하는 사람, 거래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 비서, 점원, 기술공, 수위, 전문가 등이 모두 정보 획득의 원천이 된다. 경쟁 프레젠테이션이나 입찰을 앞두고 당신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평소 미리미리 발품을 팔아 입수한 강력한 라이벌에 대한 정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주간동아 2015.05.11 987호 (p62~63)

  • 남보람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 elyzcam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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