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5

2015.04.27

단맛, 신맛, 타닌, 보디감…난 벌써 애호가

미각으로 분석하기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5-04-27 1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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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와인은 드라이(dry)하군.” “보디감이 좋아.”

    와인 애호가가 곧잘 하는 말들이다. 초보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니 대화에 끼기 힘들다. 하지만 용어를 이해하고 테이스팅 연습을 하다 보면 와인의 맛은 의외로 쉽게 분석할 수 있다. 게다가 미각은 와인에서 단맛, 신맛, 타닌, 보디감만 느끼므로 후각으로 느끼는 복잡다단한 향에 비해 훨씬 간단하다.

    와인은 포도 당분이 알코올로 발효돼 만들어진 술이다. 와인은 대부분 당분이 거의 다 발효된 상태, 즉 잔당이 ℓ당 4g 이하인 상태로 출시된다. 그런 와인이 드라이한 와인이다. 잔당이 ℓ당 4~12g이면 살짝 단맛이 느껴지는 오프 드라이(off dry), 12~45g이면 미디엄 스위트(medium sweet), 45g 이상이면 스위트로 단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인간의 혀는 기계처럼 잔당 양에 따라 단맛을 느끼지 않는다. 진한 과일향을 단맛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으면 단맛이 난다고 느낄 때도 많다. 반대로 잔당이 많아도 와인의 산도가 높으면 당도를 실제보다 낮게 느낀다. 와인을 자주 접하다 보면 그런 점들을 감안하며 단맛을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와인의 산도는 어금니 뒤쪽 침샘에 오는 자극으로 알 수 있다. 머금었던 와인을 목으로 넘겼을 때 침샘이 시큼하고 침이 많이 나오면 신맛이 강한 와인이다. 와인을 마실 때마다 침샘 반응을 느껴보자. 달콤한 와인일수록 산도가 높은 것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와인이 달기만 하고 신맛이 없으면 맛이 둔해지기 때문에 스위트 와인일수록 산도가 높은 품종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당도만큼 산도도 높아야 와인은 경쾌한 맛이 난다.

    타닌은 떫은맛이라고도 하지만 입안이 마르고 조여드는 느낌, 즉 질감에 해당한다. 타닌은 포도껍질과 씨, 꼭지에 들어 있기 때문에 포도즙만 발효해 만드는 화이트 와인보다 껍질째 담가 발효하는 레드 와인에 많다. 포도껍질의 두께와 와인의 타닌은 비례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시라(Syrah)는 껍질이 두꺼워 그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타닌도 강한 편이다. 반면 껍질이 얇은 피노 누아르(Pinot Noir)와 메를로(Merlot)는 와인의 타닌도 약할 때가 많다. 타닌은 항산화 성분으로 방부제 기능을 하기 때문에 병 숙성을 오래 견디는 와인일수록 타닌이 강한 편이다.



    와인의 보디감은 입안을 채우는 느낌, 즉 무게감이다. 맥주를 예로 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Corona)는 맥주 중에서도 가장 가벼운 라이트 보디(light body)다. 반면 기네스(Guinness)는 가장 묵직한 풀 보디(full body) 맥주다. 와인을 다양하게 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라이트, 미디엄, 풀 보디에 대한 기준이 생기고 보디감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와인을 테이스팅할 때 마치 입을 헹구듯 와인을 머금고 우물거린다. 와인을 입안과 혀 구석구석에 접촉케 해 맛, 질감, 무게감을 충분히 느끼려는 행동이다. 이 행동이 처음엔 어색하지만 와인을 미각으로 느끼는 연습을 하다 보면 점차 익숙해진다. 그리고 그 행동이 어느새 몸에 뱄다고 느끼는 순간 당신은 이미 와인 애호가가 돼 있을 것이다.

    단맛, 신맛, 타닌, 보디감…난 벌써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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