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4

2015.04.20

‘김영란법’ 시도 자체가 최선이다

공직자와 뇌물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5-04-20 1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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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법’ 시도 자체가 최선이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3월 1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수정 통과된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뇌물(賂物)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받는 금품을 가리킨다(형법 제129조 제1항).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가가 있으면 공직자가 있고, 공직자가 있으면 뇌물이 존재했다. 그런 면에서 뇌물은 긴 역사를 가진 인류의 유물(遺物)인 셈이다. 수천 년 동안 각 국가는 뇌물을 뿌리 뽑으려고 온갖 장치를 고안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뇌물을 줄이기 위한 각종 제도를 만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공무원이 수뢰죄로 처벌되려면 자기가 담당하는 업무와 연관해 청탁과 금품을 받아야 한다. ‘업무와의 연관성’과 ‘부정한 청탁’은 수뢰죄 처벌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업무와의 연관성 요건을 보면 뇌물과 관련된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 아니면 수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부정한 청탁 부분에선 일반인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공무원에게 특별대우를 원한 게 아니라 정당한 평가와 판단을 부탁하며 준 금품도 법상 뇌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뇌물은 특별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차별받지 않기 위해 주는 경우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알선수뢰죄(형법 제132조)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 다른 공무원의 업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경우다. 실무적으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3조에서 정한 알선수재 규정을 적용한다. 지위를 이용한다는 요건이 없는 등 구성 요건이 단순해 입증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뇌물공여죄(형법 제133조)는 뇌물을 준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의 경우 뇌물을 주기 위해 보통 비자금을 사용한다. 큰 금액의 뇌물을 주려면 비자금을 만들려고 분식회계를 할 수밖에 없다. 공직자에게 전달된 사실까지 모두 밝혀내면 뇌물죄가 성립되지만 수사가 실패하면 단순히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처벌하거나 매출 누락을 통해 비자금을 마련한 사안에 대해서만 조세포탈로 처벌한다. 우리나라 회계와 감사의 실제를 생각하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범죄인 것만은 분명하다.

    ‘김영란법’ 시도 자체가 최선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3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5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채명성 법제이사(오른쪽)와 강신업 공보이사.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부정청탁과 공직자의 금품거래를 금지하기 위한 법률이다. 금품거래 자체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 처벌하므로 업무와의 연관성을 따지지 않는다. 돈으로 공무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려는 것이다. 수사의 실제를 고려할 때 획기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다만, 돈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통해 청탁이 이뤄질 수도 있으므로 부정청탁 방지 규정을 넣은 것은 잘한 일이지만 공직자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까운 친척이 그 대상이 됐을 경우 이를 회피하기 위한 규정이 최종 제외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소위 이해 충돌 방지 규정이 그것이다.

    형법에 뇌물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다고 뇌물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국민 개개인의 가치관, 타인과의 인간관계 형태, 사회 구조 등을 잘 따져 우리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뇌물 방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따져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시도하는 것 자체가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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