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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막걸리 한 잔에 서대회무침 한 점

여수의 해물요리

막걸리 한 잔에 서대회무침 한 점

막걸리 한 잔에 서대회무침 한 점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를 빌리지 않아도 전남 여수의 바다는 아름답다. 그 이름처럼 물이 수려하다(麗水). 뭍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와 시장도 한 몸처럼 잘 어울린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가 열린 여수역 주변은 현대식 건물이 많이 들어섰지만 여수 진남관 앞거리는 아직도 온통 재래시장이다. 서시장, 중앙선어시장, 여수수산물특화시장, 여수수산시장, 교동시장 같은 시장들이 부두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여수의 주인공은 역시 생선이다. 서대(서대기)회무침은 시장 인근 식당에서 다 취급하지만 이 중에서도 잘하는 집은 따로 있다. 중앙선어시장 근처에 있는 ‘구백식당’은 서대회무침과 서대회비빔밥으로 이름을 떨친다. 여수에는 여수막걸리나 개도막걸리 같은 유명 막걸리가 많다. 이 막걸리로 만든 막걸리식초로 서대를 다듬으면 회가 부드러워지면서 감칠맛도 풍부해진다. 식초는 술을 발효시킨 다음 만드는 게 전통 방법이고 또 가장 맛있다.

서대회와 더불어 금풍생이(군평서니)라는 노릿한 생선구이도 인기가 좋다. 생선구이에는 톡 쏘는 막걸리가 제격이다. 막걸리는 요즘 같은 봄날 더 맛있다. 해안가의 막걸리 문화는 육지와 좀 다르다. 막걸리의 부유물을 가라앉힌 맑은 술, 즉 위 술만 마시는 문화가 깊이 자리하고 있다. 텁텁하지 않고 맑아 생선에 제격이다. ‘구백식당’과 쌍벽을 이루는 ‘삼학집’에서도 금풍생이와 서대회무침을 먹을 수 있다.

여수 사람들은 점심시간마다 게장 전문점 앞에 긴 줄을 선다. 그중에서 ‘황소식당’이 원조 격이다. 이곳에서는 꽃게 대신 민물게(참게)를 닮은 작은 돌게(민꽃게)로 게장을 담근다. 돌게로 만든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은 다른 지역과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고 ‘리필’도 가능하다. 게장을 시키면 반찬 10여 개와 조깃국이 나온다. 저렴하고 양 많고 맛 좋은 서민 맛집의 삼박자를 두루 갖추고 있다.

막걸리 한 잔에 서대회무침 한 점
여수 국동항 주변에는 ‘자매식당’을 비롯한 붕장어 전문점이 10여 곳 몰려 있다.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더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의 최고 인기 메뉴는 단연 통장어탕이다. 1.5kg이 넘는 커다란 붕장어는 구워 먹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다른 생선에 비해 기름기가 많지만 뱀장어에 비하면 반 정도밖에 안 된다. 이 커다란 붕장어를 여수 아주머니들은 시래기와 된장을 넣어 국으로 끓여 낸다.



붕장어 살은 풍성하고 고소하며 기름지다. 국물은 진하면서도 탁하지 않고 개운하다. 여기에 여수 봄날의 명품인 톡 쏘는 갓김치를 곁들이면 봄날 사라진 미각을 되찾는 데 더할 것이 없다. 알싸한 갓김치와 은근하고 깊은 맛을 내는 장어국은 상극 같은 재료들이 만나 상생으로 거듭나는 특이한 체험을 선사한다. 1kg 미만의 붕장어는 구워 먹는다. 바로 앞 항구에서 경매를 한 붕장어는 양념하지 않고 소금만 쳐서 먹는 게 가장 맛있다. 고소한 감칠맛과 단맛이 동시에 난다.

여수 밤바다의 주인공은 단연 교동 포장마차촌이다. 천변을 따라 이어진 포장마차 수십 개에는 가게 이름 대신 경매인 숫자를 의미하는 번호가 붙어 있다. 사람이 가장 많은 23번 집은 모둠불판이 유명하다. 키조개 관자, 새우, 냉동삼겹살에 부추와 채소를 풍성하게 올려 구워 먹는 음식이다. 해산물 맛이야 당연하고 냉동삼겹살도 그에 못지않게 맛있는 게 이 집의 반전이다. 풍성한 안주와 시원한 술 한 잔을 곁들이면 봄바람이 살랑대는 여수 밤바다가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주간동아 2015.03.30 981호 (p76~76)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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