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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환절기 거센 마음을 위로할 네 곡의 에스프리

강아솔&임보라 트리오의 ‘소곡집’

환절기 거센 마음을 위로할 네 곡의 에스프리

환절기 거센 마음을 위로할 네 곡의 에스프리
이 앨범을 듣다 보면 목소리와 피아노가 서로를 배려한다는 생각이 든다. 네 곡이 담긴 작은 앨범이지만 여운은 열 몇 곡이 담긴 웬만한 앨범을 능가한다. 가슴이 서먹해지기도 한다. 예쁘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서정이란 상투적인 표현은 이 음악들과 함께 할 때 그 상투성에서 벗어난다. 강아솔과 임보라 트리오의 협연 앨범 ‘소곡집’(사진) 얘기다.

발매된 게 1월이었으니 벌써 두어 달이 지났다. 칼럼으로 소개하기엔 발매 시기가 좀 애매하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이 네 곡을 종종 들었다. 능동적으로 찾아서 들었다기보다, 문득 보니 이 앨범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욕망의 주머니 속에 담긴 송곳 같은 음악이랄까. 쓰지 않고 지나가면 나중에 후회할 듯싶었다.

강아솔은 제주 출신 싱어송라이터다. 제주에서 태어나 고등학생 때까지 섬에 머물렀다.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틈틈이 학원에서 음악을 배웠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참가했으나 떨어졌다. 편입시험에 실패하고 낙담해 제주로 내려갔다. 친지들이 그에게 음악 작업의 기회를 줬다. 이를 계기로 지인들에게 자신의 노래를 선물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녹음을 하러 간 스튜디오 사장이 그의 노래를 듣고 제대로 앨범을 내보자고 제안했다. 거절했다. 현지 레이블에서 다시 제안이 들어왔다. 디지털로는 유통되지 않는 1집 ‘당신이 놓고 왔던 짧은 기억’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아는 사람만 알았던 이 앨범은 그러나, 그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서울, 그리고 홍대까지 제주의 강아솔이 알려졌다. 1년 반 동안의 제주 생활을 정리하고 강아솔은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인디 레이블 일렉트릭 뮤즈와 계약하고 2013년 2집 ‘정직한 마음’을 냈다. 자분자분한 목소리로 꾹꾹 눌러쓴 가사를 진폭은 낮지만 선연한 멜로디에 실어 보내는 음악이 가득했다. 다른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담백함이 있었다. 무엇보다 달지 않았다. 그야말로 정직한 마음으로 부르는 정직한 노래였다.

역시 2013년 첫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한 임보라는 강아솔의 피아노 선생이었다. 강아솔 2집에도 세션으로 참가했다. 그들이 나란히 ‘소곡집’에 이름을 올린 이유는 노래와 연주 비중이 정확히 반반이기 때문인 듯 보인다. 러닝타임뿐 아니라 각 노래에서의 비중 또한 그렇다. 첫 곡 ‘소녀’는 임보라의 피아노 연주곡이다. 피아노 건반의 오른편을 부드럽게 누르는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멜로디는 세 박자 춤곡 같다. 뒤이어 강아솔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눈 내린 새벽’이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다. ‘매일의 나와 너’ 그리고 마지막 곡 ‘끝말’까지, 네 곡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이 앨범의 빼어난 점은 두 음악인 모두 주도권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자 목소리와 손가락만큼이나 사려 깊은 배려가 내내 깃들어 있다. 연주곡과 가창곡의 장점만을 취하고 있다. 그런 미덕이 가장 빛나는 곡이 ‘끝말’이다. 골목에서 헤어지는 연인을 보며 만들었다는 이 노래는 임보라의 연주로 시작한다. 꽤 긴 인트로가 끝난 후 강아솔은 일반적인 버스(verse) - 코러스(chorus) 전개가 아닌 에스프리 같은 가사 몇 줄을 핵심적인 멜로디에 실어 툭 던진 후 빠진다. 그 앞과 뒤는 모두 임보라의 몫이다. 이 기묘한 조화는 그래서 더욱더 노래가 만들어졌을 당시의 서늘하고 슬픈 공기를 인상적으로 전한다. 몇 번이고 반복해 들어도 지루하지 않다. 부디, 꼭 찾아 들었으면 하는 노래다.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되려 한다. 마지막 꽃샘추위가 꽤 지독했던 만큼 따뜻한 바람이 여느 때보다 우리를 싱숭생숭하게 할 것이다. 이 봄날, 강아솔과 임보라의 ‘소곡집’을 권한다. 환절기 거센 마음이, 꽤 차분해질 것이다.



주간동아 2015.03.16 979호 (p78~78)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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