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7

2015.03.02

한반도 황사 대란 주의보

겨울 황사에 깜짝, 봄철 남풍 영향으로 예년보다 덜할 듯…미세먼지 피해 주의해야

  •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입력2015-03-02 1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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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황사 대란 주의보

    2월 22일 모래먼지로 뒤덮인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 시민.

    한반도 황사 대란 주의보

    때아닌 겨울 황사가 닥친 2월 22일 오후 서울 남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모래먼지가 자욱한 서울 시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해 8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반나절을 달리자 초원이 사라지고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 나왔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사막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길은 사라지고 게르(주거용 천막)조차 보이지 않는 황량한 풍경이 펼쳐졌다. 사방 어디를 봐도 드문드문 난 마른 풀 외에는 생명체를 만날 수 없었다.

    여름의 고비사막은 혹독했다. 날씨가 40도 가까이 오를 정도로 뜨겁고 몹시 건조했다. 간혹 예기치 않게 비가 내렸는데, 그치자마자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땅이 바싹 말랐다. 건조하니 먼지도 많이 일었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공기 중에 미세한 먼지가 떠다녔다. 카메라렌즈는 늘 뽀얀 상태였고, 텐트는 30분만 열어놔도 안에 모래가 차서 운동장 위를 걸을 때처럼 서걱서걱 밟혔다.

    이 모래먼지가 바로 봄철 한반도를 찾아오는 황사의 근원이다. 매년 봄이 되면 한반도는 고비사막과 그 남쪽인 중국 네이멍구 고원, 황토 고원 같은 메마른 땅에서 일어난 황토 먼지로 뒤덮인다. 기상청이 공개한 최근 13년(2002~2014)간 기록을 보면, 한반도를 찾아오는 전체 황사의 81%가 고비사막과 네이멍구 고원에서 발원한 것이다. 대륙 한가운데 위치한 이들 지역 기후는 겨울과 봄이 되면 더욱 건조해져 더 많은 모래먼지가 발생한다. 이 먼지가 거친 바람을 만나 떠오르고, 때마침 저기압(공기가 가벼워져 위로 떠오르는 기상 상태) 영향까지 받으면 최고 2.5km 상공으로 솟아오른다. 솟아오른 먼지 입자는 안개나 연기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고 상공에 오래 머무른다. 이 상태에서 남동쪽이나 동쪽으로 바람이 불면 하루 이틀 뒤 서해를 지나 한반도까지 건너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황사다.



    겨울 황사 원인은 고비사막 가뭄



    설 연휴가 막 끝난 2월 23일, 전국은 때아닌 황사에 뒤덮였다.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짙은 모래구름이었다. 이번 황사도 고비사막과 중국 네이멍구 고원에서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 지역은 2월 중하순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이 탓에 겨울이면 눈에 덮여 있던 사막 표면이 대기에 노출됐고, 평소보다 기온이 높아 땅이 얼지도 않았다. 먼지가 날리기 최적의 조건이었던 셈이다. 여기에 때마침 북서풍(남동쪽으로 부는 바람)이 불면서 철모르는 황사가 한반도를 덮은 것이다.

    이번 황사는 2월 23일 새벽 미세먼지(PM10·지름 0.01mm 이하인 먼지) 농도가 1044μg/㎥를 기록하며 최고조에 달했다. 기상청은 황사특보(경보)를 발령했다. 황사경보는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800μg/㎥ 이상일 때 발령한다. 대기를 가로, 세로, 높이 1m 크기로 잘라 1시간 동안 관찰했을 때 그 안에 포함된 먼지 무게가 평균 0.8mg 이상이라는 뜻이다. 농도가 그 절반인 0.4mg 이상이 되면(400μg/㎥) 황사주의보가 발령된다.

    일부 언론에선 이번 황사를 보도하면서, 앞으로 황사 발생 시기가 당겨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조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황사는 보통 봄이 한창일 때 한반도를 찾아와 ‘봄의 불청객’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1981년부터 2010년 사이 기상청의 황사 측정 자료를 봐도 전국 17개 관측 지점에서 측정된 황사 관측 일수(각 지점에서 황사가 관측된 날의 평균 일수)는 4월에 가장 많고(2.4일), 그 뒤를 3월(1.8일)과 5월(1일)이 따른다. 그런데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10년만 놓고 보면 3월에 가장 많이(2.3일) 발생한 것으로 나온다. 자주 발생하는 시기가 앞당겨진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이 ‘황사 발생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여기에 마침 2월 말 역대 볼 수 없었던 심한 황사까지 발생하니 ‘겨울 황사’가 현실이 됐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는 기우일 개연성이 크다. 이현수 기상청 기후과학국 기후예측과 사무관은 “황사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지난 10년 결과만 보고 속단하기엔 이르다”며 “황사 발생 빈도 변화를 논하려면 더 긴 시간 동안 관측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겨울 황사는 과거에도 종종 나타나던 현상이다. 6년 전인 2009년 2월 20일에도 시간당 황사 농도가 883μg/㎥까지 치솟아 황사경보가 내려진 일이 있다. 특보까지는 아니지만 2010년 12월에도 매우 이른 겨울 황사가 발생해 서울에 시간당 최고 355μg/㎥ 황사가 발생했다. 황사주의보 발령 직전 단계였다.

    피할 수 없다면 대비해야

    한반도 황사 대란 주의보

    우리나라를 덮치는 황사의 주요 발원지인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쿠부치 사막에서 대한항공 직원들과 내몽고사범대 학생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황사가 혹시 올봄 심한 황사가 올 것을 암시하는 전조일 수 있을까.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이 사무관은 “수치모형을 이용해 예측한 결과, 올봄 한반도에는 북쪽으로 부는 바람(남풍)이 주로 불 예정”이라며 “고비사막에서 발생한 모래먼지가 한반도까지 유입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봄 황사 발생 일수는 평년 수준(5.2일)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때때로 북서풍이 불 경우 3월 초에 이른 황사가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비록 예년보다 드물다고는 해도 황사가 아예 찾아오지 않는 봄은 드물다. 대처할 방법은 없을까. 현재로서는 기상청 예보와 특보에 귀를 기울이고, 황사가 예상될 때는 외출을 삼가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부득이 외출할 때는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황사 전용 마스크를 쓰고, 외출에서 돌아와서는 바로 깨끗이 먼지를 씻어내는 게 좋다.

    최근에는 황사 외에도 중국과 한국의 공장이나 가정 난방 등 인공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다. 이런 미세먼지는 황사보다 지름이 작아 폐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기 때문에 훨씬 위험하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인터넷 홈페이지(www.airkorea.or.kr)를 통해 황사와 미세먼지를 통합한 새로운 미세먼지 예보제를 실시하고 있다. 황사를 포함한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하루 네 번 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 네 단계로 등급을 발표한다. 지역별 등급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만약 외출 지역이 나쁨 단계 이상일 경우에는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또 천식환자 등은 호흡 보조기를 사용하는 게 좋다.

    드넓은 고비사막을 일순간에 나무로 채울 수도 없고, 중국 해안가에 밀집한 공장과 대도시 생활 매연을 한꺼번에 없앨 수도 없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비록 올해는 예년보다는 안전하다지만, 완벽히 피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피할 수 없다면, 피해만이라도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가 필수다.

    한반도 황사 대란 주의보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쿠부치 사막에서 나무 심기 봉사를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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