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6

2015.02.16

수익형 호텔 분양의 유혹

유명 호텔 이름 빌리고, 확정수익 앞세워 고객 모집…운영해봐야 수익 여부 가늠, 환매 어려움도

  • 정혜연 기자 grape06@donag.com

    입력2015-02-13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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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익형 호텔 분양의 유혹

    확정수익을 내세우며 분양에 열을 올리는 한 수익형 호텔의 분양사무소.

    부동산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수익형 호텔’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슈가 돼왔다. 한 칸짜리 방을 분양받아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관광진흥법상 일반숙박시설로 용도 허가를 받는 ‘호텔’이라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호텔은 한 기업이 호텔 전체 객실과 레스토랑, 편의시설 등 내부 사업장을 소유해 숙박비를 벌거나 서비스 판매 수익을 올리는 형태로 운영된다. 반면 수익형 호텔은 일반 오피스텔과 비슷한 방식으로 객실 한 채씩 일반 투자자에게 분양하고 개별로 등기할 수 있게끔 한다. 개중에는 호텔 지분을 분양해 지분등기를 할 수 있게 한 곳도 있다. 얼핏 리조트나 콘도 회원권과 유사해 보이지만 수익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분양 완료 후 호텔이 지어지면 운영회사가 객실을 통째로 관리하면서 전체 수익금을 일괄적으로 n분의 1로 나눠 투자자들에게 배분한다.

    확정수익 약속하며 투자금 이체 유도

    다소 생소한 개념의 부동산 형태인 수익형 호텔의 면면을 알아보고자 2월 초 분양을 시작한 제주 지역의 한 수익형 호텔 분양사무소를 찾아갔다.

    분양사무소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해 있었다. 외관은 강남 일대에 밀집한 대부분의 수익형 호텔 분양사무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양사무소 직원은 먼저 제주도 전체 지도를 보여주며 호텔이 들어설 곳이 어떤 지역인지 설명했다. 그는 제주국제공항에서 멀지 않은 일명 ‘제주도의 강남’이라고 부르는 곳에 호텔이 들어서게 된다면서 이는 자사만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코스인 유명 면세점이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될 정도로 가깝고, 중국인 관광거리인 ‘바오젠 거리’와도 멀지 않아 제주에서도 땅값이 가장 비싼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호텔의 주요 고객은 중국인 관광객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1300만 명으로, 그중 중국인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이어 어느 연구기관에서 조사한 결과 중국인 13억 인구가 제주를 모두 방문하는 데만 100년 넘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그럴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제주도청에 확인한 결과 2014년 한 해 제주도를 방문한 전체 관광객(내국인 포함)이 1227만 명이며, 이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은 280만 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의뭉스러운 점은 호텔 이름이었는데 서울 시내에서 대형 호텔을 운영하는, 해외에 본사를 둔 유명 호텔의 브랜드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 같은 호텔이냐고 묻자 직원은 “명의를 빌리는 데 일정 이용료를 내기로 계약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같은 호텔 명의를 사용하는 전국의 다른 수익형 호텔들은 건설 이후부터 사용하게끔 돼 있지만 자신들은 분양 단계부터 사용하기로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본사에서 호텔 운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은 모두 동일했다. 즉 분양하고 있는 해당 수익형 호텔은 호텔 본사가 운영에 참여하는 체인이 아니며, 유명 호텔의 명의는 투자자를 모으기 위한 선전 수단에 불과했다.

    분양가에 대해 묻자 직원은 객실 크기에 따라 1억7000만 원 안팎이라는 대답과 함께 분양가 대비 연 8%의 확정수익률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계약서를 쓰고 분양가의 10%인 계약금이 입금되면 즉시 5년간 연 8%의 확정수익을 지급한다는 보증서를 써준다고도 했다. 수익이 나리라는 보장도 없는데 보증서가 무슨 소용이냐는 질문에 “지금도 밀려드는 중국인 관광객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수익이 나지 않을 리 없다”고 답했다.

    그는 재차 한때 인기를 끌었던 수익형 오피스텔과 비교하며 강점을 설명했다. 오피스텔의 경우 보수, 유지비가 계속 들어가고 공실도 피할 수 없으며, 중개수수료가 들어간다는 단점을 지적했다. 반면 수익형 호텔은 “호텔 운영사가 적립된 수익금의 일정 부분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유지비를 들일 필요가 없고, 분양받은 객실이 이용되지 않아도 전체 객실 수익금을 투자자들에게 일괄적으로 나눠주기 때문에 공실에 따른 염려도 없으며, 중개수수료 또한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텔을 분양받은 뒤 수익금을 받으려면 투자자들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에 따른 소득세와 각종 세금은 본인이 부담해야 하지만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얘기를 다 듣고 일어서려 하자 분양 담당 팀장이 “이미 로열층 분양이 끝난 상태로 문의 고객도 많아 로열층이 소진될 수 있다”며 계약금 100만 원을 걸고 로열층을 확보한 뒤 사흘 이후 가부를 말해주면 그에 따라 환불도 가능하다면서 입금을 권유했다. 그러나 이 분양사무소는 문을 연 지 1주일밖에 되지 않았고 사무소를 찾은 손님도 기자를 제외하고 2명밖에 없었다.

    전국적으로 수익형 호텔 분양이 진행되는 지역은 제주에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카지노 승인이 내려진 인천 영종도와 평택항 개발 호재로 기대를 모으는 경기 평택시, 그리고 강원 속초와 정선 등이다. 이들은 저마다 관광특구라는 점과 각종 개발 호재를 이점으로 내세우며 인터넷과 신문 등에서 홍보를 통해 투자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익형 호텔 분양의 유혹
    기대수익 불확실, 판단은 투자자 몫

    이러한 홍보에 문제는 없을까.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대해 “확정수익을 보장한다는 문구로 광고하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리고 있다. 또 임대 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거나, 공실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 것처럼 광고하는 것도 제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2014년 12월 수익형 부동산을 분양하면서 거짓과 과장 광고를 한 21개 분양사업자에 시정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도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대해 감독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정조치일 뿐 법적 효력이 없어 현재까지도 여러 업체가 비슷한 광고를 계속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수익형 호텔이 투자 가치가 있을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수익형 호텔에 대해 일종의 기획부동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호텔을 운영사가 관리한 뒤 지분제로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로, 한때 유행했던 테마형 쇼핑몰과 유사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며 “투자자가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기대수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분양할 때는 확정이익을 내세우지만 그 정도 수익이 날지는 호텔이 세워지고 운영에 들어가야 알 수 있지 않겠느냐”며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약정기간이 지나면 어떻게 분양대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분을 분양받은 투자자의 경우 실물로 거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매가 어려울 것이며, 객실을 개별로 분양받더라도 환매 시 이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곳이 없어 환금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 가치에 대해 묻자 그는 “화려한 마케팅 이면에 어떤 위험이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투자자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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