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5

..

맛있는 밸런타인데이를 위한 환상 궁합

초콜릿과 스위트 와인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5-02-09 09:4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맛있는 밸런타인데이를 위한 환상 궁합

    포도 안의 당분을 농축해 만든 늦수확 와인은 화이트초콜 릿에 잘 맞는다. 헝가리 토카이 와인은 화이트초콜릿과 특히 잘 어울린다.

    와인 초짜 시절이었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 와인 파티를 계획했다. 평소 다이어트 때문에 꾹꾹 참아왔지만 그땐 왠지 가게마다 진열된 형형색색 예쁜 초콜릿에 마음이 동했다. 친구들과 주말 약속을 잡고 초콜릿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레드 와인을 준비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초콜릿을 안주 삼아 마신 그 와인이 도무지 무슨 맛인지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초콜릿을 먹고 와인을 마시면 와인이 맹물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주범은 바로 초콜릿. 진하게 농축된 초콜릿의 맛과 향이 와인의 향취를 뒤덮어버리는 탓이다. 와인과 다른 음식을 조화시키는 원칙 가운데 하나는 와인이 지닌 맛과 향의 강도가 음식의 그것들보다 강하거나 유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음식 맛이 와인 향취를 압도해 와인이 싱겁게 느껴진다. 결론적으로 초콜릿만큼 달콤하고 진한 맛과 향을 지닌 와인을 마셔야 와인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답은 바로 스위트 와인이다.

    스위트 와인에는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주정강화 와인이다. 주정강화 와인은 포도즙에 독한 증류주를 부어 발효를 멈춤으로써 포도 당분을 와인 안에 많이 남겨둔 것이다. 포르투갈의 포트(Port)와인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주정강화 와인이다. 둘째는 포도 안의 당분을 농축해 만든 와인이다. 늦수확(Late Harvest) 와인, 아이스 와인(Ice Wine), 귀부(Noble Rot) 와인이 그런 종류다. 늦수확 와인은 포도를 수확하지 않고 가지에 달린 채로 두어 거의 건포도 상태로 만든다. 아이스 와인은 포도 안의 수분이 언 상태에서 즙을 짜 진한 당분만 추출해 만든다. 귀부 와인은 곰팡이의 일종인 귀부균에 감염된 포도로 만드는데, 귀부균은 포도에서 수분을 빼앗고 향과 당분을 농축시키는 기능을 한다. 프랑스 소테른(Sauternes), 헝가리 토카이(Tokaji)가 대표적인 귀부 와인이다.

    스위트 와인은 초콜릿과 두루 잘 맞지만 초콜릿 종류에 따라 다른 스위트 와인을 곁들이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포트와인 중에도 긴 오크 숙성을 거친 토니(Tawny) 포트는 커피, 견과류, 말린 과일향이 진하고 타닌이 실크처럼 부드러워 밀크초콜릿, 캐러멜초콜릿, 다크초콜릿과 궁합이 잘 맞는다.

    맛있는 밸런타인데이를 위한 환상 궁합

    초콜릿은 포트와인과 특히 잘 어울린다. 다우(Dow’s)의 너바나(Nirvana) 포트와인은 초콜릿 전용으로 양조된 와인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화이트초콜릿은 카카오 없이 카카오버터로만 만들기 때문에 포트와인보다 귀부 와인, 늦수확 와인, 아이스 와인의 꿀에 절인 듯한 진한 과일향과 더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초콜릿이 첨가된 음식이라면 스위트 와인이 아닌 다른 와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초콜릿 케이크라면 호주산 시라즈(Shiraz) 와인도 괜찮은 후보가 될 듯하다. 초콜릿 케이크에는 카카오보다 전분과 지방이 많기 때문에 묵직한 시라즈의 농익은 과일향이 썩 잘 어울린다. 딸기에 초콜릿을 입혀 먹는 딸기 초콜릿 퐁뒤에는 약간 단맛이 나는 드미섹(demi-sec) 로제(Rose′) 샴페인이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무심히 밸런타인데이를 보낸 지도 몇 해가 지났다. 밸런타인데이 분위기에 휩쓸려 초콜릿을 사기엔 민망한 나이가 돼버린 탓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밸런타인데이가 굳이 연인만을 위한 날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래서 올해엔 가족과 함께 초콜릿 와인 파티를 해볼까 싶다. 이젠 초콜릿과 와인 페어링을 제대로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밀크초콜릿도 사고 토니 포트도 한 병 준비해야겠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