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2

2015.01.19

女농구 ‘위성우 매직’ 계속될까

4시즌 연속 꼴찌 우리은행…개막 최다연승 신기록 세우며 극강 변신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5-01-19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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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女농구 ‘위성우 매직’ 계속될까

    1월 5일 경기 구리시 구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2015 KB국민은행 여자프로농구’ KDB생명 위너스와 우리은행 한새의 경기에서 우리은행 휴스턴이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2014~2015 KB국민은행 여자프로농구’가 올스타 브레이크를 마치고 1월 21일부터 후반기에 돌입한다. 6개 구단이 팀별로 21경기 안팎을 소화한 가운데 이번 시즌 화제의 중심에 선 팀은 춘천 우리은행이었다. 위성우(44)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은 개막 후 한국여자프로농구 역사상 최다인 16연승을 기록하는 등 18승3패, 승률 0.857의 고공 행진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며 전반기를 마감했다.

    우리은행은 2008~2009시즌(7승33패), 2009~2010시즌(9승31패), 2010~2011시즌(5승30패), 2011~2012시즌(7승33패)에 걸쳐 연속 꼴찌였다. 박건연, 정태균, 김광은 등 그 기간 3명의 사령탑이 교체되는 등 우리은행은 ‘누가 맡아도 안 되는 팀’이자 ‘감독의 무덤’이었다. 2010~2011시즌에 거둔 5승 30패, 승률 0.143은 한국여자프로농구가 단일 리그로 전환한 2007~2008시즌 이후 최저승리·최저승률로 남아 있다.

    스트레스도 농구로 푸는 감독

    그러나 4시즌 연속 꼴찌에 머물며 ‘흑역사’를 썼던 우리은행은 2012~2013시즌부터 환골탈태했다. 2012~2013시즌 24승11패로 당당히 정규리그 1위에 오른 뒤 삼성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3연승을 거두고 통합챔피언에 올랐다.

    일단 한 번 꼴찌 멍에를 벗자 우리은행은 더 단단하고 강해졌다. 2013~2014시즌에도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동시에 달성해 2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뒤 이번 2014~2015시즌 들어서는 16연승으로 단일 리그 도입 후 ‘개막 최다연승 신기록’을 세우는 등 극강으로 자리매김했다.



    4시즌 연속 꼴찌를 한 우리은행은 2011~ 2012시즌 종료 후 위성우 감독을 영입했고, 초보 사령탑이던 위 감독은 단숨에 팀을 바꿨다. 먼저 체력과 수비에 초점을 맞추고 팀을 개조해나갔다. 선수들을 ‘뛰는 농구’에 최적화하기 위해 여름 내내 혹독한 러닝 훈련을 실시했다. 또 ‘될 때까지 하는’ 집요한 반복 훈련을 통해 우리은행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존 프레스’ 수비를 집중 연마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마음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던 패배의식을 걷어내려고 힘을 기울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겨야 했고, 이기기 위해 지옥 훈련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위 감독은 신한은행 시절 코치로서 임달식(50) 전 감독을 보좌하며 ‘통합 6연패 신화’를 이뤘던 주인공 중 한 명. 당시 신한은행에는 정선민, 전주원, 최윤아, 하은주 등 좋은 선수가 많았지만 위 감독이 팀을 맡은 우리은행은 선수 면면이 화려하지 못했다. 짧은 시간 안에 기술을 발전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 위 감독은 그 대신 강한 체력을 중심으로 한 수비 농구를 선택했고, 이는 한국여자프로농구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놓은 ‘유쾌한 반란’으로 이어졌다.

    유난히 선수의 체력을 강조하는 위 감독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며 자신을 채찍질한다. 2014년 여름,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는 여자농구대표팀을 맡은 위 감독은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3개월간 남자대표팀과 함께 생활하며 틈틈이 남자대표팀의 훈련을 지켜봤다. 당대 한국농구 최고 명장으로 꼽히는 유재학(52) 감독의 훈련 시스템을 눈으로 익히고 조언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 같은 노력은 위 감독이 이끈 여자농구대표팀이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20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복귀하는 데 큰 힘이 됐다.

    女농구 ‘위성우 매직’ 계속될까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평소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위 감독은 스트레스마저 농구로 풀 정도로 ‘농구광’이자 ‘공부하는 지도자’다.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 남자프로농구 경기를 챙겨본다. 특히 그는 남자프로농구 모비스나 전자랜드처럼 조직적인 농구를 잘하는 팀의 게임을 즐긴다. 그런 농구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위 감독은 혹독한 훈련으로 부임 초기부터 우리은행 선수들 사이에서 ‘악마’로 불렸다. 하지만 그는 취임 세 시즌째를 맞이해 지도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지난 두 시즌에 비해 훈련 강도를 낮추고 시간도 소폭 줄였다. 호통보다 격려가 늘었고, 단체생활을 하는 선수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인 외박 일수도 부쩍 늘렸다. 왜일까. 위 감독의 설명이다.

    “부임 첫 시즌에는 꼴찌 팀의 경기력을 끌어 올리고자 강하게 훈련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시즌에는 검증이 필요했다. 첫 시즌 우승이 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강하게 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인다. 선수들이 잘해서 내가 스타일을 바꿀 수 있었다. 농구를 잘하는 만큼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선수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된다. 잘 따라주고 있다.”

    선수들 특성에 따른 맞춤 리더십, ‘위성우 매직’의 근간이다.

    ‘레알 신한은행’ 뛰어넘을까

    우리은행에 앞서 한국여자프로농구를 주름잡은 팀이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2007 겨울리그부터 2011~2012시즌까지 6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거머쥐며 ‘레알 신한은행’이란 별명을 얻었다.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에서 전인미답의 6시즌 연속 통합챔피언에 등극했다. 신한은행은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6시즌 동안 정규리그에서 171승39패, 승률 0.814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또 6시즌 동안 챔프전에서 단 1패만 당하며 그야말로 철옹성을 구축했다. 신한은행이 가장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것은 2008~2009시즌이었다. 역대 한국여자프로농구 단일 시즌 최다연승인 19연승을 거두기도 한 신한은행은 정규리그에서 37승3패, 승률 0.925의 무시무시한 족적을 남겼다. 이 승률은 역대 최고승률로 남아 있다. 신한은행은 2009~2010시즌 개막 후 4승을 추가해 23연승도 작성했다. 이 역시 한국여자프로농구 역대 최다연승이다.

    2008~2009시즌 당시 신한은행은 그야말로 절대강자였다. 전주원(현 우리은행 코치)과 정선민(현 하나외환 코치), 지금보다 훨씬 젊고 컨디션이 좋았던 최장신 센터 하은주, 3점 슈터 이연화와 김연주, 차세대 가드 최윤아 등 면면도 화려했다.

    임영희, 박혜진 등이 주축이 된 우리은행은 국가대표 라인업을 능가했던 ‘레알 신한은행’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 하지만 우리은행은 과거 신한은행보다 월등하게 나은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다. 개막 16연승을 달렸던 우리은행은 전반기 막판 5경기에서 2승3패로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여자프로농구를 주름잡는 최강팀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만년 꼴찌에 머물다 ‘레알 신한은행’을 넘어 새로운 왕조 구축을 노리는 우리은행의 후반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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