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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우여곡절 담긴 ‘통일냄비 10년’

개성공단 첫 제품 생산 10주년…양적·질적 성장에도 아직 먼 길

  •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sjhong@hri.co.kr

우여곡절 담긴 ‘통일냄비 10년’

우여곡절 담긴 ‘통일냄비 10년’

개성공단 제7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이 열린 개성공단 종합자원센터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12월 15일은 북한 개성공단에서 첫 제품이 나온 지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개성공단은 지난 10년간 운영을 통해 연간 생산액이 약 5억 달러인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의 실험장으로 발전했으며 양적, 질적으로도 성장했다. 그러나 1단계 사업은 아직 정체 상황이고, 2∼3단계 사업은 첫 삽도 못 뜬 상황이다. 현재 개발 면적은 전체 개발 계획 대비 5%, 업체 수는 6% 내외에 불과하며, 3통(통행·통관·통신) 문제 등 해결 과제도 상존한다.

개성공단 사업은 지난 10년 동안 근로자 수와 생산액, 남북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율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먼저 근로자는 2014년 9월 말 현재 북한 인력 5만3209명과 남한 인력 810명을 고용해 총 5만4000여 명의 남북한 근로자가 함께 생산 활동을 하고 있다. 연간 생산액은 2005년 1491만 달러에서 2012년에는 4.7억 달러로 늘어났으며, 수출액은 3600만 달러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개성공단 사업은 금강산관광 사업이 중단되고 5·24 제재 조치가 취해진 이후 남북 간 유일한 경협 사업이 됐고, 이에 따라 남북한 총교역 및 상업적 거래의 99.6%를 차지하고 있다(표1 참조).

특히 지난 10년간의 생산 활동을 통해 개성공단은 남북한 모두에게 커다란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줬다. 2005∼2013년 실적치를 살펴보면 남한에는 매출액은 물론, 건설 및 설비투자 등을 통해 약 32.6억 달러의 내수 진작 효과를 제공했으며, 약 49.4억 달러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비롯해 고용 유발과 부가가치 유발 등 간접적 기대효과도 안겼다. 북한 경제에도 지난 10년간 약 3억 달러의 임금 수입은 물론, 토지임대료 등 총 3.8억 달러의 외화수입을 가져다줬다. 3단계에 걸친 개성공단 종합개발계획이 완성되면 남한에는 642.8억 달러, 북한에는 43.9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표2 참조).

남북한 36.4억 달러 경제 효과

개성공단 사업은 질적 측면에서도 많은 성과를 거뒀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유무상통 원리에 입각한 상생(win-win)의 경협 모델 제공과 함께, 본격적인 투자 단계로의 남북경협 시대 개막을 알렸고 경제공동체 실험장 기능도 했다. 북한 경제에는 주민의 소득 향상과 개혁·개방 및 시장경제의 학습장 기능을 했으며, 노동 생산성 향상과 산업 인프라 확충 등에도 기여했다. 특히 개성공단은 단순 외화벌이가 아니라 제조업 부문의 시장경제 학습 효과와 산업일꾼 육성을 통해 경제 회복의 자신감 및 투자 환경을 개선해 북한 경제 선순환 구조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남한 경제에서도 중소기업의 활로 모색과 해외 진출 기업의 유턴(U-turn) 특구로서의 기능, 내수 경기 활성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민관 합동의 동반성장 모델을 제공했다. 특히 개성공단 개발과 운영에는 남한 자본과 설비, 원부자재가 투입되는 만큼 내수 진작을 통해 국내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치·군사적 측면에서는 당국 간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도 한반도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 기능과 정치적 대립의 완충 및 가교 기능을 수행했다. 특히 공단 조성을 위해 북한이 수도권을 겨냥한 장사정포 부대를 후방으로 약 10km 이동함으로써 북방한계선을 북상시킨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비무장지대(DMZ)를 화해협력의 평화적 통일의 꿈을 실현하는 평화적 공간(Dream Making Zone)으로 변화시킨 ‘평화 만들기’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는 상호 간 이질감과 적대감 해소는 물론, 상호 이해와 협력 증진, 신뢰 형성과 민족·문화공동체 형성 등에 기여했다. 또한 남북한 주민이 함께 상생의 생산 활동을 하면서 ‘통일의 희망감과 자신감’을 갖게 됐으며, 중·장기적으로는 남북 간 경제력 격차 완화로 통일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여곡절 담긴 ‘통일냄비 10년’
한계와 문제점

우여곡절 담긴 ‘통일냄비 10년’

2004년 개성공단 1단계 사업부지에서 터를 닦는 작업을 하는 모습.

개성공단 사업은 긍정적 성과에도 운영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과 한계를 노출했다. 먼저 정치·군사적 요인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이는 해외 공단에 비해 가장 취약한 부문으로 지적된다. 특히 남북관계의 불안정성으로 2008년 12월 1일 통행 제한 조치와 2013년 4∼9월 일시 가동 중단 조치 등은 생산과 수출 감소, 해외 바이어 이탈 등의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둘째, 3통 문제와 4대 경협합의서 미이행 등 법·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3통 문제는 사업 활성화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며, 북측의 일방적인 규정 무시와 갑작스런운 변경 통보 같은 불안 요인도 시급한 해결 과제로 지적된다. 12월 8일에도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최저임금 인상률 제한 철폐 등 13개항의 노동규정을 일방적으로 개정 통보한 바 있다.

셋째, 노동력 부족 문제와 노무 관리의 자율성 부족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개성 인근의 인력 공급은 이미 한계에 달해 추가 사업 확대의 큰 장애요인으로 지적되며 이는 입주 기업의 과다 고용과 북측의 임금 인상 빌미로 작용한다. 또한 북한 근로자의 직업·기술 교육이 어려워 노동 생산성 향상과 고급 기술 인력 확보의 걸림돌로도 지적된다.

끝으로, 원산지 규정과 전략물자 통제 규정 적용 등은 개성공단 사업이 지속 발전하는 데 주요 선결 과제로 꼽힌다. 개성공단 제품은 고관세율이 적용되고 최혜국 대우 및 일반특혜관세 적용 등에서 제외돼 해외 수출과 외자 유치, 개성공단 국제화 등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또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고성능·정밀기계 제품의 반출이 전략물자 통제 규정으로 제한돼 있어, 개성공단이 고부가 생산기지로 발전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속 발전 가능한 사업 만들려면

개성공단 사업이 명실상부한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의 실험장이 되고 지속 발전 가능하려면 앞서 지적된 몇 가지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먼저 경제 외적 불안 요인의 최소화와 정경분리 원칙을 토대로 개성공단 지역을 정치 중립화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 모두 정치·군사적 사안으로 사업이 중단되거나 부정적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개성공단 사업은 경협을 통해 북한 포병부대를 후방으로 이동시킨 ‘경제와 안보 선순환’의 좋은 사례로, 중·장기적으로는 통일비용 절감 효과도 있으므로 ‘통일비용의 사전적 분산투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5·24 제재 조치를 완화해 고부가가치 상품 생산을 위한 신규 투자 허용과 산업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1단계 사업을 좀 더 내실화하고 공단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통해 개성공단을 해외 진출 국내 기업의 유턴 기지로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숙소 건설이나 출퇴근 도로 보수, 통근버스 확대 등을 통한 원거리 지역의 노동력 흡수 방안 등 인력 수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개성공단 사업을 남북 상생의 성공적인 경협 모델로 정착시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대박’ 구상 실현의 마중물로 활용해야 한다. 개성공단 사업은 DMZ 통과 사업이므로,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남북 간 협력은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북측의 협조 유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공단을 연결하는 경의선의 재개와 확장은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넷째, 개성공단 사업이 중·장기적으로 확대 발전하려면 통합형, 복합형 모델과 국제화를 병행 추진하는 한편, 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1단계의 단순 제조업 위주 공단에서 2~3단계의 첨단 고부가가치 상품 생산과 관광, 상업, 물류 등이 추가된 ‘통합형·복합형 생활·상업지구’로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사업의 질적, 양적 성장을 위해 국제자본의 참여를 적극 유치하고 국제공단으로서 기틀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의 국제화, 기술의 국제화, 법·제도와 행정서비스의 국제화 등이 요구된다. 이 밖에도 해외 판로 확보 차원에서 개성공단의 역외가공지역 특례 인정과 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끝으로 북측도 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공동위원회 합의문을 토대로 3통과 노무 관리의 자율성 보장 문제, 그리고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 문제 등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야 한다.



주간동아 968호 (p40~42)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sjhong@h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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