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7

2014.12.15

입에 착착 제철 참꼬막 말이 필요 없소

전남 보성군 벌교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4-12-15 1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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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에 착착 제철 참꼬막 말이 필요 없소
    전남 보성군은 인구가 4만6000여 명밖에 안 되지만 먹을거리로 유명하다. 가을이면 득량만 율포의 두툼한 전어구이가 사람들을 유혹한다. 겨울이면 주변 바다에서 꼬막이 난다. 갯벌에서 나는 참꼬막은 수심 10m 정도의 모래진흙밭에서 사는 새꼬막보다 성장은 더디지만 맛은 깊다.

    벌교읍은 보성읍보다 인구가 2배가 훌쩍 넘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옛 모습을 간직한 벌교역에 내리면 역 앞에서부터 갯내음이 진동한다. 역에서 벌교시장으로 이어지는 길가에는 뻘내음을 그대로 간직한 꼬막들이 자루에 담겨 사람들 손길을 기다린다. 호남 사람에게 겨울에 벌교 간다는 말은 ‘참꼬막 사러 간다’는 말로 통한다.

    참꼬막 90% 이상이 전남에서 잡히고 그 반 이상이 벌교 여자만 대포와 장암에서 난다. 벌교시장 입구에 있는 ‘우리식당’은 테이블이 몇 개밖에 없는 허름한 대폿집이다. 가게 앞에서 파는 꼬막을 사오면 삶아준다. 재료 그 자체가 맛인 제철 참꼬막은 삶아 먹어도 맛있다.

    꼬막은 우리말이다. ‘재물보(才物譜)’(1798)에 ‘호남사람들이 고막이라 칭한다’는 말이 처음 등장한다. 이후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1814)에도 고막(庫莫)이란 말이 나온다. ‘자산어보’에서는 한자로 ‘감’으로 표시하고 와롱자(瓦壟子), 와룡자(瓦龍子), 복로(伏老), 강요주(江瑤珠), 괴륙(魁陸), 괴합(魁蛤) 같은 한자와 속명을 여럿 기록하고 있다. 와룡자는 중국과 한국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말로, 기와지붕(부챗살마루) 같은 꼬막 껍데기를 보고 지은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말 고막 혹은 꼬막은 ‘작은 조개’를 뜻한다. 고막과 꼬막에 쓰이는 ‘고’와 ‘꼬’는 ‘고맹이’‘꼬맹이’처럼 구별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꼬’는 ‘꼬마’‘꼬투리’같이 작은 사물을 지칭하는 접두어이며, ‘막’도 작은 공간을 나타내는 ‘오막’‘오두막’‘움막’ 등에 사용하는 말이다. 따라서 고막 혹은 꼬막은 ‘작은 집에 사는 것’이란 의미로 기와지붕처럼 생긴 꼬막 껍데기를 연상하면 쉽게 그 연원을 생각할 수 있는 단어다.



    입에 착착 제철 참꼬막 말이 필요 없소
    참꼬막은 ‘제사꼬막’으로도 부른다. 전남 남해안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귀물이다. 참꼬막에 비해 양도 많고 가격도 저렴한 새꼬막은 ‘개꼬막’‘똥꼬막’이란 천한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산지에서 제철에 먹는 새꼬막은 참꼬막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성장이 더딘 참꼬막은 3년산을 최고로 치지만 새꼬막은 어린 1년생이 보드라운 속살 덕에 더 맛있다. 상대적으로 수분이 많은 참꼬막은 삶아 먹는 게 맛있고, 새꼬막은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 먹는 것이 좋다.

    벌교역에서 우측으로 조금 걸어가면 먹자골목이 나온다. ‘국일식당’은 벌교의 수많은 꼬막 전문집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세련된 꼬막 요리를 낸다. 꼬막정식을 주문하면 살짝 데친 꼬막회와 꼬막무침, 꼬막전 등을 맛볼 수 있다. ‘국일식당’ 근처 ‘역전식당’도 겨울에는 꼬막을 판다. 여름에는 순천과 보성의 여름 별미 짱뚱어탕으로 유명하다. 우렁이 음식으로 유명한 ‘벌교우렁집’에서도 겨울엔 우렁꼬막정식을 맛볼 수 있다.

    보성읍에는 저렴한 가격에 남도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 ‘수복식당’이 있다. 겨울에는 꼬막정식이 한정식보다 인기가 많다. ‘수복식당’과 멀지 않은 ‘보성양탕’에서는 전남 사람들이 즐겨 먹는 보양식 양탕(염소탕)을 맛볼 수 있다. 육개장처럼 맵고 개운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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