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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방산 비리 척결하려면 규제와 간섭부터 내려놓아라”

인터뷰 | 채우석 한국방산학회 회장

  • 이정훈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방산 비리 척결하려면 규제와 간섭부터 내려놓아라”

“방산 비리 척결하려면 규제와 간섭부터 내려놓아라”
방위산업 비리를 향한 정치권과 언론의 질타가 날카롭기 그지없다. 이런 거듭된 비판에 방산업체가 숨죽이고 있는 가운데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경영학 박사·사진)이 앞에 나섰다. 잘못된 것을 고치려다 본질을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를 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예비역 육군 준장인 채 회장은 육군사관학교 28기로, 국방부 연구개발 국장, 조달본부 차장을 역임했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땄다. 그는 방산체제를 혁신해야 한다는 말부터 쏟아냈다.

수출로 패러다임 바꿔야

“올해는 방위산업 40년이 되는 해다. 방산은 불모지에서 시작한 것이라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철저한 통제를 받았다. 참여하기 싫다는 업체가 있으면 정부가 ‘애국 차원에서 참여해달라’며 공장 지을 돈까지 지원해줬다.

40년이 지나면서 정부의 지원과 통제는 과도한 간섭과 규제로 바뀌었다. 지금 한국 방산은 걸음마 수준이 아니다. 항공기(T-50)와 잠수함을 수출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그렇다면 그 발전에 맞춰 패러다임 시프트를 해야 한다.”

▼ 어떻게 바꾸자는 것인가.



“지금까지 방산은 주로 내수만 보고 해왔다. 시장을 확보해놓고 하는 것이니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잘못된 것이 있어도 별로 시비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출하지 않으면 지탱할 수 없게 된 지금은 글로벌 수준에 맞춰야 한다. 잘못됐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무기는 수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규제와 간섭을 계속하고 있으니 문제라는 것이다.”

▼ 업계 자율에 맡기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지금의 방산 규정은 부품 하나하나에 원가를 매기는 식이다. 원가를 매기지 못하는 요소가 개입된 부품에 대해서는 아예 원가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국제시장을 조사해보면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무기 가격을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업체에 ‘이런 성능을 가진 무기를 국제 시세보다 조금 싼값에 만들어내라’고만 하면 된다. 그래야 업체는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최신 경업기법과 기술을 도입해 그 무기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현재 규정은 신기법이나 신기술로 만든 부품은 규정을 어긴 것이라며 원가를 매겨주지 않는다. 그러니 업체는 한국산 무기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도전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임금을 비롯한 비용은 매년 늘어나니 외형은 키워야 한다. 그래서 기술 개발은 하지 않고, 요소의 원가를 부풀리려는 노력만 하게 된다.

정부는 발상의 전환을 하라. 세세하게 개입하지 말고 가격과 성능 등 큰 것만 요구함으로써 기업들이 신기술과 신기법을 적용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무기를 만들게 하라.

어떤 부품을 써야 한다고 세세하게 규정하는 지금 체제에서는 국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한국산 무기를 개발하기 어렵다. 정부는 성능과 가격만 요구해 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해 원가를 낮추도록 유도해야 한다.”

▼ 지금의 방산 비리는 대부분 감사원 감사를 통해 알려졌다. 감사원은 방산 규정대로 무기를 만들었는지를 따진다. 규정대로 되지 않은 것이 있으면 사정기관에 이첩해 수사하게 한다.

“바로 그것이 문제다. 감사원은 마이크로(micro)하게 규정대로 했는지만 보는 기관이다. 그런데 정치권과 언론은 감사원에서 나온 것을 진실로 보고 부풀려 인용해 공격한다. 방산이 비리투성이로 비친 근본 배경은 바로 이것이다.”

시행착오를 검증 없이 비난만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V-2 로켓으로 영국을 공격했다. 그런데 V-2는 시험발사를 할 때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독일인을 더 많이 죽였다는 얘기가 있다. 적국 사람보다 자국인을 더 많이 죽이고 V-2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개발하는 것이 무기인데, 우리는 그러한 시행착오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작금의 방산비리는 K-11 복합소총에서 터져 나왔는데 이 무기에서 발견된 시행착오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신무기를 단번에 개발할 수 있다고 보는 이가 많다는 것이 큰 문제다. 복합소총은 미국도 개발 완료를 자신하지 못하는 것이니, 우리도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이 총의 사격통제장치가 문제라고 하더니, 다음에는 총 안에 있던 탄이 저절로 터져 문제가 됐다. 그런 것을 해결하니, 지금은 자석이 곁에 있으면 ‘격발 완료’ 표시가 뜬다고 해서 시비가 일고 있다.

K-11은 은밀한 교신을 위해 헤드셋을 쓰는 특전사 요원이 사용할 예정이다. 헤드셋 안에 자석이 있는데, 격발장치가 그 자석의 영향을 받아 이상 작동하면 문제가 된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이를 알아보고자 일반 자석을 놓고 실험해보니, 격발장치가 오작동했다. 국회의원들은 그 자료를 입수했기에 K-11이 엉터리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헤드셋에 들어가는 자석은 일반 자석보다 훨씬 작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헤드셋에 있는 자석을 놓고 실험해보니 오작동이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극한 조건을 만들어놓고, 그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비난을 위한 비난이다. 정치인들은 어떤 일이든 침소봉대하고 언론은 철저한 검증 없이 마구 보도하고 있다.”

▼ K-11에 이어 K-2 전차의 파워팩 국산화도 비리로 지적했다.

“전차용 파워팩은 100여 년 전 디젤엔진을 개발한 독일만 제대로 만들고 있다. 축적된 기술이 없는 한국이 단기간에 이를 개발해보겠다고 한 것은 무모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은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당장 전력화해야 하는 K-2에는 독일산 파워팩을 넣고, 그사이 국산 파워팩 개발을 완료해 차기 K-2에 장착하면 된다. 이를 기다려주지 않고 전부 비리로 몰아붙이니 엔지니어들이 위축돼 연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 그리고 통영함의 음탐기(소나) 비리가 터져 나왔다.

“그것을 방산 비리의 종합판으로 보는 이가 많다. 그 음탐기는 재미교포가 대표로 있는 미국 기업에서 만든 미국산이다. 그런데 기대한 성능이 나오지 않았고, 비싸게 구매했으며, 구매 과정에서 뇌물수수가 있었던 사실이 밝혀져 문제가 됐다. 이는 외국 무기 부정도입 사건인 것이다.

이 사건 인식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감사원은 이 음탐기가 2억 원에 구매한 평택함 음탐기와 같은데 41억 원에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평택함은 1968년 영국에서 도입했다. 그때 탑재한 장비가 지금까지도 있어 통영함에 장착했다는 점이 매우 이상하지 않은가. 40년 전 2억 원이면 지금은 얼마가 된다고 생각하는가.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는 감사원의 판단을 금과옥조처럼 믿는 것이 허점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이 사건은 성능 미달의 외국산 장비를 관련자들이 뇌물을 받고 납품받은 단순 비리 사건이다. 그런데 방산 비리의 종합판으로 규정해 우리 방산을 규탄하고 있다. 해군은 이 음탐기가 성능 미달인 것을 알고 통영함 인수를 거부했다. 그렇다면 해군은 제대로 움직인 것인데 방산과 함께 비리 온상으로 비난받고 있다.”



주간동아 963호 (p58~59)

이정훈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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