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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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 박주영 눈도장 쾅?

축구대표팀 중동 ‘A매치’에 승선…‘슈틸리케 남자’ 마지막 시험대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4-11-10 13: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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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운오리 박주영 눈도장 쾅?

    축구 국가대표팀에 승선한 박주영.

    ‘실패한 홍명보의 남자’는 ‘성공한 슈틸리케의 남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60·독일)이 11월 10일 선수들을 소집해 중동 A매치 2연전 원정길에 나선다. 대표팀은 14일 오후 1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암만에서 요르단과 친선경기를 갖고, 나흘 뒤인 18일 오후 9시 55분 테헤란에서 이란과 맞붙는다. 이번 중동 원정에 나서는 대표팀은 ‘슈틸리케호 2기’다. 슈틸리케 감독은 10월 10일 파라과이전(2-0 승)을 통해 한국 사령탑으로 데뷔했고, 연이어 14일 강적 코스타리카(1-3 패)를 상대로 2번째 경기를 치렀다. 이번 2기 명단에 포함된 선수는 모두 22명. 슈틸리케 감독은 이전 사령탑들과 달리 이례적으로 5명의 ‘대기 명단’도 아울러 발표한 가운데, 22명 중 단연 눈길을 끄는 이는 사우디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주영(29·알 샤밥)이다.

    운이 따랐던 대표팀 재발탁

    박주영은 한국 축구팬에게 ‘애증의 대상’이다.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세계무대를 주름 잡으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불세출의 스타였던 박주영은 한때 병역 기피 의혹으로 팬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는 ‘황제 훈련’ ‘엔트으리’ 비판에 휘말렸다. 그에게 고집스럽게 집착했던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은 이동국(전북)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박주영에게 월드컵 대표팀 원톱 자리를 맡겼고, 결과적으로 이는 완벽한 패착이 됐다. 조별리그 러시아, 알제리와의 1, 2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며 비난을 받았던 박주영은 3차전 벨기에전에서는 90분 내내 벤치를 지키며 쓸쓸히 월드컵을 마감했다.

    홍 전 감독 퇴진의 결정적 이유는 ‘박주영 부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브라질월드컵 개막 전 옛 소속팀 아스널(잉글랜드)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던 박주영은 브라질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 탓에 한동안 무적 신세로 지내야 했다.



    10월 대표팀 1기 명단을 꾸린 슈틸리케 감독 머릿속에 박주영은 없었다. 전임 홍명보 감독은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는 뽑지 않는다”는 스스로의 원칙을 깨고 박주영을 발탁했지만 이름값과 인연에 매달리지 않는 슈틸리케 감독은 달랐다. “보여주는 게 있어야 한다”고 했고, 당연히 박주영은 명단에 들지 못했다.

    그사이 뒤늦게 팀을 구한 박주영은 10월 18일 새 소속팀 알 샤밥에서 뛴 데뷔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출전 시간도 점차 늘려가는 등 컨디션을 되찾아갔다. 사실 박주영이 예상보다 빨리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대표팀 내 포지션 경쟁상대인 이동국과 김신욱(울산)이 부상을 입은 덕분(?)이라 볼 수 있다. 이미 K리그 일정을 조기 마감한 두 선수는 시즌이 끝나는 12월이나 돼야 재활 과정을 마치게 된다.

    내년 1월 호주에서는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이 열린다. 대륙연맹대회인 아시안컵은 월드컵 다음으로 권위 있는 대회다.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면 아시아를 대표해 차기 월드컵 개최지에서 열리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출전한다.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자부하는 한국 축구는 1960년 이후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미운오리 박주영 눈도장 쾅?

    11월 3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중동 원정 A매치 평가전 대표팀 명단(22명)을 발표한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다양한 모습 보여줘야 할 기회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슈틸리케 감독은 이미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할 때가 됐다”고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때까지 계약이 돼 있지만 아시안컵에서 납득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 슈틸리케 감독의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다.

    아시안컵의 중요성을 감안해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중동 원정을 단순한 평가전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스스로도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박주영을 불러 테스트하기로 한 것도 당면 과제인 아시안컵에서 그를 활용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함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에 대해 “아시안컵을 앞둔 마지막 기회다. 최근 소속팀에서 골을 넣었다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호주에 갈 대표팀에 뽑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동국이나 김신욱은 몸만 되면 당연히 호주까지 함께하겠지만 박주영의 위상은 다르다. 부상 중인 이동국과 김신욱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며 둘의 재호출 가능성을 남겨두면서 박주영을 부른 것은 액면 그대로 ‘테스트 차원’이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박주영은 엔트리에 들어갈 수 있는 여러 후보 가운데 한 명에 불과하다.

    미운오리 박주영 눈도장 쾅?
    그렇다면 박주영은 슈틸리케 감독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홍명보 전 감독은 ‘4-2-3-1’이란 고착화된 포메이션을 썼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다양한 전술을 구사한다. 10월 데뷔 무대에선 기본적으로 공격 시 4-2-3-1, 수비 시 4-2-4 형태를 활용했다. 그러나 특히 공격라인에 변화를 많이 줬다. 이동국을 넣었을 때는 그를 최전방에 포진케 했지만, 상대 수비를 압도할 만한 공격 자원이 없을 때는 ‘제로톱’으로 활용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조기 회복을 바라는 이동국이나 김신욱은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흔히 말하는 원톱형 자원이다. 이번 2기 명단에 포함된 공격수는 박주영을 비롯해 이근호(29·엘 자이시 SC), 조영철(25·카타르 SC) 등 3명. 이 중 이근호와 조영철은 사실상 최전방 공격수라고 보기 어렵다. 원톱에 가장 가까운 선수는 여전히 박주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박주영은 이동국이나 김신욱의 대체 카드로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2005년 6월부터 오랫동안 한국 축구대표팀의 최전방 자리를 지켰던 그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기여한 나이지리아와의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2-2 무) 득점, 일본과의 2012 런던올림픽 3·4위전(2-0 승) 결승골 등 숱한 영광을 직접 썼던 주인공이 바로 박주영이다. 한국 축구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브라질월드컵 이후 계속되는 부정적 기류는 결코 간과할 수준이 아니다.

    박주영은 중동 원정을 통해 동료들과의 호흡, 팀 밸런스 내 융화 등 단순히 골을 넣는 공격수로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에게 빠른 공간 침투, 2선과의 유기적 연계 등 최전방 공격수의 임무가 아닌 다른 소임을 부여할 공산도 크다. ‘슈틸리케의 남자’로 다시 태어나느냐, 아니면 점검 차원에서 대표팀에 재발탁되고 낙마하느냐는 온전히 박주영 본인에게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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