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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北 대화·국지도발 반복 이유

1년 내내 ‘미사일 도발’ 왜?

상시적 긴장 유지 남한이 주 타깃…잦은 소규모 무력충돌 아랍-이스라엘식 관계로 전환 중

  • 황일도 기자·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1년 내내 ‘미사일 도발’ 왜?

1년 내내 ‘미사일 도발’ 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제1비서(오른쪽)가 북한군의 전술 로켓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6월 30일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으로, 하루 전날 원산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미사일로 추정된다.

총 19차례 111기. 올해 2월 이후 북한이 동해상으로 쏟아낸 미사일 시험발사 규모다. 2월 이후 이어진 미사일 발사는 9월 6일을 끝으로 2개월 이상 잠잠한 상황. 평양이 언제든 다시 시험발사에 나설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휴지기에 접어든 셈이다. 우리 측 시각으로 말하자면 이는 그간 진행된 대규모 시험발사를 큰 틀에서 분석해 그 구체적인 패턴을 추출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2~9월 시험발사는 분명 전례가 없던 ‘미사일 퍼레이드’였다. 2012년 북한은 1, 4, 12월에 각각 1회씩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그쳤고, 2013년에도 3월에 1회, 5월에 3회 시험발사를 진행했을 뿐이다. 반면 올해의 경우 총 82기의 미사일과 500여 발의 장사정포 포탄을 날린 3월을 정점으로 거의 매달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횟수와 발사된 미사일 수 모두 이전과는 판이했다. ‘상시적인 도발’이야말로 올해 이뤄진 미사일 실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장거리로켓은 한 개도 없어

시험발사가 있을 때마다 국내외 언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프란체스코 교황 방한 같은 국제정치적 상황 또는 평양 내부의 권력 변동 때문에 발사를 감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쏟아냈다. 그러나 전체 내역을 한눈에 살펴보면 개별 시점은 그다지 의미가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선중앙통신에 등장하는 미사일 관련 언급은 2011~2013년에 비해 올해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내부 과시용도 아니었다는 방증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일련의 실험은 그때그때 상황 때문이 아니라 전체적인 계획과 시간표에 맞춰 차근차근 진행된 것에 가깝다. 정치적 의미보다 군사적 맥락에서 들여다볼 때 그 실체가 한층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기억해둘 것은 이러한 ‘미사일 종합세트’ 과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주요 특성이 최근 북한의 군사전략이 어느 방향으로 뻗어나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변화 방향은 어느 때보다도 우울하다.



1년 내내 ‘미사일 도발’ 왜?
잠시 시계를 되돌려보자. 2012년 북한이 쏘아올린 발사체는 인공위성을 실은 은하3호 로켓이었다. 4월 발사에 실패한 뒤 12월 마침내 성공함으로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로켓 기술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과시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반면 올해 진행된 시험발사에는 장거리로켓은 단 한 개도 없었고, 사거리가 1000km를 넘어서는 노동미사일마저 650km 안팎으로 줄여 발사했다. 그간 북한의 시험발사가 주로 태평양을 건너 괌이나 하와이 등 미국 영토에 닿을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면, 올해는 한반도 안이 주된 타깃이었다. 이제까지의 청자(聽者)가 미국이었던 데 비해 2월 이후로는 한국을 관객으로 놓고 실험을 진행해왔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특징은 세부 명세를 살펴보면 한층 분명하게 드러난다. 올해 진행한 시험발사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300mm 방사포나 KN-10 탄도미사일 같은 신형 무기체계의 향상된 정밀도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과 프로그(FROG), 스커드 등 배치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구형 미사일을 쏟아낸 경우다. 사거리는 60~650km에 골고루 흩어져 있다. 남한 전역을 구석구석 타격할 능력을 갖췄음을 보여주려는 포트폴리오다.

북한은 이들 미사일 대부분을 동해상 특정 방향에 탄착군을 형성해가며 집중적으로 ‘꽂아 넣는’ 실력을 과시했다. 원산, 개성, 평안남도 숙천, 황해도 평산 등 발사지점은 다양했지만, 균일한 사거리와 최고고도를 선보이며 신뢰성을 입증했다. 노동미사일의 경우 최고고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사거리를 조절하기도 했다. 특히 사상 최초로 황해도 지역에서 동해로 발사한 미사일의 경우, 오발탄이 북한 영토 한가운데에 떨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을 감행했다. 미사일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흥미로운 부분은 전체적으로 신형 무기체계 실험 사이에 구형 미사일 발사가 끼어든 형식이라는 사실. 흡사 신형 미사일과 방사포 실험 사이의 공백을 구형 미사일로 메운 듯한 모양새다. 일련의 발사는 구형 미사일을 신형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게 군 당국 내부의 분석이지만, 그렇다 해도 재고로 쌓아둬도 무방한 구형 미사일을 굳이 쏟아낼 필요는 없었다. 발사 시간표를 이어나감으로써 극대화한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는 분석만이 유일하게 설득력 있어 보이는 이유다.

더욱이 시험발사가 소강 상태에 접어든 10월 이후 평양은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육지 군사분계선(MDL)에서 도발 행보를 이어나갔다. 남측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포를 발사했던 10월 10일 상황까지 포함하면, 2월부터 시작된 북한의 도발은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져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거의 1년 내내 북한의 무력 과시와 소규모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전 능력 효율화에 집중

1년 내내 ‘미사일 도발’ 왜?

1 2 7월 9일 황해도 태탄 공군기지 인근에서 발사된 스커드C 추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화염을 뿜으며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노동신문’이 7월 10일 공개한 사진이다. 3 2012년 4월 열병식에서 공개된 스커드미사일 이동식 발사차량(TEL). 2013년 7월 7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이다.

‘미국이 아닌 남한을 상대로, 성능이 입증된 전력을 과시함으로써, 상시적인 긴장을 유지하는 것.’ 2~9월 진행된 미사일 실험의 세 키워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그사이 1차 남북 고위급 접촉과 이산가족 상봉, 북·일 납치자 문제 논의, 황병서 등 권력 실세 3인의 인천 방문, 미국 대표단의 비밀 방북까지 다양한 해빙 제스처가 섞여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이례적이다. 도발국면과 대화국면이 비교적 명확히 분리되던 김정일 시대와 달리, 김정은 시대의 평양은 도발과 대화 제스처를 동시에 진행하는 독특한 대외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이전에는 주요 인사의 실각 등 내부 권력 변동이 대외 강경 행보와 긴밀하게 엮여 있었지만(‘주간동아’ 920호 ‘권력 변동과 대남도발’ 기사 참조), 이제는 늘상 도발을 이어나간다는 뜻이다.

억제력(deterrence)과 전쟁수행능력(war-fighting capability). 국제정치학에서 한 국가의 주요 군사력을 분류하는 2개의 큰 틀이다. 전자는 전쟁이 벌어지면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상대를 위협해 아예 전쟁을 막는 것이고, 후자는 개전 후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제한적으로나마 승리를 거두는 데 초점을 맞춘다. 대표적인 억제무기는 바로 핵무기. 반면 최근 북한이 보여주는 일련의 행보는 정밀도 높은 단거리미사일로 한반도 전장(戰場)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려는 전쟁수행능력에 가깝다. 그간에는 미국만 노려보며 장거리미사일과 핵 능력에 주력해오던 북한이 이제는 눈길을 돌려 남한을 상대로 하는 실전 능력을 효율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가 2012년 12월 은하3호 로켓 발사와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신도 핵을 가진 이상 남한이나 미국이 대규모 전면전을 각오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 북한이 재래식 도발을 훨씬 쉽게 생각하게 됐다는 뜻이기 때문. 핵개발에 성공하면 전면전 위험은 줄지만 국지적 무력충돌은 오히려 증가한다는 것이 ‘안정과 불안정의 역설(stability-instability paradox)’로 불리는 국제정치학계의 정설이다. 1990년대 후반 파키스탄과 인도의 핵실험 이후 벌어진 일들이 2014년 한반도에서 고스란히 재현되기 시작한 셈이다.

이렇듯 일련의 미사일 발사는 이제 한반도 상황을 보는 평양의 눈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시사한다. 김정일 시대의 군사전략이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감행해 미국에 대한 핵 보복을 위협함으로써 안전을 확보하려는 것이었던 반면, 이제부터는 남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상시적인 도발로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려는 형태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핵 보유 기정사실화 노력

비유하자면 이렇다. 김정일 시대의 남북관계가 ‘모두가 죽는 초대형 전쟁’이 벌어질까 서로 두려워하던 냉전시기 미소(美蘇) 관계에 가까웠다면, 김정은 시대에는 끊임없는 무력도발과 소규모 충돌이 당연한 듯 여겨지는 이스라엘-아랍 관계와 흡사해진다는 것. 평양은 이러한 상시적 긴장의 와중에도 다른 한편에서는 대화와 경제협력이 이뤄지는 ‘새로운 룰’에 남한도 적응해오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전단 문제로 2차 고위급 접촉이 좌절된 최근 남북 간 혼란스러운 기 싸움은 그 시작점인 셈이다.

가장 염려스러운 부분은 북한의 이러한 행보 끝에 핵문제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군사문제와 남북관계 분리를 통해 핵문제와 관계 개선마저 별개 사안으로 이원화하려는 포석이 궁극적인 목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핵우산과 북한의 핵 능력으로 전면전 가능성이 줄었으므로, 그 위에서 새로운 남북관계 틀을 만들자’, 이 마지막 카드를 내밀고자 지난 한 해 동안 평양은 꾸준히 길을 닦아온 셈이다.

남는 질문은 하나다. 북한의 핵 폐기 가능성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는 지금 한국은 과연 다른 길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북한의 핵 능력 강화 소식이 최선(最善) 대신 차악(次惡)을 강요하는 2014년 가을, 과연 우리에게 선택의 기회가 남아 있는지조차 의심스럽기만 하다. 반전의 키를 쥐지 못한 국가의 우울한 현실이다.



주간동아 962호 (p50~52)

황일도 기자·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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