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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본이 과거사 사죄·참회해야 한국과 진정한 소통 가능”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일본인회’ 사토 미도리 회장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일본이 과거사 사죄·참회해야 한국과 진정한 소통 가능”

“일본이 과거사 사죄·참회해야 한국과 진정한 소통 가능”

10월 14일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찾은 사토 미도리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일본인회’ 회장.

10월 11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앞마당에서는 올해로 14번째를 맞은 ‘순국선열정신선양대회 및 한일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일본 과거사를 참회하고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고자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일본인회’(일본인회)가 2001년부터 매년 빠짐없이 진행해온 행사다. 올해는 특히 일본 아베 정부의 과거사 발언으로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열려 그 의미가 컸다.

매년 ‘서대문형무소’ 찾아

행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사토 미도리 일본인회 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먼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과거를 참회해야만 용서와 화해, 그리고 진정한 평화가 가능하다”며 “이곳에 모신 순국선열들의 애국·애천정신이야말로 세계에 자랑해야 할 정신이자 세계인이 배워야 할 정신”이라고 말했다. 그가 2001년부터 자비를 들여가며 행사를 주최하고 서대문형무소를 찾는 이유는 뭘까.

“14년 전 서대문형무소를 처음 방문하면서 과거 일본이 저지른 잘못으로 한국인들이 큰 고통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일제 강점기뿐 아니라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도 한국인에게 큰 아픔을 남겼을 것입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이렇게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시기에는 양국 간 교류가 없었어요. 반대로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방문하고 양국 교류가 활발했던 에도시대에는 전쟁이 없었습니다. 일본과 한국이 진정으로 화해하고 평화롭게 지내려면 더 많이 교류하고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사토 회장은 한일관계뿐 아니라 한국사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자랑했다. 매년 10월 서대문형무소 터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10월 12일이 유관순 열사 서거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에도 일본의 잘못된 과거사를 인정하고 한국과 일본의 화해를 염원하는 분이 많아요. 이번 행사에 참석한 아카보시 젠고 스님의 경우 일본인들에게 죽임과 고통을 당한 한국인의 넋을 기리고자 일본에서 꾸준히 위령제를 지내고 있어요. 3년 동안 구마모토(熊本)현 곳곳을 돌며 모금활동을 펼쳐 일제강점기 일본에 의해 희생당한 조선인과 중국인의 넋을 기리는 위령탑을 각각 세우기도 했죠.”

행사에는 한국불교태고종 백련사 주지인 이설산 스님, 유경석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한국회장,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김시명 대한민국 순국선열유족회 회장 등도 함께했다.

“유 회장이 추모사에서 한 말처럼 이번 행사는 종교와 민족을 넘어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하나가 되는 자리입니다. 대립과 갈등, 그리고 남과 북의 분단 아픔을 극복하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 동북아시아, 그리고 세계 평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말씀이 특히 가슴에 와 닿았어요.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일본인들의 염원이 한국인들 가슴에도 전해졌으면 합니다.”

사토 회장은 한국의 평화통일을 위해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곧 일본의 평화와 안정이고, 나아가 세계 평화와 안정의 초석이 될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가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2000년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세미나에 참석하면서부터.

“남북 평화통일이 일본과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다주고, 이것이 곧 세계 평화로 이어진다는 강연을 들었어요. 일본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말에 나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죠.”

“일본이 과거사 사죄·참회해야 한국과 진정한 소통 가능”

10월 11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앞마당에서 열린 ‘순국선열정신 선양대회 및 한일 합동위령제’ 모습.

한국 이해하려는 일본인도 늘어나

결국 사토 회장은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일본인들과 모임을 결성해 한일관계 회복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활동에 매진했다. 지난해 6월에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보훈처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사토 회장과 한국의 인연은 그의 가족과도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 그의 네 딸 모두 한국 남자와 결혼한 것. 남편인 사토 다미오 씨 역시 ‘한일해저터널추진 구마모토현민의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일해저터널은 한국에서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들이 건설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고,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 거제도에서 일본 쓰시마까지는 66km 남짓입니다. 해저터널이 연결돼 있다면 한일 양국은 비행기나 배가 아닌 자동차로 좀 더 빠르고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왕래가 잦아질수록 공감대가 형성되기 쉽고 갈등을 해소할 기회도 많아지겠죠.”

사토 회장은 역대 한국 대통령들의 한일해저터널 공약 예처럼 ‘순국선열정신선양대회 및 한일 합동위령제’ 같은 민간 활동이 양국 정치권에 영향을 미쳐 양국의 화해 분위기 조성에 이바지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화해를 위해 일본 내 잘못 알려진 양국 역사를 바로 알리고, 매년 그래 왔던 것처럼 ‘순국선열정신선양대회 및 한일 합동위령제’에 더 많은 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한국어와 일본어로 안내 책자를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다.

“과거 일본인의 잘못으로 한일관계가 크게 악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을 해하려 하거나 견제하려 한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오히려 한류열풍으로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됐고, 한국인의 깊은 정과 마음씀씀이를 존경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젊은이뿐 아니라 60, 70대 노인 중에서도 한국어 공부를 하는 사람이 꽤나 많아졌고요. 이것이 진짜 일본인들 마음입니다. 부디 노여운 마음을 풀고, 일본인들의 진심을 헤아려줬으면 합니다.”



주간동아 960호 (p32~33)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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