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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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팍팍할수록 바다 음식이 착착 감겨든다

공덕·애오개역의 먹거리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4-10-20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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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팍팍할수록 바다 음식이 착착 감겨든다

    ‘진미식당’의 꽃게 간장게장.

    서울 마포구 공덕역은 교통의 요충지다. 서울지하철 4, 5, 6호선과 코레일공항철도, 경의선이 공덕역을 지난다. 사람 많은 곳에 식당이 빠질 리 없고 비린내 나는 먹거리도 많다. 바로 옆 애오개역을 나서면 서울서부지방법원이 나온다. 법원 바로 옆 골목에는 꽃게 간장게장으로 유명한 ‘진미식당’이 있다. 봄에는 암놈이 가을에는 수놈이 맛있는 꽃게지만, 이 집에서는 6월과 12월에 잡은 꽃게를 영하 35도에서 급속냉동 보관한 것만 게장으로 만들어 판다.

    간장게장은 원래 민물 참게로 만든 것을 제일로 쳤다. 참게 계절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다. 음력으로 9월이고 양력으로는 10월 말쯤이다. 간장게장은 살을 먹는 것이 아니라 게의 장을 먹는 것이었다.

    1970년대까지 참게는 파주 게가 가장 유명했다. 그러나 참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참게에 서식하는 기생충 디스토마가 간질환 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었다. 1924년 일제는 참게어업과 판매를 중지했다. 파주 주민들의 엄청난 진정 때문에 34년 다시 참게 조업과 식용이 허용됐지만, 디스토마 때문에 게장으로 먹는 방법이 적극적으로 시행된다. 그러나 간장에 재운 게장 속 기생충은 15일 정도 지나야 완전 소멸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참게 간장게장은 담그고 한 달 정도 지난 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랜 경험에서 나온 생존의 지혜였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서면서 참게 간장게장의 위생이 다시 사회문제가 된다.

    꽃게는 주로 찌거나 국에 넣어 먹었지만 196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간장게장으로 사용되기 시작한다(1974년 10월 18일자 ‘경향신문’ 참조). 간장게장으로 만드는 꽃게는 참게처럼 작은 것을 사용한다. 예나 지금이나 꽃게는 충남 서산에서 가장 많이 나고 제일 맛있다. 서산 출신 모녀가 2000년대 초반에 시작한 ‘진미식당’의 꽃게장은 짠맛이 별로 안 난다. 서산 생강을 넣어 시원한 맛이 난다.



    ‘진미식당’에서 골목을 따라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면 ‘매일매일포장마차’가 나온다. 싱싱한 해산물로 유명하다. 이름은 포장마차지만 주변 가게 몇 채를 사용할 정도로 커졌다. ‘포장마차=싼 음식’이란 공식은 이 집에서 통하지 않는다. 최상급 해산물이 인기 비결이다. 봄에는 도다리와 실치, 여름이면 갯장어 샤브샤브와 붕장어회, 가을에는 전어, 고등어, 쥐치, 노래미, 겨울에는 조개 샤브샤브와 복어회, 방어회가 사람들을 유혹한다.

    11월 찬바람이 불면 기름기가 오르기 시작한 방어들이 제주 모슬포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낸다. 방어는 크기가 클수록 가격이 배로 오른다. 보통 횟집이나 시장에서 파는 5kg 미만의 방어와 그 이상 되는 대방어는 같은 생선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기름기와 식감이 확연히 다르다. 10kg을 넘어서는 방어는 보기도 어렵다. ‘매일매일포장마차’에서는 겨울이면 이런 초대형 방어를 맛볼 수 있다.

    공덕역에서 만리재 고개로 가는 길 우측에는 노가리와 맥주를 파는 노가리 맥주 골목이 형성돼 있다. 밤이면 일대가 직장인들 저녁 파티 장소처럼 왁자한 분위기로 변한다. 노가리 1마리에 1000원, 생맥주 한 잔에 2500원이다. 일반 노가리는 길이가 10~15cm인데 비해, 왕노가리는 25~30cm로 크다. 한 달 정도 말린 덕에 식감이 부드럽다. 6년 전 형성된 공덕동 노가리 골목의 흥행 요인은 단연 저렴한 가격이다. 노가리와 맥주를 맘껏 먹고 마셔도 몇만 원을 넘지 않는다. 직장 생활의 고난들이 이곳에서 노가리를 씹는 새 날아간다. 퍽퍽한 세월 탓에 사람들 발길은 점점 늘어간다.

    삶이 팍팍할수록 바다 음식이 착착 감겨든다

    ‘매일매일포장마차’의 방어회(왼쪽)와 고등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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